近- 53개 리 접경... 충남 30, 강원 28 보다 많아
遠- 문장대·용화 등 온천 개발 ‘땟물 시비’ 30년
怨- 행정구역 마찰 빈번…도계지역 지명 논란도

충북과 가장 밀접한 광역 자치단체는 어딜까? 심정적으로는 함께 충청권에 속해있는 충남 또는 대전일 것이다. 그러나 현실은 이와 다르다. 이른바 도계(道界)를 기준으로 맞닿은 길이가 가장 긴 곳은 다름 아닌 경북이기 때문이다.

실제로 타 시도와 경계를 이루는 충북의 도계마을은 166개 리(里, 2개 동 포함)다. 이 가운데 경북과 접한 리는 53개로 전체의 31.9%를 차지한다. 이에 반해 인근 충남은 30개, 강원 28개, 경기 26개, 전북 8개 등의 순이다. 영주시 단산면에서 시작해 김천면 봉산면까지 충북의 동쪽은 대부분 경북과 도계를 이루고 있다.

도계에 대한 정확한 거리는 알 수 없다. 다만 2006년 1월부터 2010년 연말까지 ‘삶결 따라 2500리’라는 사업 명으로 충북 도계를 탐사한 대한산악연맹과 충청리뷰의 보고서에 따르면 위성항법장치(GPS) 기준 충북도계 815.1km 가운데 충북과 경북이 도계를 이루는 거리는 무려 350km가 넘는 것으로 추산되고 있다. 전체거리의 40%를 훌쩍 넘는 수준이다. 그러나 소백산과 속리산 등 태산준령이 가로막아서일까? 충북과 경북 사이에는 각종 개발이나 행정구역 조정 등을 둘러싼 마찰이 적지 않다.

당시 연방희 탐사단장(충북산악연맹 회장)은 “도계는 능선과 수계를 따라 나뉜다. 재미있는 것은 먹는 물에 따라 정서가 나뉜다는 것이다. 작은 동네도 그렇다. 살고 노는 곳이 수계에 따라 다르다. 기본적으로 경북은 낙동강 물을 먹고 충북은 남한강이나 금강 물을 먹는다. 그런데 최근 온천 개발 논쟁을 빚고 있는 상주 용화는 남한강의 상류다. 그래서 괴산과 같은 동네인데 억지로 금을 그어서 다른 동네를 만들어 놓았다”고 설명했다.    

온천개발 ‘땟물 시비’
처리공법 개선, 방류수계 변경에 대응논리 필요  

▲ 문장대 온천 개발 논란이 30년을 이어가고 있다. 대법원은 이미 2차례 지구지정을 취소한 바 있다.
좀비처럼 되살아난 문장대 온천 논란은 30년 전인 1980년대로 거슬러 올라간다. 상주시 화북면의 지주조합은 상주시로부터 1985년과 1988년 각각 문장대와 용화 온천지구 지정을 받는다. 개발이 가시화된 것은 문장대 1992년, 용화는 1994년이다.

괴산군 주민들은 상류지역의 폐수가 흘러내려와 남한강을 오염시킨다며 반발했다. 1994년  도민대책위원회까지 꾸렸으나 1995년 내무부가 시설지구개발을 전격 승인한다. 1996년부터는 굴삭기의 진입을 막는 등 현장 저지농성을 벌였으며 상호 고소고발을 통해 법적공방이 시작된다.

용화 온천에 대해서는 2001년 대법원이 지구지정 취소 판결을 내렸다. 문장대 온천에 대해서도 2003년 대법원이 충북의 손을 들어주었다. 상고심 판결의 요지는 “이 지역이 남한강의 발원지라는 점과 1급수 지역이라는 점, 개발에 따른 이익보다는 원주민의 피해가 크다”는 것이었다.

그러나 문장대 지주조합은 물러서지 않았다. 오폐수 처리공법을 일부 변경해 사업을 다시 추진한 것이다. 2009년 대법원은 또다시 상주시의 ‘온천관광지 조성사업 시행허가’를 취소하는 판결을 내렸다. 이로써 온천개발을 둘러싼 논란은 종지부를 찍는 듯 했다.

하지만 상주시 화북면 운흥리와 중벌리 일대 지주들이 다시 뭉쳤다. 이들은 지난 2월말 문장대 온천 개발을 표면화시킨 뒤 3월13일 설명회를 가졌다. 지주조합은 2차 개발 당시 채택했던 모관침윤트랜치공법 대신에 고도처리공법을 내세우고 있다.

최지영 지주조합 전무는 새 공법에 대해 “생물화학적 처리를 거친 다음, 다시 필터처리와 소독과정을 거쳐 방류하는 방식이다. 현재 애버랜드에서 사용하는 방식으로 이미 검증받은 공법이라는 점에서 문제될 것이 없다”고 말했다.

괴산군수와 조합 진실게임

상주지역 온천개발 논란이 ‘땟물 시비’에서 비롯된 것이기에 새로운 국면을 맞고 있다. 13일 지주조합 설명회 당시 조합 관계자가 “임각수 괴산군수가 ‘개발에 따른 인센티브와 괴산군 인력을 채용해 달라’는 요구를 했다”고 밝혔기 때문이다. 임 군수가 실제로 이런 발언을 했을 경우 ‘오수관리만 확실히 이뤄지면 온천을 추진할 수도 있다’는 논리에 휘말릴 수도 있다.

임 군수는 이와 관련해 14일 기자회견을 자청해 사실무근임을 강조하며 “지주조합을 해산시켜야한다. 정부나 경북도에 지주조합이 보유한 90여만㎡의 토지를 매입하도록 건의하겠다. 곧 다른 방안도 밝히겠다”고 주장했다. 임 군수는 지주조합 측의 발언을 “상주시와 지주조합 측의 공작”이라며 “괴산의 내분을 조장하려는 고도의 심리전을 펼칠 가능성이 얼마든지 있는 만큼 똘똘 뭉쳐야한다”고 덧붙였다.

지주조합 측은 “임 군수가 거짓말을 하고 있다”며 맞서고 있다. 최지영 전무는 충청리뷰와 전화통화에서 “2월27일 나를 포함해 조합관계자 3명이 괴산군수실로 찾아갔다. 사업 재추진을 앞두고 상주시장과 군수가 만나는 자리를 주선하기 위해 간 것이다. 그러나 이 자리에서 임 군수가 인센티브와 인력채용 발언을 했다. ‘상주시장의 각서를 서면으로 제출하라’며 한 말이었다. 3명이 같이 들은 얘기다”라고 반박했다.

최 전무는 또 “물론 군수가 개인적인 사례를 요구한 것은 아니다. 그러나 상주시장의 각서를 받아오라는 것은 권한 밖이라 못한다고 했다. 괴산군수가 거짓말을 하는 것은 납득할 수 없지만 언론이 싸움을 붙이지는 말아 달라”고 주문했다. 문제는 조합 측이 제시한 새 오수처리방안을 법원이 받아들이거나 낙동강으로 오수를 흘려보내겠다는 새로운 대안을 밀어붙이는 경우다.

충북환경연대(대표 박일선)는 오수문제만을 반대논리로 삼아서는 안 된다는 주장을 펴고 있다. 충북환경연대는 18일 성명서를 내고 “환경영향평가 초안보고서에 의하면 지하수 채수량이 하루 1732㎡로 추정되며 온천원 보호지구 밖에서 취수할 계획”이라면서 “이럴 경우 신월천의 고갈을 가져오고 달천 유입수량이 줄어 수질을 악화시킬 것”이라고 경고했다.

환경연대는 또 “충북이 낙동강으로 오수를 역류시키는 것에 동의한다 해도 낙동강 유역의 갈등을 초래할 텐데 땅값만 올리고 빠지려는 것일 수도 있다. 첫째도 백지화, 둘째, 셋째도 백지화다. 문장대 온천 백지화 외에는 그 어떤 이견도 괴산군에서 제기되는 일이 없기를 간곡히 기대한다”고 거듭 당부했다.  
   

속리산면 있는데 소백산면 안 되겠니?
영주시 명칭 변경 시도…헌법재판소 계류 중

▲ 단산면을 소백산면으로 개명하려는 영주시의 계획은 헌법재판소의 판결을 기다리고 있다. 앞서 중분위는 단양군의 손을 들어줬다.
소백산은 어느 시도의 산일까? 지리에 대한 상식이 있는 사람에게는 바보 같은 질문이다. 대개 큰 산과 물줄기를 가지고 경계를 나누기 때문이다. 소백산은 충북 단양군과 경북 영주시를 나누는 도계다. 그런데 영주시가 영주시 단산면을 ‘소백산면’으로 바꾸겠다며 행정구역 명칭변경을 시도하고 있어 갈등을 빚고 있다.

영주시는 2012년 2월, 단산면을 소백산면으로 바꾸는 것을 골자로 하는 ‘영주시 읍면동의 명칭과 구역에 관한 조례 개정안’을 입법 예고했다. 단양군으로서는 ‘아닌 밤중에 홍두깨’ 같은 일이 벌어진 것이다. 단양군은 즉각 “소백산은 특정지역의 소유물이 될 수 없다”며 수 십 차례 영주시와 시의회를 방문해 부당함을 알리고 시위까지 벌였지만 영주시가 뜻을 굽히지 않자 행정안전부 중앙분쟁조정위원회(이하 중분위) 에 조정을 신청했다.

중분위는 같은 해 6월 결정문에서 “소백산과 같이 여러 지자체에 걸쳐 있는 고유지명을 특정 지자체가 행정구역명칭으로 독점 사용하면 이웃 자치단체와 불필요한 갈등이나 분쟁이 생길 수 있다”면서 “이는 자치단체 조례의 한계를 벗어난 것”이라고 판시했다. 단양군의 손을 들어준 것이다.

그러나 영주시는 “면의 이름을 바꾸는 것은 자치단체 조례 개정 권한이기 때문에 조례 개정을 중단시킨 중분위의 결정은 자치권을 침해하는 것”이라며 반발했다. 결국 영주시는 “중분위의 개입과 조정이 위법하며 그 결정 역시 법적 효력이 없다”는 주장을 내세워 9월14일 헌법재판소에 권한쟁의심판을 청구했다. ‘지방자치법’은 중분위의 결정에 이의가 있을 경우 대법원에 제소하거나 집행정지결정을 신청할 수 있도록 규정하고 있다.

소백산 단양에 19.4%…영주 17%

헌법재판소는 지난해 11월29일 심리를 끝으로 아직까지 결정을 내리지 않고 있다. 단양군은 11월2일 제출한 준비서면에서 “소백산면이라는 명칭이 단양군민의 이익을 침해하지 않는다”는 영주시의 주장에 대해 “명칭이 포함하고 있는 유무형의 브랜드 가치를 묵과할 수 없다”는 반론을 제기했다.

단양군 관계자는 “소백산은 공동의 자산이다. 소백산 주변 주민들이 임산물 판매 등으로 생활을 영위하고 있다. 또 관광산업이 군 경제에 차지하는 비중이 엄청나게 큰 상황에서 어떻게 ‘단양군과 군민의 이익을 침해하지 않는다’고 주장할 수 있는지 모르겠다”고 반문했다.

이 관계자는 또 “소백산 국립공원이 두 시·군 관내에 차지하는 비중을 견줘볼 때 소백산에 대한 권리는 오히려 단양에 있다. 영주시 단산면에 포함된 소백산은 17%인 반면, 단양군 영춘면은 19.4%에 이른다”고 설명했다.

유명산의 이름을 지명으로 쓰려는 것은 같은 광역단체 안에서도 갈등을 유발하기도 한다. 비슷한 시기에 경남 함양군이 마천면을 지리산면으로 바꾸려다 경남 산청군과 하동군, 전남 구례군, 전북 남원시 등의 반발로 유예된 것이 그 예다. 지리산은 3개도(전북, 전남, 경남) 5개 시·군(남원, 구례, 함양, 산청, 하동) 15개 읍면에 걸쳐 있다. 

중분위가 “유명한 산이나 강 등의 고유지명을 읍면동 명칭으로 무분별하게 사용하지 못하도록 제도개선을 추진하라”고 정부에 권고한 것과 관련해 “충북 보은에는 속리산면이 있지 않냐”는 반론도 있다. 그러나 이는 경우가 다르다. 속리산면은 원래 속리면이었다. 1947년 외속리와 내속리면으로 갈라졌다가 2007년 8월 다시 속리산면으로 이름을 바꾼 것이다.

같은 산 아래, 같은 물 먹는데…
납득할 수 없는 선긋기, 용화는 충북생활권

“산은 물을 건너지 않고 물은 산을 넘지 않는다.” 우리 조상들의 지리관이다. 이처럼 산줄기와 물줄기에 따라 마을이 형성됐고 생활권을 이뤘다. 그런데 지금의 충북도계는 이와 같은 순리를 거스르는 곳이 적지 않다. 

충북도계탐사단은 2006~2010년에 이르는 5년 동안의 탐사결과를 무려 600여쪽에 이르는 보고서로 내면서 산계, 수계의 중심축을 벗어나 이해할 수 없이 경계가 획정된 곳들을 찾아냈다. 탐사단은 도계가 잘못 그려진 원인에 대해 “오래 전 삼국시대부터 오늘에 이르기까지 삶의 터전으로 더 없이 좋은 여건을 갖추다보니 이 지역이 힘의 각축장이 되었던 까닭이 크다”고 분석했다. 탐사단은 또 “인접 행정기관의 이해와 득실, 무사안일한 행정구역 개편, 사찰 등 지방토호세력의 입김이나 압력 등도 작용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충북과 경북의 도계에서 이런 상식을 벗어나 경계가 획정된 곳은 6곳에 이른다. 옥천, 영동이나 괴산, 단양군에 편입돼야할 백두대간 서쪽 지역이 엉뚱하게도 경북 상주, 문경, 영주시로 포함된 것이다. 반대로 백두대간 동쪽으로 충북 도계가 넘어간 곳은 한 군데도 발견할 수 없었다.

충북이 도계를 빼앗긴 대표적인 곳이 문장대·용화 온천 개발지구가 있는 상주시 화북면 운흥리와 중벌리다. 백두대간이 영동 국수봉을 타고 북상하면서 속리산 문장대와 청화산 사이에 마치 엄지손가락처럼 삐져나온 지역이다. 어떤 이유로 대간 줄기를 넘어 실개천과 낮은 구릉지를 도계로 설정했는지 가늠하기 힘든 상황이다. 이 지역의 어린이들은 상당수가 청천초교를 다니고 고교생은 보은으로 통학하는 경우가 많다. 시내버스만 봐도 보은-화북을 하루 13차례 운행하는 반면, 상주행은 1회에 불과하다.

대통령 직속기구가 나서기도

이 지역 주민들은 6.25 직후부터 충북 편입을 원했고 1990년대에는 보은·옥천·영동이 지역구인 박준병 의원이 이를 지원하기도 했다. 급기야 2007년 8월12일에는 운흥리와 중벌리 주민 300여명이 충북편입을 요구하는 집회를 갖기도 했다.

청화산과 장성봉이 경계를 이룬 상주시 화북면 입석리와 문경시 가은읍 완장2리도 충북생활권이다. 학생들은 현지에서 초등학교를 마친 뒤 괴산군 청천으로 중학교를 진학한다. 수계 역시 남한강 수계다. 상황이 이러하자 대통령 직속 지방행정체제 개편추진위원회가 나서서 지난해 9월 두 지역을 괴산군 청천면에 편입하는 방안을 추진했으나 경북도의 반발로 수면 아래로 가라앉은 상황이다. 입석리는 177가구 395명, 완장2리에는 21가구 48명이 살고 있다.

문경새재 3관문도 도계설정이 모호하다. 지난 1995년 충북 괴산군과 경북 문경시가 조령산-문경새재 등반 시 입장료 2중 징수문제로 갈등을 겪기도 했다. 괴산쪽 입구에서 입장료를 내고 경북 문경새재 3관문에 도달하면 문경시가 또다시 입장료를 받는 상황이 벌어졌던 것이다. 민원이 불거지자 충북도는 중앙분쟁조정위원회에 조정신청을 했으나 결국 판정패 당하고 말았다.

도계 때문이었다. 3관문이 도계가 돼야 함에도 충북 쪽으로 200평 쯤을 넘어와 도계가 설정돼 있기 때문이다. 결국 문경새재 도립공원의 입장료를 받아야 한다는 경북의 논리에 밀려 괴산군이 입장료 징수를 하지 않는 것으로 사태는 마무리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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