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체제작 비행기로 400시간 비행, 도전하는 인생 백승왕 씨

인스토리의 주인공 백승왕(62) 씨는 한마디로 표현하기 어려운 인물이다. 그래도 굳이 한마디로 표현하자면 돈키호테 같은 인물이라고 해야 할 것 같다. 깨지고 부서져도 포기할 줄을 모른다. 누군가를 그를 미쳤다고 할지도 모른다.

5년 전 백 씨는 큰 사고를 당했다. 오른팔만 20군데나 부러졌고, 갈비뼈 등 30여 곳이 골절됐다. 이 모든 게 백 씨가 취미로 타는 초경량비행기 때문이다. 10여 년간 400시간을 비행한 백 씨는 2008년 속리산 인근을 비행하다 장애물에 걸려 추락했다. 등산객들의 구조요청으로 간신히 목숨을 구하기는 했지만 1주일 이상 혼수상태에 빠질 정도로 중상을 입었다.


백 씨가 추락 사고를 당한 것은 네 번째다. 백 씨는 “처음에는 뭣도 모르고 추락해 크게 다쳤지만 이제는 덜 다치는 법을 터득했다”고 대수롭지 않게 말했다. 마지막 사고 이후 비행기가 완파돼 더 이상 비행을 하지 못한 그는 다시 비행을 준비하고 있다.

“이제는 나이도 있고 하니 비행기를 사서 해야지.” 그랬다. 백 씨가 탔던 비행기는 안전성검사 등을 거치지 않는 ‘메이드 인 백승왕 표’ 비행기였던 것이다.

배를 타고 하늘을 나는 무모함

더욱 놀라운 것은 기체를 구성하고 있는 부품 대부분이 재활용이라는 점이다. 이착륙 시 안전을 책임지는 바퀴는 스쿠터 바퀴로 대체했고, 엔진은 하늘을 나는 용도가 아닌 보트엔진을 가져다 썼다. 연료탱크는 다 쓰고 버린 화학약품통을, 브레이크 시스템은 오토바이에서 가져왔다. 날개도 천을 사고, 쇠파이프를 잘라 꿰맸다.

백 씨는 “우연히 초경량비행기의 설계도면을 얻게 됐다. 누구나 하늘을 날고 싶어 하지 않나? 나도 어릴 때부터 그랬다. 설계대로 만들면 당연히 날 거라고 생각해 두려운 건 없었다”고 태연하게 말했다.


심각한 문제는 또 있었다. 백 씨는 비행기술을 배운 적도 없고, 자격증도 없다. 책을 통해서 익힌 기술로 처녀비행을 한 것이다. 백 씨는 “지금이야 자격증도 발급하고, 교육기관도 있지만 당시에는 배우고 싶어도 배울 데가 없었다”고 설명했다.

그가 첫 비행에서 성공했을까? 아니다. 당연히 추락했다. 갈비뼈가 부러지는 중상을 입었다. 이후로도 추락하기를 여러 번, 하지만 다시 시도했고 지금은 베테랑 조종사가 됐다.

백 씨는 위험한(?) 에피소드도 공개했다. “10여 년 전 한 방송사에서 취재를 했다. 당시 제작진과 리포터에게 내 비행기가 프랑스 제품이라고 말했다.” 당시 촬영 중에 리포터와 동승해 하늘을 나는 내용이 있었는데 직접 제작했다고 하면 타지 않을 것 같아서 그랬다는 것이다. 다행히 비행은 성공이었다.

목숨을 건 비행을 하는 남편과 아버지를 바라보는 가족들의 심정은 어떨까. 백 씨는 “세상에는 머리로 이해하려고 해도 이해하지 못하는 일들이 매일같이 벌어진다. 나 같은 사람과 어떻게 살까하겠지만 살만하니까 사는 거다”며 특유의 넉살 좋은 웃음을 지어 보인다.

하나부터 열까지 직접 제작

▲ 백승왕 씨가 직접 제작한 초경량비행기. 현재는 부서지고 없다. 사진은 CJB청주방송 ‘아이러브충북’캡처사진.
어릴 때부터 유난히 기계에 대해 관심이 많았던 백 씨는 유압기계 전문가다. 군에서 제대한 뒤 대한항공에서 근무하기도 했던 그는 불의의 사고로 다리가 불편해진 뒤 고향으로 내려와 카센터를 운영했다. 현재는 프리랜서로 일하며 조그만 연구실 겸 작업실을 얻어 개인 작업에 몰두하고 있다.

기계에 관한한 A부터 Z까지 모르는 게 없지만 실상 그는 전문적인 교육을 받지 않았다. 학력도 고등학교 졸업이 전부다. 백 씨는 “어릴 때부터 관심을 갖고 책으로 배웠다. 이제는 몸에 배어 척보면 기계의 원리를 알 수 있다”고 호언했다.

최근 그가 관심을 갖는 것은 보트다. 이미 작업실 한편에 보트를 만들기 위한 장비들을 들여놨다. 크레인과 같은 중장비도 여기저기서 구한 재료로 직접 만들었다.

그는 마지막으로 굳게 잠긴 또 하나의 작업실을 열어보였다. 작업실 중앙에는 기계치인 취재진이 보기에도 범상치 않아 보이는 물건(?) 하나가 자리 잡고 있었다. 지난 2년간 그가 공을 들인 장치로 올 연말이면 완성된다고 설명했다. 취재진의 궁금증에 그는 “세상을 바꿀 수도 있는 기계”라며 의미심장한 웃음을 지어보였다. 황당한 답변이지만 그의 표정에서 믿는 구석이 느껴지는 이유는 왜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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