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자 콩 옥수수 최저가격보장제로 농민들에게 평당 1만원 수익보장
전국 콩 생산 2.4% 차지, 최고가로 수매·면적당 수확량도 80% 높아

농협이란 무엇일까? 농업협동조합의 준말인데 아마도 많은 사람들에겐 은행의 개념이 더 친숙할 것이다. 농협은 금융기관으로서의 역할을 수행한다. 그러나 이는 농협의 본질이 아니다. 다만 존속을 위한 수익사업의 한 수단에 불과하다. 진짜 본질은 농업에 종사하는 농민들이 더불어 살수 있도록 바탕을 제공하는 농민공동체의 기능이다.

그러나 현실의 농협은 수단과 본질이 전도됐다. 수단에 불과한 금융기관의 역할은 비대해졌지만 농민공동체의 농협은 왜소하다. 심지어는 농민을 등쳐먹는 곳이라는 비난까지 등장한다.

괴산군 불정면과 감물면을 사업지역으로 하는 불정농협이 각광을 받고 있다. '좋은 농협'의 표본으로 알려지면서 전국각지에서 사람들이 몰려든다. 일주일에 두세곳에서 기본적으로 방문한다. 유명세는 바다를 건넜다. 지난해 11월에는 일본의 농업협동조합 관계자 30명이 이곳을 찾았고 지난 22일에도 일본의 농민운동가들이 이곳을 찾았다.

2013년 충청리뷰가 기획하고 있는 '공동체 운동이 답이다' 두번째 순서로 불정농협을 찾았다. 도대체 이곳 불정농협에서 무슨 일이 벌어진걸까. 3회에 걸쳐 불정농협의 사례를 연재한다. /편집자

▲ 불정농협의 남무현 조합장. 2004년에 조합장에 당선된 돼 현재까지 직을 유지하고 있다. 지난 선거때는 무투표로 당선이 될 정도로 조합원들로부터 농협의 개혁을 이끌어 냈다는 평을 듣고 있다.

“평당 1만원 소득 책임질테니 생산만 하십시오”

불정농협은 감자, 콩, 옥수수에 대해선 최저가격을 보장해준다. 전국 최초다. 300평당 친환경농산물은 최저 350만원을 보장하고 일반 농산물도 250만원을 조합이 보장한다. 평당 수확량매출이 7000원이 되면 현상을 유지하고 1만원이면 농사로 생계를 유지할 수 있다는 것이 농민들의 평가다. 이런 상황에서 평당 최저가격으로 1만원을 보장해준다는 것은 농민에겐 꿈같은 이야기다.

불정농협은 관내에서 생산되는 주품목인 대학찰옥수수, 감자, 콩을 전량수매한다. 벼(추청)역시 100% 수매한다. 연초 영농법인별로 계약서를 쓰는데 조합원은 생산면적과 생산량만 적어내면 조합이 모두 수매한다. 계약서에 매입가격을 적지 않는데 그 이유는 조합이 우리나라에서 제일 높은 가격에 팔아준다는 사실을 조합원들이 잘 알고 있기 때문이다.

고추는 2008년까지는 조합에서 수매했는데 2009년 괴산고추조합공동사업법인이 설립된 이후에는 고추법인을 통해 농가 희망량 대부분을 매입하고 있다. 과수는 복숭아가 주로 생산되는데 햇사레 브랜드로 계약 재배해 출하한다. 참깨, 들깨, 팥 같은 잡곡류도 농가가 희망하는 만큼 농협이 자체매입하고 있다. 애호박, 오이, 배추 같은 채소류는 조합의 주 취급품목은 아니지만 조합이 다팔아준다. 마을집하장에 가져다 놓으면 호박 한상자라도 조합차가 실어다 도매시장에 내다팔고 정산해준다.

대한민국 콩값은 불정농협이 결정

2004년 현 남무현 조합장이 취임 할 때만 해도 이 지역 농민들은 연간 18만 가마의 쌀을 생산할 정도로 주 경작물로 로 벼를 재배했다. 하지만 이제는 연간 생산량이 2만5천 가마에 불과하다. 단위면적당 수익이 적은 쌀을 대신해 불정농협은 콩을 선택했다. 그렇게 재배를 시작했던 콩이 지금은 연간 2000톤에 달한다.

단위농협에서 생산하는 콩 수확량만 보더라도 전국1위고 전국생산량의 2.4%에 달하는 수치다. 지난해에는 18억원에 달하는 콩 선별기계를 들여와 처리과정을 자동화했다. 콩재배로 단일화하고 연구한 재배기술을 축적하다보니 단보(300평)당 콩 전국평균 수확량 은 180kg인데 이곳은 300kg을 수확한다. 특별히 재배할 작물이 없어서 시작한 콩이 대표적인 소득 작물로 변한 것이다.

현재 불정농협의 콩 판매가격은 국산 콩시장에서 사실상 기준가격 역할을 하고 있다고 남 조합장은 설명한다. 특히 자동화된 선별시설로 가공업체가 추가선별과정이 필요 없을 정도로 꼼꼼히 선별할 뿐만 아니라 단일품종, 대규모 물량공급이라는 업체의 요구를 충족할 수 있는 거의 유일한 농협이기 때문에 다른 농협이나 대상들도 불정농협의 수매예시가격을 따르게 됐다는 것이다.

불정농협 방문은 성지순례

지난주 남무현 조합장은 2개의 기관이 주최한 행사에서 사례를 발표했다. 20일에는 충남발전연구원이 ‘협동조합, 어떻게 바라볼것인가’ 주최한 토론회에 나섰고 22일에는 (재)지역재단(이사장 정영일)은 서울 양재동 aT센터에서 ‘자치와 협동, 새로운 주체를 만들자’를 주제로 창립 9주년 기념 심포지엄에 토론자로 나섰다. 불정농협의 사례를 참고하기 위한 각지에서의 방문도 끊이질 않는다. 일주일에 적어도 두팀 이상의 방문객이 찾아온다.

이미 불정농협은 협동조합의 가장 모범적인 성지가 된 것이다. 불정농협에는 재미난 사례가 많다. 지난해에는 흑자를 많이 낼 것 같아 불정농협이 운영하는 주유소에서 판매하는 농민유를 원가이하로 판매해 흑자규모를 줄였다. 남 조합장은 말한다.

농협에서 조합원인 농민을 ‘대상으로 볼거냐, 참여의 주체이자 주인으로 볼 것이냐’에 따라 농협의 질이 달라진단다. 협동조합은 좋은 모습은 이상이지만 그 꿈을 추구하기 위해 변화를 시작했고 농민의 참여가 시작되면서 지금의 불정농협이 만들어 졌다고 설명했다.

불정농협(조합장 남무현)은 충북 괴산군 불정면과 감물면을 사업영역으로 하고 있다. 이 지역은 전체면적의 64%가 임야로 되어 있는 전형적인 준산간 마을이다. 2012년 현재 불정농협의 조합원수는 1,626명에 불과하다. 이는 농촌형조합 전국평균 1,754명에도 못 미치는 작은 농협이다. 하지만 불정농협은 작지만 강하다. 지난해 경제 사업량은 자그마치 311억원이다. 농촌형조합 전국평균 243억원에 비해 21.9%나 높다.

2012년 불정농협의 판매사업 규모는 201억원에 달했다. 2004년 불정농협의 판매사업규모가 120억원 수준이었다는 사실을 고려하면 규모면에서 2배 가까운 성장을 이루었다. 특히 중요한 변화는 판매사업의 질이 달라졌다는 점이다. 2004년만 하더라도 판매사업의 대부분은 수탁사업이거나 추곡수매와 같은 정부수매 대행이었다. 하지만 불정농협의 자체판매사업은 성장을 거듭하여 2006~2008년까지 20억~30억 수준에서 2009년 94억원으로 비약적 성장을 이뤘다. 그리고 지난해 145억원으로 증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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