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여 년째 빌空자 공약…200개 현수막으로 폭발
변재일 의원 “국비 이미 확보했고, 계속 노력 중”

청주역-옥산 도로확장 논란
“이번에 첫 삽을 뜨지 못하면 또 세월만 간다”며 청원군 옥산면 주민들이 들고 일어섰다. 청주청원통합이 1년여 앞으로 다가온 가운데 청주역-옥산 간 도로확장공사를 놓고 주민들이 현장에 200여장의 현수막을 내거는 등 정치권을 상대로 압박에 들어간 것이다.

눈길을 끄는 것은 옥산주민들이 실명으로 현수막을 내걸었다는 것이다. ‘도로확장 기다리다 검은머리 파뿌리 됐다’ ‘옥산도로가 먼저 확장될까 심봉사가 먼저 눈뜰까’ ‘오랜만에 옥산 와도 여전히 밀리네’ 등 내용도 기발하다.


“2001년부터 도로확장 얘기가 나왔다. 선거 때만 되면 도로변에 빨간 깃발이 꽂힌다. 곧 공사가 시작될 거라는 기대감에 부풀지만 선거가 끝나고 나면 깃발은 쥐도 새도 모르게 사라진다. 얼마나 더 속아야한다는 얘기냐?” 주민들은 지역구 3선인 변재일 의원에게 화살을 돌렸다.

주민들이 변 의원을 채근하는 것은 변 의원이 선거 때마다 이를 공약으로 내걸었기 때문이다. 변 의원은 지난해 4.11 총선 공약집에도 ‘청주역~옥산교 간 도로확장 보상완료’를 자신의 치적으로 내세웠다. 변 의원은 또 홈페이지 <변재일의 약속>에 “청주역-옥산 간 도로를 조기에 완공할 수 있도록 지원한다”고 밝혔다.

이번 투쟁을 이끌고 있는 옥산발전위원회 한종설 운영위원장은 “변재일 의원이 ‘선거 때만 되면 국비를 확보했다’며 주민들을 들뜨게 했다. 그러나 아직 착공조차 하지 못했다. 변 의원은 지역구 의원인데다 소속 상임위원회도 국토해양위원회다. 이제는 책임지고 국비를 확보해야한다. 더구나 시장도 민주당 소속 아닌가? 과거 한나라당(현 새누리당) 시장일 때 차일피일 미루던 것은 이제 통하지 않는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한 위원장은 “주민들이 ‘국비를 확보했다’는 변 의원의 말만 믿고 2008년에는 감사패까지 줬다”고 귀띔했다.

옥산주민들이 이 구간 도로확장에 유례 없는 결집력을 보이는 것은 1년 앞으로 시군통합이 다가온 가운데 신설 구청사 등 공공기관을 유치해야한다는 절박감에서 비롯됐다. 옥산발전위 관계자는 “옥산면은 청원군 14개 읍면 가운데 유일하게 읍면 소재지가 청주와 연접해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연결도로가 차량통행량에 비해 크게 비좁아 지역발전에 걸림돌이 되고 있다. 이 도로를 확장하지 못한다면 공공기관 유치는 어렵다고 봐야한다”고 설명했다.

옥산발전위는 오영식 BBS충북연맹 총재를 상임대표로 앞세우고 임동철 전 충북대 총장, 종교계 대표 등 모두 8명으로 공동대표단을 구성하는 등 이번 투쟁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차일피일 미루다가 불신 커져

한범덕 청주시장도 책임에서 자유롭지 못하다. 한 시장이 청주청원통합을 추진하는 과정에서 사회간접자본 공약 가운데 상징적인 항목으로, 이 구간의 도로확장을 약속했기 때문이다. 한 시장은 주민들의 집단반발이 시작되자 연내 착공을 지시했다.

한 시장은 3월13일 간부회의에서 “전액 시비로 공사를 진행한다면 통합시 재정에 큰 부담이 되는 것은 사실이다. 국비확보는 계속 진행해야하지만 실제 행동으로 진정성을 보여줘야한다”고 강조했다. 한 시장은 또 3월26일 옥산발전위원회 관계자들을 청주시로 불러 청주시의 계획에 대해 설명했다. 한 시장은 이 자리에서 “국비를 확보하기 위해 주민들이 좀 더 힘을 모아 달라”고 주문한 것으로 알려졌다.

청주시는 한 시장의 지시에 따라 현재 보유하고 있는 명시 이월예산 40억원을 이용해 올 하반기에 공사에 들어갈 계획이다. 청주시는 또 올해 철도 과선교 설치에 따른 한국철도시설공단 측의 분담금 60억원을 요청하고 1차 추경에서 추가예산을 확보할 방침이다.

그러나 변재일 의원실의 설명은 이와 다르다. 변 의원은 이미 할 만큼 했고 남은 것은 온전히 청주시의 몫이라는 것이다. 변재일 의원실 관계자는 “문제의 도로는 지방도다. 도로법에 따르면 지방도는 광역단체가 관리하도록 돼있고 시구간을 통과하는 도로는 해당 시가 관리하도록 돼있다. 청주시와 청원군을 연결한다지만 90%는 청주시 행정구역에 해당된다. 따라서 전액 시비를 들여서 확장해야하는 구간”이라고 주장했다.

그렇다면 변 의원이 할 만큼 했다는 것은 무슨 얘기일까? 변 의원실 관계자는 “청주시의 재정형편이 600억원에 이르는 예산을 감당할 만큼 넉넉하지 않다는 것은 안다. 그래서 철도를 넘어가는 과선교 공사예산 166억원은 변 의원이 한국철도시설공단과 협의해 이미 확보했다. 공단은 ‘청주시가 공사만 시작하면 언제든지 단계적으로 돈을 주겠다’는 입장”이라고 설명했다. 이 관계자는 또 “변 의원은 계속해서 이 문제에 관심을 가지고 청주시를 돕고 있다. 국비로 건설하는 3차 우회도로와 관련해 정체가 가중될 수 있다는 논리로 국비 추가 확보를 협의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한편 변 의원이 철도공단 분담금을 확보했다는 주장에 대해서 청주시는 다소 이견을 보이고 있다. “분담금과 관련한 협의와 협약은 청주시가 한 것이다. 변 의원이 측면 지원을 했다고 보면 된다는 것”이 청주시 관계자의 설명이다.   


청주역-옥산 간 도로 공사가 급한 이유
옥산면민 1만명…하루 통행량은 3만대

 

옥산주민들이 청주역-옥산 간 도로를 현재 8m에서 25m로 확장해 달라고 10여년째 목소리를 높이고 있지만 정작 불편한 것은 옥산주민들 뿐만이 아니다. 옥산면의 인구는 1만명을 겨우 넘지만 이 구간의 통행량은 3만대에 달한다는 것이 주민들의 주장이다.
옥산이 고향으로 청주에 살면서 옥산에서 환희개발을 운영하는 권광택 전 충북도의원은 “2001년 청원군이 조사한 통행량이 하루 3만대다. 3~5분이면 통과할 구간이 출퇴근 시간에는 30분씩 걸린다. 이 지역 지리에 환한 나는 농로로 출퇴근을 한다”며 도로확장이 절실함을 강조했다.

앞으로 필요한 예산은 306억원

권 전 의원은 또 “도로를 이용하는 사람의 80% 이상이 청주시나 외지 사람일 것”이라며 “사실 청주청원통합과 상관없이 진즉에 확장돼야할 도로였다. 청주역에서 옥산다리를 건너서도 청주시 행정구역이다. 어찌 됐든 통합시가 출범하는 만큼 이번기회에는 반드시 확장이 이뤄져야한다”고 덧붙였다.
청주역-옥산 간 도로는 정확히 말해 청주시 흥덕구 서촌동에서 청원군 옥산면 시 경계 구간까지 2.1km 구간이다. 거리는 짧지만 확장 폭이 넓은데다 철도가 지나는 구간에 과선교를 놓아야하는 만큼 공사비가 만만치 않다. 총 620억원의 공사비가 소요될 것으로 예상되는 가운데 과선교 205m 공사에 따른 철도시설공단의 분담금 166억원은 약속받은 상황이다. 여기에다 2008년부터 시작된 보상이 95%정도 마무리됐고 148억원이 보상금으로 지급됐다. 이리저리 더하고 빼면 앞으로 들어갈 돈은 약 306억원 정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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