비관료출신 김현수·엄태영·변종석·오효진·김경회·이필용·유영훈 등
“보수적인 풍토와 공무원이 청렴하고 행정 잘할 것이라고 생각” 여론

충북도지사와 도내 기초단체장 12명을 합치면 총 13명이다. 이 중 관료출신은 몇 명일까. 모두 11명이다. 이필용 음성군수·유영훈 진천군수를 뺀 나머지는 공무원 출신들이다. 이·유 군수는 충북도의원을 지냈다. 이 때문에 민선5기 충북은 과연 관선시대인가, 민선시대인가 의문을 갖게 된다. 그래서 민선시대가 공무원들의 정년연장으로 전락했다는 탄식도 있다. 물론 이들이 관료출신이라 문제가 되는 건 아니다. 행정혁신 마인드가 없다는 점이 가장 중요하다.

그동안 충북의 어느 지자체장이 전국적으로 스포트라이트를 받은 적이 있었는가. 어느 지자체 사업이 전국적 이슈가 된 적이 있었는가. 없었다. 좋은 의미로 ‘튀는’ 사람도, 사업도 없었다. 시대의 변화는 눈 돌아가게 빠르고, 충북은 대전시·세종시·천안시와 신수도권 시대를 끌고가야 할 위치에 놓여있는데 충북의 자치단체장들은 무슨 생각을 하고 있는가. 비난받지 않기 위해 지나치게 안정적으로 지자체를 운영하는 게 아닌지 문제를 던져본다.

▲ 공무원 집단은 대체로 엄격한 모범생을 길러낸다. 설거지 하는 사람이 접시를 깨는 법이지만, 실패를 두려워 해 도전조차 하지 않는 사람들이 많다. 관료들에게도 발상의 전환과 혁신마인드가 필요하다.사진은 충북도 행사모습.

전국적으로 보면 튀는 자치단체장들이 있다. 이들은 시민운동가·기업인 등 민간인인 경우가 많다. 21세기에는 박원순 서울시장 같은 비관료 출신들이 많이 진출해 행정에 일대 쇄신을 몰고오길 원하는 사람들이 많다. 시기적으로 이런 단체장이 나올 때도 됐다. 그러나 충북에는 이런 모델이 없다.

역대 비관료 출신 단체장이라면 김현수 전 청주시장·엄태영 전 제천시장·변종석 오효진 전 청원군수·김경회 진천군수 정도다. 김현수 씨는 정치인, 엄태영 씨는 자동차 세일즈맨을 거쳐 제천시의원을 지냈다. 변종석씨는 지역 축구협회장 등 사회활동을 했고, 오효진씨는 기자생활을 오래 하다 DJ정권에서 잠깐 정부대변인을 지냈다. 그리고 김경회씨는 교사출신으로 정당생활과 지방의원을 거쳐 자치단체장을 지냈다. 실제 충북도의 주병덕-이원종-정우택-이시종 지사는 모두 관료출신이다. 청주시는 나기정-한대수-남상우-한범덕 시장이 모두 공무원 이었다. 또 청원군은 변종석-오효진-김재욱-이종윤 군수 중 김재욱·이종윤 군수가 관료출신.


그럼 충북은 왜 관료출신 일색일까. 우선 보수적이다. 시민운동가 출신 박원순 시장이나 이장출신 김두관 전 경남지사 같은 사람이 출마해도 당선되기 어려운 지역이라는 게 대체적인 여론이다. 여기에 정치신인을 키우지 않는다는 평가가 있다. 또 공무원은 공정하고 청렴하며 행정을 잘 할 것이라는 기대감이 있다는 게 전문가들 얘기다. 선거 때마다 행정을 아는 사람이 행정을 해야 한다는 얘기가 나온다. 강형기 충북대 행정학과 교수는 “교수는 전문능력, 의원은 대인능력, 공무원은 관리능력이 상대적으로 높다. 그래서 공무원은 지자체 관리를 잘 할 것이라고 생각하나 사실 단체장에게는 세 가지 능력이 다 요구된다”고 말했다.

관료들은 공무원 생활을 30여년 하면서 거의 행정 전분야를 경험한다. 그러다 퇴직이 가까워지면 단체장 꿈을 한 번쯤 꾼다. 이런 꿈이 있는 관료들이 가장 원하는 것은 고향으로 가서 부단체장을 하는 것이다. 이렇게 되면 자연스레 존재를 드러낼 수 있기 때문. 충북도 공무원들 중 이런 케이스가 많다. 송 모 씨와 신 모 씨 등 내년 지방선거를 노리는 사람도 2명이나 있다. 그래서 현직 단체장들은 일찌감치 경쟁을 차단하기 위해 출마 꿈이 있는 사람을 부단체장으로 받지 않으려고 한다. 김 모 전 괴산군수는 부단체장 후보에게 불출마 각서를 요구했고, 김 모 전 충주시장은 불출마를 약속한 모 씨를 부단체장으로 받았는데 나중에 출마하자 원수지간이 되기도 했다.

취재 중 만난 대부분의 사람들은 관료출신 단체장의 장점을 안정적인 리더십으로 꼽았다. 평생을 법과 제도에 따라 일해왔기 때문에 안정적일 수밖에 없는 것. 그러나 이는 행정혁신 마인드가 없다는 것과 일맥상통한다. 민선5기 첫 해 한범덕 청주시장과 이종윤 청원군수는 권위주의 문화 타파를 부르짖어 좋은 평을 받았다. 한 시장은 행사시 군대식 인사와 축사 폐지, 이 군수는 군수실 벽을 허물어 문턱을 낮췄다. 다른 단체장은 행정혁신은 고사하고 이런 시도조차 하지 않았다. 하지만 한 시장과 이 군수도 이런 시도를 행정혁신으로 발전시키지 못해 아쉽다. 노무현정부 때 지자체에는 혁신 바람이 불었으나 참여정부가 끝나자 지금은 다시 없었던 일이 돼버렸다.

관료출신 단체장들의 장점이라면 공무원 조직을 다룰 줄 안다는 것이다. 도내 모 공무원은 “공무원들은 변화를 싫어하기 때문에 대체로 관료출신 단체장을 원하는 경향이 있다. 비관료출신이 단체장이 되면 행정의 틀이 많이 바뀌어 혼란스러울 것이라고 생각한다. 비관료출신이 온다면 임기의 반을 공무원 설득시키는데 쓰게 된다. 공조직을 움직이는 게 쉬운 일은 아니다”고 잘라 말했다. 그러면서 그는 “관료출신이면서 상상력이 풍부한 사람, 개혁적인 사람이었으면 좋겠다”며 지금은 너무 정체돼 있다고 한마디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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