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어촌정비법 애초 위반···'본인거주·면적 제한' 버젓이 어겨
소규모 주민숙원사업비 옥천에 14건 대거 투입 배경 밝혀야

김양희 충북도의원(새누리 비례대표)의 대청호 주변 불법건축물과 관련 사퇴를 촉구하는 목소리가 높다. 충북시민사회단체연대회의는 지난 19일 김의원 사퇴 기자회견을 열었다. 기존의 사과촉구보다 훨씬 강도높은 것으로 불법건축물 개입과 부적절한 주민숙원사업비 사용을 문제삼았다. 김 의원은 평소 도정에 대해 맹비난해 이시종 지사 '저격수'라는 별명을 얻었다. 그런데 정작 자신의 잘못에는 함구하고 있어 뒷말들이 상당히 많다. 도민들은 모범을 보여야 할 의원과 가족이 법을 어긴 행위에 대해 마땅한 처벌을 내려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 이번에 문제가 된 옥천군 군북면 이평리의 불법건축물. '호수빌리지'라는 간판이 붙어있다. 사진은 건물 뒷편 모습.

옥천군 군북면 이평리 한적한 마을에 자리잡은 이 건축물은 옥천군으로부터 농촌민박으로 지정됐으나 최근 취소됐다. KBS 청주방송에 불법건축물 보도가 나간 뒤인 지난 11일 소유주 양 모 씨가 군에 농촌민박 폐업신고서를 제출하면서 자동 취소된 것이다.

지난 16일 대청호의 아름다운 물길을 따라 안으로 쑥 들어가자 옥천군 군북면 이평리가 나왔다. 문제의 건물은 마을에서 가장 호화롭고 웅장했다. 다른 집들보다 높은 지대에 있어 인근 집들을 한 눈에 내려다보고 있었다. 건물 꼭대기에는 ‘호수빌리지’라는 간판이 붙어 있고, 출입구를 중심으로 건물 두 개가 양쪽으로 이어져 있었다. 인부들이 공사하다 멈춘듯 크고 작은 공구들이 마당에 나뒹굴었고, 한쪽에는 철거된 문들이 여러 개 쌓여 있었다.

1층 오른쪽 공간은 집기들을 모두 들어내고 문을 뜯은 채로 방치돼 있었다. 그러나 한바탕 여론의 몰매를 맞은 이 곳은 사람이 살지 않아 조용했다. 이 동네 원주민인 김 의원의 시아버지 양 모씨는 이 곳에서 약간 떨어진 집에서 살고 있다. 한 마을주민은 “방송이 나간 뒤에도 식구들이 아무도 찾아오지 않는다”고 말했다.

▲ 호수빌리지 건물 전경.(사진=옥천신문 제공)

이번에 문제된 것은 수질보전특별대책지역에 자연환경보전지역, 수변구역으로 엄격한 규제를 받고 있는 대청호 유역에 불법건축물을 신축했고 이 과정에 김 의원이 개입했다는 것이다. 실소유주는 시아버지 양 씨이나, 김 의원이 건축비의 일부를 냈고 직접 공사를 발주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 건물은 농촌민박이나 시작부터 법을 어긴 것으로 드러났다. 농어촌정비법상 농어촌민박은 △사업자 본인이 거주해야 하고 △농어촌지역에 위치 △면적이 230 제곱미터 미만 △소화기 1조 이상 보유 △오수처리시설 설치 등을 이행해야 지정한다. 그런 다음 이런 사업자에게는 건축물 증축·운영시 농업종합자금을 통해 연 3%의 금리로 지원하고 있다.

그러나 이 건물은 농촌민박을 지정받을 당시에는 2층 규모의 건물 2개 동이었으나 후에 3층으로 올렸고, 건물도 한 개로 이어 붙였으며 창고를 식당으로 개조했다는 의혹이 불거졌다. 건물을 한 개로 붙이는 바람에 이 건물의 총면적은 308 제곱미터가 돼 법적인 규제 기준을 78 제곱미터나 초과하게 됐다. 이는 불법 용도변경으로 모두 농어촌정비법에 위배된다. 또한 사업자 본인이 거주해야 한다는 조항도 어겼다.

이를 보도했던 임재성 KBS 청주방송 기자는 “김 의원으로부터 이 건물을 지을 때 1500만원을 냈고, 공사에 관여했다는 사실을 확인했다. 그리고 업자로부터 김 의원 지시로 공사를 했다는 사실도 확인했다. 본인이 아무리 발뺌을 해도 명백한 현행법 위반이다”면서 “경찰수사 결과를 지켜본 뒤 후속보도를 하겠다”고 말했다.


원상복구만 하면 된다?

또 이번에 김 의원의 소규모 주민숙원사업비도 도마 위에 올랐다. 의원 재량사업비라고 불리는 이 예산은 의원들이 직권으로 쓸 수 있는 돈이다. 그는 지난 2010년 7월 도의원이 된 뒤 같은 해 5000만원, 2011년 7300만원, 2012년 9000만원, 그리고 올해 5000만원을 옥천군에 썼다.(도표 참고) 비례대표는 이 예산을 도내 어느 지역에나 쓸 수 있다고 하지만, 유독 옥천군에 많은 이유가 무엇인지 궁금하지 않을 수 없다. 때문에 일각에서는 다른 의원과 예산 맞바꾸기를 한 게 아니냐고 의심하고 있다.

모 의원은 “의원들끼리 암묵적으로 서로 밀어주는 경우가 있다. 자신과 전혀 관계없는 지역에 돈을 쓰지는 않는다”고 말해 뒷배경에 궁금증을 자아냈다. 주민숙원사업비 액수는 해마다 달라지는데 도의원들은 3~4억원 정도 된다. 이 예산은 주로 도로포장·농로포장·정자설치·하천정비 같은 데 쓰인다. 그러나 심의와 평가는 물론 공개가 되지 않아 주민들은 자세히 알 수가 없다. 깊이 알려면 정보공개청구를 해야 된다. 하지만 정보공개 청구를 해서 자료를 받아도 어떤 의원이 어느 지역에 썼는지는 끝내 알려주지 않는다. 사업명과 예산액수만 나올 뿐이다. 따라서 이에 대해 지속적으로 문제를 제기해 개선해야 할 필요가 있다.

▲ 두 개의 건물을 이은 흔적을 보여주는 천장 모습
한편 김양희 의원에게 방송보도 내용이 사실인가, 직접 공사를 발주했는가, 방송보도 후 주변사람들에게 오보라고 주장했다는데 사실인가, 주민숙원사업비를 특히 옥천지역에 많이 쓴 이유는 무엇인가 등에 대해 반론을 듣기 위해 이메일을 보내고 여러 차례 전화를 했으나 답장을 보내지 않고 전화조차 받지 않았다. 불법건축물로 밝혀진 부분에 대해 옥천군 도시건축과 관계자는 “지하1층과 지상1·2층 일부분을 사전에 허가없이 증축해 건축주에게 5월 10일까지 원상복구하라고 시정명령 했다”고 말했다.

이선영 충북참여연대 사무처장은 “김 의원은 새누리당 비례대표 의원이다. 본인이 자진사퇴하지 않으면 새누리당 충북도당은 책임정치 구현 차원에서 김 의원을 사퇴토록 해야 한다”면서 “지역사회 주류는 이런 문제를 바로 잡고, 특히 언론은 시정될 때까지 목소리를 내야 하나 너무 조용해 실망스럽다”고 의견을 피력했다. 방송보도 이후 곧바로 수사에 착수한 옥천경찰서가 어떤 결과를 내놓을지 귀추가 주목되고 있다.

▲ 충북시민사회단체연대회의는 지난 18일 기자회견을 열고 김양희 의원 사퇴와 도의회의 주민숙원사업비 사용내역 공개 등을 요구했다.

충북시민사회단체연대회의, 김 의원 사퇴 강력 요구
일부 언론 "도의장 사과성명 부적절"···사태 본질 외면

지난주 지역사회 핫 이슈는 김양희 도의원의 불법건축물에 관한 것이었다. KBS 청주방송이 나간 뒤 충북참여연대와 김광수 충북도의장이 성명서를 발표했고, 민주당 충북도당과 충북시민사회단체연대회의가 규탄 기자회견을 열 정도로 비난여론이 들끓었다. 충북참여연대는 13일 “새누리당 K 도의원의 불법 행태는 직권남용이다. K 도의원은 자신이 건물 신축과 민박등록 과정에 개입한 사실을 인정하는 만큼 자신을 뽑아준 지역구 주민과 충북도민들에게 공개 사죄하라”고 주장했다.

그리고 민주당 충북도당은 지난 14일 불법건축물 건축과정에 직접 개입한 것으로 드러났음에도 불법건축 의도는 없었다며 변명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이들은 불법건축물의 실소유주가 누구이며, 누가 건축비를 부담했는지, 건축 과정에 옥천군 등 인허가 관련기관에 부당한 영향력을 행사했는지, 부당이익은 얼마인지 등 각종 의혹에 대해 본인이 직접 해명하고 책임져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후 김광수 도의장은 15일 “법과 규정을 지키고 모범을 보여야 할 도의회가 불미스러운 일로 회자돼 매우 유감스럽게 생각한다. 냉철한 반성과 함께 도민의 신뢰를 회복하는데 주력하고 유사한 사례가 발생하지 않도록 주의하겠다”는 성명서를 발표했다. 그런데 이 때까지는 실명이 나오지 않아 전체 도의원이 싸잡아 비난을 받았다. 성명서에서 충북참여연대는 새누리당 K 도의원, 민주당 도당은 새누리당 도의원, 김 의장은 그냥 도의원으로 표기했다. 이 때문에 불법건축물이 들어선 곳이 옥천군이라 옥천 지역구 도의원 두 명이 의심을 받고 매우 곤혹스러워 했다.

이후 이 도의원은 18일 충북시민사회단체연대회의 기자회견에서 드디어 이름이 밝혀진다. 연대회의는 김양희 도의원 규탄 기자회견을 열었다. 이들은 “김양희 도의원은 불법인줄 알면서도 가족봉양이라는 사적 이익을 위해 불법을 자행한 것으로 볼 수밖에 없다. 김양희 도의원의 불법건축물 건축과정 개입 및 부적절한 주민숙원사업비 사용 논란은 위법한 행위이자 지방의원의 책무를 방기한 처사”라며 김양희 도의원 즉각 사퇴, 도의회의 주민숙원사업비 사용내역 공개 및 재발방지대책 마련을 요구했다.

한편 이 과정에서 몇 몇 언론은 아예 보도를 하지 않거나, 사과 성명을 발표한 김광수 의장을 오히려 비난해 독자들을 어리둥절하게 만들었다. 현재는 의혹만 있는 상태인데 도의장이 사과부터 한 것은 정략적이며 해당의원이 있는데도 도의장이 나선 것은 정치적인 오해를 받을 수 있다는 게 이들의 주장이었다. 또 수사결과가 발표된 뒤 해도 되는데 왜 그렇게 서둘러 했느냐고 몰아붙였다. 하지만 이는 논점을 흐리며 방향을 다른 곳으로 돌리려는 의도 아니냐는 게 독자들의 반응이다.

모 씨는 “당사자가 사과 한 마디 하지 않고 있는 것을 비판해야지 도의장이 한 것을 정략적이라고 할 수 있나. 도의장은 수사결과와 관계없이 전체 의원을 대표해 유감을 표명할 수 있다고 본다. 문제는 해당 의원이 자숙하지 않고 언론플레이만 하고 있는 것이다. 평소 이 의원과 유착관계에 있는 기자들이 화살을 엉뚱한 곳으로 돌리며 문제를 희석시키는 것 같다”고 한마디 쏘아붙였다.

김 의장은 본지와의 인터뷰에서 “윤리위원회는 경찰 수사결과를 지켜본 뒤 열 것이다. 그러나 그 때까지 아무 것도 안하고 기다리는 것은 적절치 않다. 이 문제는 전체 도의원의 명예를 떨어뜨린 것이기 때문에 어떤 식으로든 유감표시를 해야 한다"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해당 의원은 동료 의원들에게 사과의 말 한마디 없다. ‘원상복구하면 되지’라고 한다는데 최소한 동료 의원들에게 ‘누를 끼쳐 죄송하다’는 말은 해야 하는 것 아니냐”고 반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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