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표 편집위원

양대 선거의 해가 지나갔다. 수년 전부터 주목했던 정치격돌의 해는 새누리당의 승리로 기록됐다. 정부의 실정을 심판하는 총선이 되리라는 예상과 달리 새누리당이 1당이 됐고 야권 이 집결한 사실상 맞장 승부에서 박근혜 후보가 승리함으로써 마침표를 찍었다.

이 과정에서 정치의 주역으로 등장한 인물이 안철수 전 서울대 교수다. 안 전 교수는 야권의 패배를 예측이라도 했던 것처럼 개표도 하기 전에 미국으로 떠났다가 3월11일 귀국했다. 안 전 교수의 주가가 예전만 못한 것은 사실이지만 대선후보였던 문재인 의원보다 뉴스메이커로 남아있다는 것은 놀라운 일이다.

그가 보여줄 수 있는 여러 가지 가능성 때문일 것이다. 안 전 교수는 귀국 전 측근들이 흘렸던 대로 서울 노원병 보궐선거에 출사표를 던졌다. 이와 더불어 신당 창당에 나설 것이 확실시 되고 있다. 안철수 신당은 대선패배로 혼란에 빠진 민주통합당의 분열로 직결될 수도 있다. 물론 새로운 정치를 향한 고된 여정의 출발점이 될 수도 있겠지만 말이다.

야권 일각에서는 안 전 교수에게 부산 영도 출마를 요구하며 노무현 전 대통령과 비교하기도 한다. 그러나 노 전 대통령이 종로를 두고 부산으로 간 것은 그의 정치철학에서 기인한 것으로, 안 전 교수에게도 같은 방식을 요구할 수는 없다. 정치인의 지역구 선택을 놓고 제3자가 ‘이래라 저래라’ 하는 것도 사실 유례가 없는 일이다.

안 전 교수도 귀국 기자회견에서 자신의 의사를 분명히 밝혔다. “저 이외에도 양보하는 정치인이 더 많아졌으면 좋겠다”거나 “같은 뜻을 가진 분들끼리 열린 마음으로 대화하는 것은 언제나 환영하지만 정치공학적인 접근은 하지 않을 것”이라고 말한 것 등이 이에 해당한다. 이번 선거에서는 양보하지 않겠다는 뜻이다.

이는 또한 이번 노원병 보궐선거가 노회찬 진보정의당 대표의 의원직 상실에 따른 것이고, 이 사태가 삼성X파일, 이른바 ‘떡검’들의 실명을 공개한데서 기인했다는 것을 중요하게 고려하지 않겠다는 것이다. 진보정의당은 노회찬 전 의원의 부인인 김지선씨를 후보로 결정했다. 혹여 야권연대의 마지막 변수가 있다면 다자구도 갔을 때 야권의 승산이 없는 경우다.

그러나 단순히 강한 여당에 이기기 위한 목적만으로 야권이 뭉치는 것이 반드시 개운한 결과를 낳는 것은 아니라는 것을 간과해선 안 된다. 지난 대선이 이를 입증하고 있다. 결코 야권연대를 부정하자는 것이 아니다. 다만 불리하면 뭉치고 승산이 있으면 제 갈 길을 가는 식의 연대로는 2012년의 트라우마에서 절대로 벗어날 수 없다는 것이다.

지난해 야권은 대선판을 깨지 않기 위해서 조심조심 살얼음판을 걸었다. 그리고 결국 무소속 노동자 후보를 제외하고는 문재인 후보로 단일화를 이뤄냈지만 정권교체에 실패한 것 아닌가. 오직 이기기 위한 야권연대에 집착했음에도 불구하고 이기지 못했기 때문에 많은 이들이 멘탈붕괴에 빠졌던 것이다.

야권연대는 1회용 ○○밴드가 아니다. 이기기 위해서 모였다가 흩어지는 것이 아니라 가치를 중심으로 연대해야한다. 안철수 전 교수가 단기필마로 정치를 하든 신당을 만들든 그게 중요한 것이 아니라 자신의 정체성을 보다 정확히 고백하는 것이 선행돼야한다. 안철수 신당을 목이 빠지게 기다리는 지역의 정치인들에게도 같은 질문을 던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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