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인쇄박물관·교사 ‘위대한 유산 직지’ 제작·, 활용학교 5개 뿐
교육과정 개정돼 교과 재량활동 시간 없어지자 ‘그림의 떡’

고인쇄박물관과 도내 중학교 교사 5명은 지난 2009년 '위대한 유산 직지'라는 책을 발간했다. 직지에 대한 전반적인 내용이 수록된 이 책은 학생들에게 직지를 교육적으로 홍보하기 위해 제작됐다. 정규 교과서는 아니지만 교장 재량에 따라 사용할 수 있다. 이 책은 특히 직지에 대한 내용을 알기쉽게 풀이하면서 자료사진을 많이 넣은 점이 눈길을 끈다.

책의 집필자는 강찬우(영동중)·김종순(교원대부설 미호중)·신명남(송절중)·이재택(황간고)·지성훈(교원대부설 미호중) 교사이고, 김성수 청주대 문헌정보학과 교수·황정하 고인쇄박물관 학예연구실장·이승철 고인쇄박물관 학예연구사·임인호 금속활자장 등이 자문역할을 했다.

고인쇄박물관 관계자는 "도내 중학교 몇 몇 교사들이 직지책을 만들자고 제안해왔다. 박물관은 책에 담을 내용과 자료를 제공하고, 교사들은 학생들 눈높이에서 글을 쓰고 문체를 다듬었다. 1년정도 작업을 해서 2009년 11월 30일 충북도교육감 인정 교과서로 승인을 받았다. 책은 2010년부터 원하는 중학교에 배포해왔다"며 "한 번 선정된 학교는 교육적 연계효과를 높이기 위해 3년간 무상 지원한다"고 말했다.

하지만 접수결과 2011~2013년까지 신청한 학교는 7개 중학교에 불과했다. 현재는 여기서 2개 학교가 빠진 상태. 청주시는 이를 위해 권 당 1만원꼴 2000만원의 예산을 투입해 2000권의 책을 발간했지만 일선학교에서는 정작 활용되지 않고 있는 것이다. 박물관 측은 이 책이 발간된 뒤 중학교 교장회의에 가서 설명하고, 시·군 교육청과 각 학교에 공문도 보냈으나 활용이 저조하다고 밝혔다.

현재 전국의 초등학교 5학년 사회와 중학교 1학년 기술, 고등학교 국사 교과서에는 직지에 관한 내용이 나온다. 그러나 깊숙히 파고 드는 정도는 아니고 몇 페이지 소개에 그치고 있다. 이에 비하면 책 '위대한 유산 직지'는 직지와 금속활자에 대해 폭넓게 알려주고 있다. 청주가 인류문화 유산인 직지를 인쇄한 자랑스런 고장이고, 우리나라가 IT강국 소리를 듣는 게 금속활자 세계최초 발명과 깊은 연관이 있다는 점을 감안하면 자라나는 학생들에게 자긍심을 심어줘야 한다. 직지의 세계화를 이루기 위해서는 앞으로 대한민국을 이끌어갈 청소년들이 직지의 실체를 정확히 이해해야 한다는 게 전문가들의 주장이다.

그러나 학교현장에서는 교육과정상 이런 교육을 할 시간이 없다. 충북교육과학연구원의 담당 연구사는 “2009 개정교육과정 고시 이후 교과 재량활동이 창의적 체험활동으로 바뀌었다. 그전에는 주 1~2시간의 교과 재량활동 시간에 교장 재량으로 이런 수업을 할 수 있었다. 이제는 자율·봉사·진로·동아리활동을 하는 창의적 체험활동을 하도록 돼있다”며 “학교에서 의지가 있다면 사회나 역사 보조교재로 이 책을 활용할 수 있다”고 말했다.

또 중·고의 선택교과 시간에 제2외국어나 ‘진로와 직업’ 같은 수업을 하지 않고 직지 수업을 할 수 있으나 당장 입시 때문에 어려울 것이라는 얘기다. 이 외에도 환경·역사·성평등·노동 관련 책 채택을 교육과학연구원에 요청하나 교육과정상 들어줄 수 없어 안타깝고 힘들다는 게 이 연구사 말이다. 학생들에게 꼭 필요한 과정은 배울 수 있도록 해야 하나 현재는 입시교육에 매몰돼 이렇게 뒷전으로 밀리는 게 현실이다. 이에 관련분야 전문가들은 “직지는 사회·기술·국사 교과서에 나오고 충북사람이라면 반드시 알아야 할 상식에 속해 학생들이 배울 수 있도록 대책이 마련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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