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건 폭로한 손인석(구속 중), 3월25일 소환 조사
이석환 차장 검사 “계속해서 확인해 오고 있던 것”

▲ 터널디도스의 영향일까? 김해 을 재보궐 선거가 열린 작년 4월 27일 오후, 창원터널 창원에서 김해 장유방향이 심한 정체를 빚고 있다. 사진=경남도민일보DB

2011년 4.27 경남 김해을 국회의원 보궐선거 당시 새누리당(당시 한나라당)이 창원터널을 막아서 투표율을 낮추려 했다는 이른바 ‘터널디도스’ 의혹과 관련해 청주지방검찰청이 본격적으로 수사에 착수한 것으로 확인됐다. 청주지방검찰청은 3월25일 터널디도스 의혹을 본보에 제보한 손인석(구속 중) 전 새누리당 청년위원장을 불러 조사를 벌였다. 검찰은 또 앞으로 임 모씨 등을 참고인 자격으로 소환할 예정인 것으로 알려졌다. 

영화에서나 나올 법한 터널디도스 의혹은 2012년 9월28일자 충청리뷰 745호 보도(인터넷 충북인뉴스 9월26일자)를 통해 세상에 알려졌다. 사건의 요지는 보궐선거 당일 노동자·회사원 등의 투표참여를 저지하기 위해 가짜 터널공사를 했다는 것이다. 이같은 공작에는 1억원이 소요됐으며, 이 돈을 자신이 현금으로 준비해 김태호 새누리당 후보 선거캠프에 전달했다는 것이 손 전 위원장의 주장이다. 손 전 위원장은 자신이 대표로 있는 건설회사가 새누리당사 보수공사를 한 것처럼 허위세금계산서를 발행해 나중에 돈을 돌려받았다.

보도 직후 이같은 투표방해 공작은 ‘터널디도스’로 회자되며 정국을 뜨겁게 달궜다. 민주통합당 등 야권은 정치쟁점화를 시도했으며, 국정감사까지 벌이겠다고 밝혔으나 한 달여 만에 시들해지면서 대선정국에 묻혀버렸다. 당시 민주당 진상조사위원장을 맡았던 양승조(충남 천안갑) 의원은 손 전 위원장에 대해 수차례 접견을 시도한 끝에 “1억원을 전달하라는 지시를 누구로부터 들었냐고 물으니 손 전 위원장이 입을 다물었다”며 “새누리당 내에 누군가 보호하려는 인물이 있는 것 같았다”고 밝힌 바 있다. 사건의 전모를 알고 있는 손 전 위원장이 입을 닫으면서 흐지부지 돼버린 것이다.

손인석의 입에 달려있다

터널디도스 의혹은 손 전 위원장이 구속된 상황에서 발화(發火)됐다. 손 전 위원장은 2012년 4.11총선을 앞두고 청주 흥덕갑에 예비후보로 등록했으나 공천을 받지 못했다. 손 전 위원장은 그러나 예비후보 선거운동 과정에서 자원봉사자 등에게 금품을 제공한 혐의로 9월24일 구속됐다. 손 전 위원장은 구속직전 기자의 권유로 새누리당의 재보선 관련 비리에 대한 진술서를 작성해 관련자료와 함께 가족에게 맡겼으며, 구속 다음 날 본보에 전달됐다. 손 전 위원장은 A4 1장에 자필로 쓴 진술서의 4분의 3분량을 터널디도스에 할애하고 나머지에는 4.27 보궐선거 당시 강원지사 선거와 10.26 보궐선거 당시 서울시장 선거에 대해 기록했다.

손 전 위원장은 진술서에서 당시 김해을 김태호 새누리당 후보캠프에게 이틀에 걸쳐 5000만원씩 모두 1억원을 전달했으며, 선거 직후 새누리당사를 보수 공사한 것으로 가장해 5000만원을 돌려받고 나머지 5000만원은 현금으로 받았다고 주장하고 있다. 다만 돈의 사용처에 대해서는 ‘들었음’이라는 표현을 사용해 눈으로 확인한 사실은 아니라는 뉘앙스를 남겼다.

손 전 위원장은 구속 후 1주일여가 지난 10월2일 청주교도소로 면회를 간 기자가 ‘터널 봉쇄계획을 누구로부터 들었냐’고 묻자 “안이요, 안”이라고 짧게 대답했다. ‘안이 안상근을 말하는 것이냐’고 재차 묻자 손으로 면회실의 녹음시설을 가리키며 고개를 끄덕였다. 여기에서 ‘안(安)’은 김태호 의원의 경남지사 재임시절 안상근 전 정무부지사를 일컫는 것이다. 손 전 위원장은 안 전 정무부지사의 이름이 기억나지 않았는지 진술서에는 ‘안??(전 경남정무부지사)’라고만 기록해 놓았다.

김태호 의원의 대학후배이자 최측근인 안 전 정무부지사는 보도 이후 각종 언론인터뷰에서 “돈을 받은 사실도 없고, 손 씨의 진술 자체가 무슨 말인지 모르겠다. 허무맹랑한 이야기”라고 일축했다.

▲ 허위공사계약서와 전자세금계산서. 그리고 5월3일 공영토건으로 앞으로 공사대금이 입금된 내역.

돈세탁 증거 명백하게 존재

그렇다면 언론에 노출된 지 6개월이나 지난 사안에 대해 검찰이 본격수사에 나선 이유는 무엇일까? 이석환 청주지검 차장은 “작년 후반기에 터진 일이지 않나. 관련된 부분을 계속해서 확인해오고 있었다”고 밝혔다. 양승조 민주통합당 진상조사위원장도 “예상 외로 문제가 커지지 않았지만 경천동지할 사건이었다. 검찰 내부에서도 비중 있게 받아들였을 것이다. 어떤 식으로든 마무리지어야할 사건”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수사가 어느 선까지 미칠지에 대해서는 예상하기 어렵다. 일각에서는 박근혜 정부가 지난 정권과 선긋기를 하면서 거물급 친MB 정치인에게까지 불똥이 튈 수도 있다는 관측을 내놓고 있다. 돈세탁에 이용된 것으로 보이는 새누리당사 보수 표준도급계약서가 원희룡 당시 사무총장의 날인으로 작성됐다는 점에서 원 전 의원을 겨냥하고 있다는 얘기다. 원 전 의원은 다음달 실시되는 서울 노원병 보궐선거 후보로  거론되고 있으나 본인은 고사하고  있는 상황이다.

손인석 전 위원장이 또다시 덤터기를 쓸 거라는 분석도 있다. 손 전 위원장은 지난해 9월24일 구속된 이후, 이른바 <Crime to guilty>를 통해 정우택(청주 상당·새누리) 의원을 비방한 혐의가 추가돼 2월6일 1심 공판에서 징역 1년6월, 벌금 100만원을 선고받았다. 여기에다 예비후보 선거운동 당시 새누리당 당원명부를 불법으로 입수한 건과 관련해서도 법원이 정식재판에 회부하는 등 잇단 법화(法禍)에 휘말리고 있다. 이번 건의 경우에도 김태호 의원 측에서 혐의를 부인하고 가짜 터널공사를 진행한 정황을 구체적으로 밝혀내지 못할 경우 손 전 위원장이 구성한 사건으로 마무리될 수도 있다.

그러나 새누리당사를 허위로 공사하고 돈을 돌려받은 것과 관련해 공사계약서, 세금계산서, 통장내역 등이 존재한다는 점에서 최소한 돈세탁이 이뤄진 경위와 돈의 흐름은 드러날 수밖에 없을 것으로 보인다.


“쇼핑백 전달 심부름, 사실대로 말하겠다”
검찰 참고인 조사 앞둔 임 모씨

 

손인석 전 위원장의 진술서에 따르면 5000만원씩 이틀에 걸쳐 모두 1억원이 김태호 캠프로 갔다. 그 중 하루 심부름을 한 사람이 임 모씨다. 임씨는 손 전 위원장의 예비후보 불법선거운동과 관련해 구속됐다가 2월6일 집행유예로 풀려났다.

임씨는 “구속 중이던 지난해 10월 중순 검찰에 불려가 터널디도스와 관련된 조사를 받은 적이 있다”고 밝혔다. 하지만 조서를 만들지 않는 등 정식조사는 아니었던 것으로 기억하고 있다.

임씨는 “당시 검사에게 ‘선거판에서 쇼핑백을 직접 가져다주라면 그게 돈이라는 것은 초등학생이라도 아는 것 아니냐’고 반문했다”며 “이번 조사에서도 사실대로 말하겠다”고 밝혔다. 임씨는 또 “안 전 정무부지사를 찾았으나 자리에 없어서 그 밑에 책임자에 쇼핑백을 준 것 같다. 쇼핑백에 신문지로 싼 것이 돈이라는 것은 충분히 짐작할 수 있었다”고 덧붙였다. 임씨는 3월29일 검찰에 참고인으로 출두할 예정이다.        

저작권자 © 충북인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