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용철 취재2팀 기자

충북 도내에 거주하는 중국 유학생들의 유민(流民)화가 퍼지고 있는 실정을 취재하면서 제일 먼저 든 생각은 사회적 문제로 커질까 하는 걱정보다 그들에 대한 미안함이었다. 중국인 유학생들을 돕는 한 관계자의 말을 듣고 있노라면 심각함 그 이상이었다.

그가 만난 중국 유학생들 일부는 한국이란 나라는 이가 갈리며 희망이 없다고 말했다고 한다. 그에 따르면 멀리 타국 만리 유학은 왔지만 언어도 달리고 취업도 마음 놓고 할 수 없는지라 이래저래 패닉 상태에 접어드는 유학생들이 많다. 이들이 안정적으로 공부에 전념할 수 있도록 체계적인 언어교육 프로그램 진행과 국내 취업과 사회적응 프로그램 양성화가 절실한 시점이다.

이 관계자는 “중국유학생들은 국내에 거주하는 중국노동자보다도 더 불리한 상황이다. 취업 사각지대에 놓여 있다”며 “이들은 마치 낯선 한국 땅에서 파도 앞에 맨몸으로 서 있는 것과 같다. 현재 사회적 안전망이 없는 상태에 버려져 있다”고 안타까워했다.

그는 또 매년 지자체에서 진행하고 있는 중국인 유학생 페스티발에 대해 ‘기만적이고 전시적인 행정’이라고 강도 높게 비판했다.

그는 “화려하지 않아도 실질적으로 그들에게 도움을 줄 수 있는 작은 프로그램이 필요하다. 페스티발 예산의 10분의 1만 투자해도 그들을 위한 국내 교육 적응 프로그램 만들 수 있다”고 강조했다.

그를 통해 취재 과정에서 만난 세 명의 중국 유학생들은 한국, 한국인에 대해서 아픔과 상처 그리고 불평과 분노가 많았다. 자신들을 무시하고 우습게 여기는 이들이 있다는 피해의식 때문이었다.

인터뷰를 하면서 이들이 상처와 불만들을 끄집어 놓을 때, 만약 내가 타국에서 이들이 말하는 이런 대접을 받았다면 나는 어땠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마치 내가 이들에게 그렇게라도 한 것인 양 더욱 미안하고 또 부끄러웠다.

진심이 통했던 걸까. 경계의 눈빛을 보였던 이들이 조금씩 마음을 열리기 시작했다. 이후 1시간 넘게 진행된 인터뷰는 시종일관 밝게 웃으면서 즐겁게 진행됐다.

인터뷰가 끝난 뒤, 이들을 본사에서 오는 6월에 주최하는 뮤지컬 행사에 초대하기로 약속했다. 행사 때 내게 몇 장 주어지는 티켓의 일부를 나누면 된다. 덕분에 이들과 카카오톡 친구도 될 수 있었다.

모두 ‘뜻밖의 선물’에 함박웃음을 짓는다. 나 또한 밝은 미소로 화답했다. 고단한 타국 유학 생활에서 얼마 만에(어쩌면 처음) 맛보는 문화행사 관람이겠는가.

이들이 나의 작은 정성을 통해 대한민국이 그렇게 당신들을 무시하고 나쁜 나라는 아니라는 사실을 알았으면 좋겠다.
이들에게 한국인의 따뜻한 배려와 나눔이 전해질 때, 이들이 한국 유학 생활에서 좋은 기억을 많이 가지고 돌아간다면 보이지 않는 한국의 친선 홍보대사가 되지는 않을 런지 우리 모두 한번쯤은 생각해 봤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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