복지의 최전선 스웨덴 사회를 생생하게 보여주는 <우리가 만나야 할 미래>

윤송현
청주시의원

서점에서 <우리가 만나야 할 미래>를 펼쳐든 순간부터 나는 책을 덮을 수가 없었다. 계속 읽기는 힘들었다. 감정을 추스를 수가 없어 먼 산을 바라보고, 차를 마시고 그리고 다시 책장을 넘겼다. 그렇게 책장을 덮고 나자 긴 터널을 빠져나온 듯했다. 앞이 보였다. 새로운 희망이 생겼다. 지구상에 우리가 만나야할 미래를 현실로 만들어가고 있는 사람들이 있다는 것. 그 때부터 나는 그 희망을 나누기 위해 이 책을 알리기 위해 뛰기 시작했다.

저자 최연혁교수는 스웨덴의 남스톡홀름 대학 정치학과 교수이다. 스웨덴에 있는 유일한 한국인 교수라고 한다. 비교정치학을 전공한 저자는 자연스럽게 스웨덴의 정치와 한국의 정치를 비교하게 됐고, 스웨덴을 한국에 소개하기 위해 노력해왔다. 몇 해 전부터는 한국의 혁신적인 정치지도자들을 스톡홀름으로 불러 스톡홀름포럼을 운영해오고 있다고 한다. 그런 과정에서 얻은 지혜로 우리들에게 스웨덴 사회를 좀더 생생하게 소개하려고 이 책을 쓴 것이다.

우선, 이 책은 누구나 편하게 쉽게 읽을 수 있을 것 같다. 저자는 정치학과 교수로서 스웨덴의 많은 정치인을 인터뷰하면서 그들이 어떻게 일하는지, 그들이 정치를 어떻게 생각하고 있는지를 보여준다. 또, 일상 생활 속에서 만나는 많은 스웨덴 사람들을 인터뷰하면서 국가의 정책이 스웨덴 사람들의 삶에서 어떤 역할을 하는지를 생생하게 보여준다. 그 하나 하나의 이야기들이 꿈같아서 눈물겹다. “우리도 이래야 하는데…”

‘스웨덴은 복지제도가 잘 되어 있는데, 그것은 국민들이 세금을 많이 내기 때문에 가능한 것이다. 우리나라는 세금을 많이 걷지 않기 때문에 스웨덴처럼 되기는 힘들다’ 그동안 줄곧 이런 생각에 갇혀 있었다. 그리고 스웨덴을 근본이 다른 먼 나라로만 여기고 흘려들었다.

실제로 스웨덴은 국민의 세금부담이 세계에서 가장 많은 나라에 속한다. 부유층은 최대 소득의 60%, 저소득층도 소득의 29%를 세금으로 부담한다. 간접세인 부가가치세도 25%에 달한다.

그런데, 이 책의 저자는 이러한 조세정책이 아주 옛날부터 높았던 것이 아니라 1930년대 이후 꾸준히 추진된 것임을 알려준다. 스웨덴 사람들에게는 국가에서 조세부담을 높여오는 과정에서 세금을 내면 다시 국민들에게 돌아올 것이라는 것을 믿음이 있다고 한다. 정책을 입안하고 집행하는 정부와 정치인을 믿는 것이다. 우리 국민의 조세에 대한 감정을 생각하면 바로 이것이 매우 중요한 문제라는 것을 알 수 있다.

정치쇄신을 통해 복지국가 이루다

그렇다면 스웨덴 국민들은 어떻게 정부와 정치인을 그렇게 신뢰하게 된 것일까? 저자는 정치인들에 대한 인터뷰를 통해 정치인에게 특권이 별로 없고, 책임감은 매우 높다는 것을 보여준다. 국회의원이 개인보좌관이 없고, 승용차 지원도 없어서 대중교통으로 출퇴근하고, 일주일에 평균 60시간 이상을 일하기 때문에 가족과 같이 보내는 시간도 별로 없다.

일은 많이 해야 하고, 조금이라도 부정이나 잘못이 없으면 신랄하게 비판을 받는다. 그래서 4년 임기를 마치면 30%가 자발적으로 물러나고, 정치권에서는 새로운 정치인을 발굴하기가 어렵다. 유력한 총리후보자로 거론되는 사람들이 자기는 적임자가 아니라며 스스로 물러난다.

협의를 존중하는 정치도 인상적이다. 노사가 서로를 인정하고 존중하는 대타협의 전통. 노동자들이 스스로 노동자들 간의 임금격차를 줄이기 제안한 연대임금제. 소수정당을 배려하는 의회정치.

책을 읽으면서 저절로 우리의 정치현실과 비교가 된다. 여기서 저자는 스웨덴이 우리가 이룰 수 없는 머나먼 나라의 이야기가 아님을 강조한다. 스웨덴은 1930년대 이후 정치쇄신을 통해 지금의 복지국가를 이루었다는 점. 국민들의 정치의식을 높이기 위해 끊임없이 노력해온 점. 정치인의 책임감을 높여서 국민의 신뢰를 확보하기 위해 노력해 온 점 등이 인상적이다.

많은 사람들이 스웨덴의 복지제도에 배워야 한다고 말한다. 그러나 복지제도 이전에 더 중요한 것이 바로 정치에 대한 국민들의 신뢰를 얻는 것이라는 점이 이 책을 읽은 결론이다. 정치개혁을 통해 정치인의 특권을 줄여나가야 한다.

그리고, 정치에 대한 국민의 감시를 강화해야 하고, 정치인의 책임을 높여나가야 한다. <우리가 만나야 할 미래>는 사람들의 노력으로 사람들이 더불어 살아가는 이상이 실현된 모습을 보여준다. 그리고, 그것을 위해 지금 우리가 무엇을 해야 하는가를 말하고 있다. 한 권의 책이 사람을 바꾸고, 세상을 바꿀 수 있다.

●신간소개

그리스 인생학교
조현/ 휴/ 1만6000원

<나를 찾아 떠나는 여행>, <인도 오지 기행>, <운둔>, <하늘이 감춘 땅> 등 스테디셀러로 자리 잡은 저자의 대표도서에서 알 수 있듯이, 그동안 동양문화의 원류로 그리스 문화에까지 영향을 미쳤던 인도와 이집트, 이스라엘과 티베트, 중국과 우리나라의 오지 기행 등 방대한 지역을 순례하며 정신의 원형을 탐구했던 저자가 이번에는 살아 있는 역사와 신화의 땅, 그리스로 향했다.

뱅크. 1: 부익부 빈익빈
김탁환/ 살림/ 1만2000원

100년 전 일제와 조선 스페셜리스트 간의 화폐전쟁을 그린 김탁환의 소설 <뱅크> 제1권 <부익부 빈익빈>. ‘자본’이라는 화두를 탐구하기 위해 100년 전 민족 자본이 시작되려 했던 시점으로 돌아가 근대 자본의 얼굴들을 만난다. 작가는 인간의 탐욕과 자본의 속성을 투시하면서, 치열하고 박진감 넘치는 복수극을 만들어냈다.

오래된 서울
최종현, 김창희/ 동하/ 2만원

<오래된 서울>은 우리가 제대로 인식하고 있든 아니든 서울의 원형을 추적하는 책이다. 우리가 살아가는 오늘의 서울이자 우리가 볼 수 있을지 알 수 없는 내일의 서울이기도 한 서울의 모습을 살펴본다. 서울이 얼마나 깊고 넓은 여러 층위들을 포괄하고 있는지 알아보며 오늘 우리 삶의 다양성을 해명하고 서울의 미래의 가능성까지 보여주고자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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