괴산 모초등학교 교감, 선물 요구 거부하자 시말서 요구해
학교비정규직노조, "개선됐지만 관행처럼 굳어진 곳 있어"해

지난 11일, 광주시교육청은 관내 A초등학교 B 교장이 설 명절을 앞두고 비정규직 직원들로부터 ‘떡값’을 상납 받았다는 제보가 접수돼 조사를 완료하고 징계절차를 진행 중이라고 밝혔다. 그런데 충북지역에서도 교장이나 교감이 학교 비정규직 직원들에게 직간접적으로 ‘떡값’이나 ‘선물’을 강요하는 사례가 빈번하게 발생하고 있다는 주장이 제기돼 파문이 일고 있다.

▲ 지난 2월 공공운수노조전회련학교비정규직본부 등 충북지역의 학교비정규직 노동자들이 처우개선을 요구하는 기자회견을 진행하고 있다.

괴산군 C 초등학교에 방과 후 돌봄교사로 재직하고 있는 D씨. 그는 교감한테 당한 일에 너무나 화가 나 올 2월 중순에 청주노동인권센터를 찾았다. 그는 교감의 선물 상납 요구에 응하지 않은 것에 대해  교감이 보복조치를 하고 있다고 확신했다.

그의 말에 따르면 교감의 선물상납 요구는 지난해로 거슬러 올라간다.  스승의 날을 얼마 남기지 않은 시점에 C학교 교감은 그를 불렀다. 교감은 그에게 “스승의 날이 얼마 남지 않았으니 교장선생님에게 감사의 마음을 전해야 하는 것 아니냐”고 말했다. 그는 이 말을 선물을 상납하라는 압박으로 느꼈지만 자존심이 허락하지 않았다. 그는 끝내 선물을 하지 않았다.

그렇게 끝날 것 같던 사건은 새해 들어서 다시 발생했다. 교감으로부터  “명절인데 교장선생님에게 성의를 보여줘야 하는 것 아니냐”는 제안을 받은 동료 비정규직 교사가 그에게 “어떤 것을 선물하면 좋겠냐”고 물어온 것이다. 불쾌해진 그는 동료교사에게 교감의 요구에 응하지 말자고 제안했다. 물론 본인도 응하지 않았다. 

이 일 이후로 교감은 갑자기 그에게 지난 수년 동안 있었던 돌봄교실 운영과정에서 발생한 일들에 대해서 시말서를 작성하라고 요구했다. 방과후 교실운영과정에서 아이들 간에 사소한 다툼이 발생했고 그럴 때면 간단한 상황보고서를 제출한 것이 있는데 이를 모아서 징계사유인 시말서를 작성하라고 요구한 것이다.
그는 어처구니가 없었지만 당장 2월 안에 처리될 재계약 문제로 아찔했다. 급박해진 그는 학교비정규직노조와 상의 끝에 청주 노동인권센터를 찾게 된 것이다.

강요 없어도 압박…비정규직 현실

전직 기자 출신인 K씨는 청주시 모 초등학교에서 올해로 4년째 영어강사로 근무중이다. 실력에 자신감을 가지고 있었던 그는 지난해까지 한 번도 교장이나 교감에게 명절 선물을 준 적이 없다. 같은 분야에 종사하는 동료들이 명절 때면 카카오톡에 “무슨 무슨 선물을 준비했다”는 말이 있어도 꿋끗이 무시했다.

그랬던 그도 올해는 교장에게 선물을 줬다고 기자에게 밝혔다. 그가 명절 선물을 올리게 된 배경은 간단했다. “절박하게 느껴지는 무언가가 있다”며 불안감이 딱 느껴지는데 그냥 눈 딱 감고 과일선물세트를 준비하게 됐다고 그때를 회상했다. 그런데 그는 지금까지 한번도 교장이나 교감으로부터 명절 선물에 대한 외압같은 것을 느껴본 적이 없다고 했다. 결국 그의 말을 종합해보면 구체적인 강요가 없어도 매년 재계약 눈치를 볼 수밖에 없는 학교 비정규직의 현실자체가 선물상납을 강요 당하는 것으로 볼수 있다.

K씨는 이런 환경에 적응하지 못해 학교를 떠난 후배교사의 이야기도 전해주었다. 그가 판단하기에  매우 유능한 이 교사도 재계약에 적신호가 켜진 것을 직감하곤 많은 갈등을 했다고 한다. 그와 함께 주변으로부터 자문을 받은 뒤, 그는 “나는 도저히 그렇게는 맞추지 못하겠다”며 스스로 재계약을 포기했다는 것이다.

1년마다 재계약, 악습양산

괴산군 C초등학교 D교사의 사례를 상담했던 청주노동인권센터 조광복 노무사는 올해 들어 이와같은 사례로 3건의 상담을 진행했다고 밝혔다. 특히 상담 시기가 재계약이 결정되는 2월 전에 이루어졌다고 밝혔다.
학교 비정규직 노동자들의 권리 신장을 위해 만들어진 전국학교비정규직노동조합 이소영 충북지부장은 선물 상납 강요가 이전보다는 많이 줄어들었지만 여전히 관행처럼 진행되는 경우도 많다고 전했다. 이 지부장은 “선물 상납 강요는 교장 선생님의 기질에 따라 천차만별로 나타난다”며 대다수의 학교장은 이런 것을 강요하지 않는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이런 것에 집착하는 일부 학교장들이 여전하고 그렇지 않더라도 명절때가 되면 아예 직원들이 돈을 갹출해서 하는 것처럼 관행으로 굳어진 학교도 존재한다고 설명했다.

또 다른 학교비정규직 노조인 전국공공운소노조전회련학교비정규직본부 구철희 교선부장도 비슷한 시각을 나타냈다. 구 부장은 “노조가 생긴 이후에 이런 관행은 많이 사라졌다”고 전하고 다만 노조에 가입되어 있지 않은 교직원의 경우 이런 압박에 좀 더 노출될수 있다고 주장했다. 특히 노조 차원에서 명절 전에 선물을 강요하는 부당사례가 있는지 집중적으로 점검하고 있어 이전 보다는 개선된 것으로 안다고 설명했다.

이렇게 선물상납 강요 등 부당행위가 감소하고는 있는 추세라지만 여전히 일선학교에서 공공연히 발생한다는 것엔 다들 공감했다. 학교비정규직노조는 이런 구태와 불법이 계속되는 원인으로 비정규직 신분이라는 점과 재계약에 대한 권리가 학교장 1인에게 독점되어 있는 것을 꼽았다. 이소영 지부장은 우선 "급한대로 교육청이 사례를 파악해 해당학교에 대한 감사를 통해 불법행위를 뿌리 뽑아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리고 이 모든 문제가 비정규직문제에서 생긴 것인 만큼 이에 대한 근본적인 대책이 마련되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비정규직 두 번 울리는 학교 천태만상
‘떡셔틀·청첩장셔틀’에 교장 다이어트 계란 삶기 까지

▲ '떡셔틀' 애로를 표현하는 학교 비정규직 노동자가 남긴 트윗

충북도내 학교에 근무하는 비정규직 노동자들의 숫자가 자그마치 7천명이다. 학교 비정규직 노동자들이 다 그런 건 아니지만 소수 일부 교직원들에 의해서 발생하는 비정규직들의 고단함은 대단했다. 전국학교비정규직노조 이소영 충북지부장은 비정규직이 느끼는 차별로 ‘떡셔틀’과 ‘청첩장셔틀’을 꼽았다.

‘떡셔틀’이란 교직원이 애경사를 치른 후 학교 직원들에게 감사의 마음으로 떡을 돌리는데 행정과 교무보조를 맡고 있는 비정규직 직원에게 떡돌리기 일을 시킨다는 것이다. 맡겨진 업무가 명확한데도 비정규직 교원을 군대에서 하급자 부리듯 한다는 것이다. 청첩장셔틀도 마찬가지다. 배포할 명단만 주고 봉투에 주소지를 입력하고 우표를 붙여 발송하는 업무를 시키고 학교 교직원에게 일일이 청첩장은 돌리는 일을 비정규직 직원에게 지시한다는 것이다.

이 뿐만이 아니다. 충북도내 모 초등학교 교장은 학교 텃밭에 상추를 가꾸게 했다. 상추가 어느 정도 자란 뒤 이 학교 교무보조 직원 J씨는 점심때마다 상추를 뜯어와 교직원 식탁에 올려놔야 했다. 심지어 이런 경우도 있었다. 도내 모 학교 교장이 다이어트를 한다며 급식조리원에게 다이어트용으로 계란을 삶은 뒤 흰자만 모아오도록 요구한 사례도 있었다.

이래저래 학교 비정규직 직원들은 괴롭다. 비정규직 신분으로 고용불안에 울고 고용불안을 넘으면 부당한 업무지시에 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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