육성준 사진부 차장

얼마 전 성 빈첸시오 집에서 제공되는 무료급식 현장에 다녀왔다. 한 시간 전부터 배식을 기다리는 이들은 모두들 시계만 보고 있었다. 배식이 시작되자 일찍 온 사람들 순서로 길게 줄지어 서서 식판을 들고 있었다. 이들은 약속이라도 한 듯 “보통” 또는 “많이”라 부르며 본인이 먹을 양 만큼의 밥과 반찬을 받아가고 있었다. 대부분 혼자 온다고 한다. 급식이 끝날 무렵 낯익은 한사람이 눈에 들어왔다.

그는 성안길에서 폐지를 줍고 있는 노인이었다. 2년 전 성안길 24시 취재차 만난 노인이었는데 밤낮 없이 성안길 상가에 버려진 종이박스를 리어카에 주워 담는 일을 하며 생계를 꾸려가고 있었다.

그가 식판을 들고 밥을 받으려 하자 밥 퍼주는 자원봉자들이 “아주 많이죠?” 라며 말하고 그도 당연한 듯 “예, 아주 많이요.” 하고 답한 뒤 식판에 한가득 밥을 담았다. 밥은 밥주걱으로 서너 번 담아 수북했고 한 끼 식사라고 하기엔 무척 많아 보였다. 그리고 저 마른 몸에 그 많은 양의 식사가 들어간다는 사실이 의아스러웠다.

성 빈첸시오 관계자들의 말을 듣자니 그는 여기서 하루 한 끼만 먹는다고 했다. 그리고 이런 노인들이 많이 있다고 한다. 실제로 그는 밥 한 톨 남기지 않고 식판을 깨끗이 비웠다. 가족이 없냐는 질문에 당황한 듯 바라보며 여기가 가족이라 말한다.

▲ 밥주걱으로 서너 번 담아 수북했고 한 끼 식사라고 하기엔 무척 많아 보였다. 카메라 Canon 1D Mark Ⅲ, 렌즈 16~35mm, 셔터 1/60, 조리개 2.8, 감도 1000.

며칠 뒤 다시 성안길을 찾았다. 봄날의 거리는 젊은이들로 가득 차 있고 그 날도 노인은 여전히 상가 앞에 쌓아둔 종이박스를 담고 있었다. 저녁은 어디서 드시냐고 하자 대답을 않더니 하던 일을 계속한다. 방해되는 것 같아 더 이상 물어보지 않았다. 성안길의 이른 아침과 늦은 저녁 분위기는 사뭇 다르다.

버려진 종이, 쓰레기와 그것을 치우는 사람들. 주변을 자세히 보면 외로운 노인들의 모습이 종종 눈에 보인다. 도심 노인들의 고독사가 특히 늘고 있다. 지난 2일 청주시 한 아파트에서 홀로 살던 노인이 숨진 지 일주일만에 발견됐고 3일에도 청주 시내 한 아파트에서 지병을 앓으며 홀로 살던 노인이 숨진 지 5일 여 만에 발견됐다. 모두 다 아파트다.

성 빈첸시오 관계자는 한동안 안 보이는 사람이 있어 확인해보면 돌아가셨다는 이야기를 듣는다고 한다. 따뜻한 밥 한 끼가 이들 홀로 사는 노인들에게는 현재 가장 큰 행복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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