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원군서만 1036명…임대농·소작농은 보상도 못받고 '유랑'

▲ ‘개인땅 훔쳐신고 풀심고 나무심냐 울아동 터진다’. ‘울아동’이 아니라 ‘울화통’이 맞춤말이다. 충주시 앙성면 영죽리의 한 농민이 속마음을 담아 현수막을 걸었다. <사진출처 ‘채색’ 의 블로거>
이명박 정부가 34만개의 일자리를 창출할 것이라고 공언했던 4대강 사업은 일부의 농민에겐 삶의 터전을 빼앗는 역설을 불러왔다. 조정식(민주통합당)의원이 공개한 국토해양부 '지차체 하천점용 경작지 현황/사업구간 내 사유지' 자료를 보면  금강 유역에서만 5495명의 농민이 1970㎡의 하천둔지 농지를 잃었고 전국에서 2만4000여 명의 농민이 토지를 잃었다. 충북 청원에서는 1036명의 농민이 하천부지 농지에서 밀려났다. 토지 경작권을 소유한 농민에게 보상이 이뤄졌지만 임대농이나 소작농에겐 아무런 보상도 없었다.
농민뿐만 아니라 4대강에서 내수면 어업으로 생계를 이어가던 1만2000명의 어업인들도 타격을 받았다. 2009년에는  충북 단양군에서 내수면 어업에 종사하는 어민 6명이 단양-가곡 도로건설공사로 인한 수질오염으로 인해 어획량이 감소하는 등 재산피해가 발생했다며 중앙분쟁조정위원회에  손해배상을 청구하기도 했다.
경작이 금지된 하천부지엔 자전거도로가 건설되고 축구장과 캠핑장이 들어섰다. 미호천 둔치엔 농업용이 아닌 관상용 밀과 보리도 심었다. 그러나 이 시설을 이용하는 사람은 그리 많지 않다. 이러는 사이 농지를 잃은 농민은 생계 자구책을 찾아 나섰다. 땅을 찾아 헤매던 농민들이 원 터전을 떠나 이곳저곳에서 농사를 짓는다. 이들은 스스로를 ‘유랑농민’이라 부른다. 다음은 스스로를 유랑농민이라 부르는 한 농민의 이야기다. 다만 이 농민은 사진촬영을 원치 않았다.
<편집자>

4대강으로 유랑 농민된 김남재씨

▲ 미호천 하천부지 농지의 대파 수확. 청원군에서만 하천 둔치 경작농민 1036명이 땅을 잃고 유랑농민이 됐다.
청원군 강외면 오송리, 궁평리, 서평리 마을은 대대로 풍요로운 마을로 알려져 있다. 오송 들녘으로 불리는 넓은 들과 미호천을 끼고 150만㎡의 드넓은 하천부지가 펼쳐 있어 농사지을  땅 걱정이 없는 마을이다. 논과 밭이 미호천을 끼고 궁합을 이루고 있으니 농사짓기엔 맞춤이다. 땅이 넓다보니 부농도 많았다. 이곳 대부분의 농민들은 기업농으로 불려질 정도로 경작규모가 크다. 하천부지에서 대파, 감자, 당근, 배추를 대량으로 재배했고 파종기와 수확철이 되면 청주에서 수백명의 인부를 실어 나르는 승합버스가 장사진을 이뤘다.

김남재(49)씨는 서평리에 농산물 보관창고를 두고 20년째 농사를 짓고 있다. 미호천 물길을 따라 끝없이 펼쳐진 하천부지에서 20년째 감자만 재배했다. 본인 땅이 거의 없는 김씨가 이렇게 큰 농사를 지을수 있었던 것은 3.3㎡당 1000원의 도지만 지급하면 사용할 수 있는 미호천의 하천부지가 있었기 때문에 가능했다. 김씨는 올해도 어김없이 8만2000㎡의 땅에 봄 감자를 심었다.

미호천이 4대강 사업에 포함돼 경작이 금지된 이후로 김씨의 생활은 감자농사를 한다는 것 이외에는 모든 것이 바뀌었다. 4대강 사업이후로 하천부지처럼 대규모 밀집해 있는 땅을 구하기는 하늘에 별따기가 됐다. 서평리 인근에 도지를 얻기는 거의 불가능했다. 감자농사만 지어왔던 그는  그가 생존하기 위해 선택한 것은  ‘유랑농’.  감자농사를 지을 수 있는 땅을 찾아 헤맸다. 그래서 올해 김씨가 구한 곳은  세종시 봉암리, 공주시 우성면, 진천군 덕산면, 음성군 금왕읍에 위치한 밭이다. 

일반노지, 도지 비싸고 생산량 저하
유랑농이 되면서 어려움은 가중됐다.  하천부지 3.3㎡당 1000원의 도지를 주면 얻을 수 있었지만 일반 노지의 도지는 기본이 1500원이다. 하우스 농사가 밀집해 있는 지역은 2000원을 주어야 한다. 하천부지에 비해 일반 노지에서 농사를 지어보니 수확량이 15% 정도 떨어졌다. 파종기와 수확기에는 하루 2,30명의 일꾼이 필요한데 사람 구하기도 더 어려웠다. 청주에서 사람을 구해서 1시간 30분 정도 소요되는 금왕까지 일꾼을 모셔가야 했다. 운송경비도 추가되고 그만큼 일하는 시간이 줄어들었다.

경작지가 떨어져 있고 소규모다 보니 갈수기 때 급수시설 같은 기계화된 장비를 설치하는 것도 어려웠다. 그만큼 일하는 사람이 더 늘어난 것이다. 불행히도 지난해 감자 값이 예년에 비해 60% 정도로 떨어졌다. 그래서 김씨는 고민이다. 20년동안 지어왔던 감자 이외에 다른 작물로 전환할까를 생각중이다. 떠돌이 유랑농민이 아니라 한곳에서 정착해 농사를 짓고 싶지만 그가 헤쳐 나가야 할 난관은 이만저만이 아니다.

 "재난영향평가도 안 거친 사업, 중대한 흠결"
재난관리 전문가 이재은 교수, 절차상 하자 이유로 4대강사업 반대

▲ 이재은 청주충북환경연합공동대표, 충북대학교 행정학과 교수
“행정학자로서 갈등도 있었다. 대통령이 후보시절 공약으로 내걸고 당선된 만큼 이 사업을 시행하는 것은 이론상으론 아무런 문제가 없다. 다만 대통령공약사업이더라도 정해진 절차를 따라야 한다. 그런데 이명박 정부는 재난관리법에 규정된 환경영향평가등 재난관리에 과한 평가를 제대로 거치지 않았다. 4대강 사업은 중대한 절차상의 흠결이 있는 사업이 분명했다”.

이재은(청주충북환경운동연합 대표) 충북대학교행정학과 교수가 4대강사업을 반대하게 된 입장을 밝혔다. 반대입장의 편에 서게 된 것은   환경적인 관점보다 행정학자로서 또 재난관리전문가의 판단에 기초한 것이라는 것. 

이 대표의 말에 따르면 국토의 큰 변화를 가져오는 공사에서 필히 재난영향평가를 해야 하는데 4대강 사업은 평가 없이 사업을 시작했다는 것이다. 반대입장을 공식 표명하는 과정에서 이 대표는 행정학자로서 갈등했다고 전했다. 대통령의 공약이었던 만큼 행정학자의 입장에서 공약사업을 시작하는 것은 당연할 수밖에 없었다는 것. 환경적인 측면 입장에서 부정적인 의견이 있었지만 행정학자의 입장에선 4대강사업 추진을 이해할 수 있었다는 것이다. 하지만 그는 결국 4대강 사업을 반대하는 전국교수선언에 참여했다. 이 판단도 역시 행정학자인 동시에 국가재난관리의 전문가의 입장으로 판단했다고 설명했다. 4대강 사업이 법에 정해진 절차를 무시하고 진행됐다는 것이다.

이 대표가 재난관리 분야 전문가의 입장을 강조하는 것은 다 이유가 있다. 이 대표는 국내 행정학 교수 중 이 분야로 석·박사 학위를 받은 몇 안되는 학자다. 이런 전문성을 인정받아 2010년 대통령실 국가위기관리센터 정책자문위원장을 맡기도했다. 2007년에는  박원순 서울시장이 대표로 있었던 희망제작소의 초대 재난관리연구소장을 맡아 2년 동안 29번의 세미나를 진행하기도 했다.

한편 4대강 사업의 환경평가는 2009년 6, 7월 각 강별로 시작되어 불과 4~5개월 만에 초안, 보안, 협의 과정이 모두 완료되었다.  공사가 구체적으로 어떻게 진행될 것인지 계획도 나오지 않은 상태에서 30일만에 진행된 것도 있다.  이 때문에 4계절 조사를 원칙으로 한다는 환경영향의 가장 기본적인 원칙조 무시했다는 비판과 불법성 시비가 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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