택시 월급제시행 피켓 시위하는 이창주기사, 35년전 신상공개

오늘도 준이오빠는 뒷주머니에 꽂아둔 도끼빗을 꺼냈다. 귀밑을 훌쩍 덮은 장발을 도끼빗으로 넘기며 ‘오늘은 웬지’라며 한쪽 눈을 깜박 거렸다. 레코드가 빼곡히 들어찬 유리박스안의 DJ 준이오빠를 바라보는 종말의 입은 다물어지지 못한다.

종말의 맘을 송두리째 앗아간 주인공 준이 오빠. 1992년에 방영된 드라마 ‘아들과 딸’은 종말이와 DJ 준이오빠의 사랑을 그렸다. 이 철없는 사랑에 깨알같은 웃음을 주기 위해서 였을까? 작가는 준이 오빠의 신상을 털었다. 장발에 빨간 목도리, 도끼 빗으로 한껏 멋을 부린 준이오빠의 실체는 ‘봉팔’이었다. 이 드라마 이후 신상이 털린 건 봉팔이 혼자만이 아니었다. 앙드레김도 알고보니 김복남이었다.

요즘 이 신상털기 때문에 괴로운 사람이 한둘이 아니다. 새정부 장관 내정자들이 털린 신상내역 때문에 열받는 국민들도 한둘이 아니다. 이런 시기에 1년째 시청앞에서 피켓시위를 하는 공민교통 이창주(58세) 택시기사가 스스로 신상을 털었다.

본인이 35년전에 종로에서 잘 나가던 ‘준이 오빠’라며 페이스북에 사진을 올렸다. 사진에 올라온 그는 이창주가 아닌 ‘오민우’였다. 그것도 그냥 오민우가 아니라 뮤직데이트를 진행하는 오민우. 이창주가 아닌 오민우도 도끼빗을 여러 개 선물 받았다고.


지나간 봄날처럼 오민우도 지금은 존재하지 않는다. 매일같이 청주시청 정문 앞에서 피켓을 들고 있는 현실의 이창주 만이 남아있다. 박찬호는 말했다. 1루를 돌아 2루, 3루를 거쳐 원래 들어섰던 제자리인 타석에 돌아오기 위해 아둥바둥 거리는 야구가 꼭 인생을 닮았다고. 이창주 기사도 말한다. “피켓시위 끝나고 택시기사들이 행복해지면 ‘투데이 팝스 뮤직아워’를 진행하는 35년전 오민우로 돌아갈수 있을지도 몰라”

저작권자 © 충북인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