택시업체 부가세 50% 감면제도, 사업주 ‘주머니돈’ 변질
전액관리제 ‘유명무실’, 운전기사 부족해 운행률 60%선

지난 7일 서울 광화문의 열린시민마당에서 ‘택시회사 부가세 부실운영 국세청 규탄대회’가 열렸다. 이날 택시노동자 조경식(43)씨는 집회 사회자의 발언 도중 갑자기 연단 위에 뛰어올라 시너를 몸에 붓고 분신을 시도했다. 몸에 불이 붙은 상황에서도 조씨는 “노동탄압 중단하라” “부가세 지급하라”고 외쳤다. 택시운전 7년차의 ‘중견기사’인 조씨가 분신을 택한 이유는 무엇일까.

   
▲ 택시노동자들의 근로여건이 개선되지 않고 있다. 정부가 입법화한 전액관리 월급제는 유명무실화돼 오히려 이행업체가 세제상 불이익을 받고 있는 형편이다. / 육성준 기자
이씨의 분신이 도화선이 되어 전국민주택시노조노동조합연맹(민택노련) 소속 조합원들이 청주 등 전국 13개 주요도시에서 집회를 벌이고 있다. 민택노련충북지부도 지난 24일 집회이후 시내 상당공원에서 천막농성에 돌입했다. 이들은 택시업체의 부가가치세 경감세액이 근로조건과 처우 개선이라는 목적은 사라지고, 사업주의 ‘짭짤한 수입원’으로 전락한 현실을 개선하기 위해 나선 것이다.

민택노련은 감독관청인 지방자치단체에 부가세 경감세액의 부당지출에 대한 지도점검을 요구하는 한편 국세청에 △부가세 경감세액 부실운영 실태에 관한 특별 세무점검 △택시회사에 만연한 구조적·상습적 탈세행위 근절을 위한 특별 세무조사 등을 요청했다. 하지만 자치단체는 ‘노사 합의 사항’이라는 답변이고 국세청은 ‘검토해보겠다’는 미온적인 입장이다.

부가세 경감제도는 지난 95년 8월 택시노동자의 처우 개선과 근로조건 향상을 목적으로 입법화했다. 입법 취지는 ‘운전자 처우 개선 및 근로조건 향상’이지만, 2003년까지 7700억원이 넘는 경감세액 가운데 택시노동자에게 지급된 경감세액은 35%인 2700억원에 불과하다. 나머지 5000억원은 사업주의 ‘경영비용’으로 흔적 없이 사라졌다. 청주시의 경우 관내 21개 업체에서 한해동안 12억원의 부가세를 감면받고 있지만 상당부분 임금성 수당으로 지급돼 택시노동자들의 불만대상이 됐다.

문제는 부가세 경감제도가 ‘운전자 처우 개선을 위해 부가세를 50% 깎아준다’는 내용 외에는 경감목적과 사용방법에 대한 구체적인 규정이 없어 사업주들의 입맛에 따라 사용되고 있다는 점이다. 사용방법은 ‘노사합의’에 따라 정하라고 지침을 내렸지만 내부 결속력이 취약한 택시노조가 사업주와 대등한 목소리를 내지 못하는 것이 현실이다.

하지만 부가세 문제가 수면 위로 떠오르자 지난 3월 건설교통부는 ‘부가세 사용 개선방안’ 지침을 마련했다. 건교부는 △부가세 경감분을 노사간 합의 없이 사용하거나 수입·지출 내역을 별도로 관리하지 않아 정확한 사용내역 파악이 어려운 경우 △가스보조금, 콜센터 직원 급여 등 사업자가 부담해야 할 부분에 경감액을 사용하는 경우 △운전자가 아닌 관리직 직원의 복지금액으로 사업자가 임의대로 사용하는 경우를 금지시켰다. 또한 근본적인 개선책으로 건교부는 몇 가지 준수사항을 제시했다. 경감액 사용의 투명성 확보를 위해 별도 통장 및 지출장부를 관리하고 사용내역을 종사자들에게 알릴 것, 필요한 경우 노사협의체를 구성할 것 등의 내용이다.

그러나 ‘노사의 자율적 합의’라는 ‘대원칙’은 여전히 유지됐다. 여기에다 경감액을 부당 사용한 업체에 대한 처벌은 그야말로 ‘솜방망이’다. 처음 적발되면 과징금 120만원을 물고, 두 번째 적발되는 경우에는 60일 사업일부정지 처분이 고작이다. 그나마 이 제도가 시행된 95년부터 현재까지 부가세 경감분을 부당 사용한 사업주들의 처벌 건수는 과징금 10여건뿐이며 청주는 단 한건도 없다.

민택노련충북본부측은 부가세 감면액에 대해 50% 현금지급, 50% 복지비 지출을 요구하고 있다. 지난 25일 사업주들과 공동교섭(도내 14개 회사)키로 약속했으나 일방적으로 불참하는 바람에 무산되고 말았다. 사업주들이 교섭에 응하지 않을 경우 민택노련은 부가세 탈세의혹에 대해 검찰에 고발하는 한편 자치단체에 부당사용에 대한 2차 처벌을 요구할 방침이다.

택시사업주들이 자진해서 경감분을 노동자들에게 모두 돌려주지 않을 바에야, 아예 경감제도를 폐지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현재의 ‘사전적 경감제도’를 ‘사후적 환급제도’로 전환하거나, 감면세액의 관리사용을 제3의 공적기관에 맡기는 방안이다. 경감제도를 보조금 지원제도로 바꾸어 운영하는 방안도 대안으로 제시하고 있다. 모두 사업주의 자의적인 운용을 막기 위한 장치다.

지금까지 택시회사의 부당한 노무관리에 항의하며 스스로 목숨을 끊은 택시노동자의 수는 30여명에 이르는 것으로 나타났다. 모든 업종을 통틀어 가장 많은 ‘열사’가 나왔다. 지난해 2월에는 사납금 인상안에 합의한 청주 S택시 노조위원장을 조합원이 살해하는 사건이 벌어지기도 했다. 당시 1일 2교대 17만7000원(현재 15만5000원)의 사납금 인상안에 동의한 노조위원장들은 조합원들로부터 불신임을 받았고 죽음에 이르는 사고를 당하게 된 것. 살인혐의로 구속수감된 정모씨는 1심에서 징역 10년을 선고받고 항소심 계류중이다.

하루 12시간, 주 7일 근무에 평균 월소득 110여만원. 그나마 지방에서는 법에 정한 ‘전액관리제’가 유명무실화돼 ‘사납금제’의 사슬을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근무조건이 열악하다보니 택시운전을 직업으로 선택하는 사람도 줄어들고 있다. 작년도에 충북택시사업조합이 실시한 택시기사자격시험에 응시한 응시자는 2918명으로 전년도의 3716명보다 25%나 줄어든 것으로 나타났다.

이에대해 민택노련충북본부 양호석사무국장은 “이직율도 높은 직종인데 구직자도 없다보니 회사별로 택시가동률이 60% 안팎이다. 운전기사 부족하다보니 독승무(1인 1차량)도 늘어나서 서비스 개선이 어렵고 사고위험도 높아지고 있다. 전액관리제를 통한 성과급 월급제를 도입해야만 최소한의 직업 안정성이 보장될텐데, 대부분의 회사가 전액관리제 포장만 한 채 사납금제를 운영하고 있다”고 말했다.

사납금제 ‘탈세의 온상’이 되고 있다
부가세 경감제도를 통해 확인할 수 있는 택시회사의 구조적 문제점은 바로 탈세다.

청주에서 전액관리제를 실시하는 회사와 사납금제를 유지하는 회사간의 부가가치세 신고내역을 보면 이같은 의혹이 더욱 증폭된다. 지난해 2분기 택시회사별 부가가치세 납부할세액을 비교한 결과 전액관리제의 O택시가 2억1500만원(차량대수 110대) 사납금제로 운영하는 ㅁ택시는 6800만원(차량대수 110대)으로 나타났다. 똑같은 차량대수를 운행하면서 수입금이 100:35까지 차이가 난 셈이다. 2000년도 1분기의 경우 두 회사간 납부할세액의 차이가 100:60이었는데 격차가 더욱 벌어진 것이다.

전액관리제는 말그대로 운송수입금을 회사에 전액 납부하기 때문에 매출을 누락시킬 수 없다. 택시에 부착된 타코메타기를 통해 운행거리, 시간, 수입이 기록되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같은 타코메타기를 쓰는 사납금제 업체의 상대적 매출축소를 어떻게 설명해야 할까. 이에대해 일부에서는 타코메타 기록지의 폐기 가능성을 제기하고 있다.

실제로 법인택시 사업주들은 사납금 인상시비에 대해 “운전기사들의 타코메타를 분석해보면 주야 교대차량의 경우 하루평균 20만원의 수입을 올리고 있다. 따라서 현재 일일 15만5000원의 사납금은 너무 낮은 수준이었다”고 주장한다. 하지만 하루평균 20만원 수입근거를 공개하는데는 몸을 사리고 있다. 사실이 그렇다면 당연히 세금과표가 높아질 수밖에 없고 결국 사납금제는 노사가 ‘탈세공조’를 하고 있다해도 과언이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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