폐배터리에 생명을 불어넣는 마루MCS 강윤정 대표
창업 4년 만에 32개국 수출…세계가 주목하는 기술력

아직도 우리 사회는 여성에 대한 편견이 여전하다. “여자가 무슨….” “여자가 제대로 하겠어?” 이 같은 편견은 특히 남성들이 주도하는 기업경영에서 두드러진다. 남성의 전유물로 여겨지는 공업 분야에선 특히 그렇다. 이 같은 높은 진입장벽을 깨고 여성 파워를 보여주고 있는 기업가가 있다. 수출이 매출의 95%를 차지하고, 창업 1년만에 국내 최고 기술력으로 업계 선두로 나선 마루MCS. 두 아이의 엄마이면서 10여명의 직원들의 든든한 리더로 신뢰받는 강윤정(47) 대표의 성공스토리를 시작한다.

▲ 폐배터리 재생기를 제조하는 마루MCS 강윤정 대표는 여성기업인이 많이 진출하지 않은 공업분야에서 두각을 나타내는 성공한 기업인으로 꼽힌다. 창업 4년만에 세계 최고 기술력을 인정받은 마루MCS의 미래가 궁금해진다.
납축전지 배터리 재생기 제조업체 마루MCS는 2009년 창업했다. 2차 전지 가운데 하나인 납축전지를 충전해 다시 사용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 마루MCS의 핵심기술이다. 회사를 창업하기 전 4년간의 준비기간을 거친 마루MCS는 첫해 7억 5000만원의 매출을 올렸다. 창업 4년째인 지난해에는 안팎으로 어려운 상황에서도 15억원대의 연매출을 올렸다. 매출의 대부분이 수출이다.

마루MCS가 세계시장에서 주목받는 이유는 기존의 배터리 재생기와 차별성 때문이다. 세상이 빠르게 디지털화 돼가면서 지금은 대기업을 중심으로 리튬이온전지 등 새로운 2차전지 생산에 박차를 가하고 있지만 이전까지만 하더라도 2차전지의 대표주자는 납축전지였다. 지금도 차량용 배터리는 물론 산업용 배터리 대부분이 납축전지를 사용하고 있다.

2차전지 시장이 변화하면서 납축전지는 쇠퇴할 전망이지만 강윤정 대표는 그 속에서 가능성을 봤다. 대기업이 뛰어들지 않는 틈새시장을 공략한 것이다.

4년의 준비기간, 예견된 성공
마루MCS 경쟁력은 누구도 넘볼 수 없는 기술력이다. 폐배터리 재생의 핵심은 배터리에 남아있는 전기의 잔량을 완전히 방전시키는 것이다. 기존의 재생기들은 이를 위해 별도의 방전장치가 필요했다. 하지만 마루MCS 재생기는 독자적인 기술력으로 방전과 충전을 하나로 묶어 충전시간을 단축하고, 배터리 성능을 높였다.

하지만 시장에 안착하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었다. 폐배터리 재생에 대한 인증기관조차 없는 국내 현실에서 영세한 중소기업의 기술을 신뢰하는 거래처는 없었다. 그 과정에는 알게 모르게 여성 사업가에 대한 편견도 존재했다. 강 대표는 “지역시장은 학연과 지연으로 뭉쳐있고, 국내 대기업들은 중소기업의 기술력을 거들떠보려고도 하지 않았다”고 당시의 어려웠던 상황을 회상했다.

당시에도 그랬지만 국내 기업들은 여전히 마루MCS보다 성능이 떨어지고 가격은 3배이상 비싼 외국 제품을 수입해 사용하고 있다. 강 대표의 답답함이 전해지는 대목이다.

낙심하고 있을 그때 수출 기회가 열렸다. 태국의 한 바이어가 먼저 손을 내민 것이다. 강 대표는 “국내에도 배터리 재생기를 만드는 회사는 여럿 있다. 대부분이 영세하고 제품성능을 부풀려 시장이 흐려진 상태였다. 태국의 바이어는 인터넷 홈페이지를 통해 우리 제품을 확인하고, 정말 그 정도의 성능이라면 당장 계약하겠다고 찾아왔다”고 설명했다.

태국 바이어는 성능에 만족했고, 이를 계기로 태국을 거점삼아 아시아 전역으로 수출길이 열렸다. 자신감을 얻은 강 대표는 그러나 안주하지 않았다. 창업 이듬해인 2010년 우수 인력들을 뽑아 연구소를 설립했다. 그 결과 최강의 하드웨어에 최첨단 소프트웨어를 장착할 수 있었다.

기술력 중점, 과감한 R&D투자
배터리는 수명을 알 수 없다. 배터리 제조회사 조차도 기대수명을 표기할 뿐 실제 수명을 예측할 수 없다. 사용자나 사용환경에 따라 배터리의 수명은 달라지기 때문이다. 마루MCS 부설 연구소가 탄생시킨 첫 작품은 배터리 수명을 더욱 연장시킬 수 있는 배터리 모니터링 시스템이다. 배터리 모니터링 시스템을 통해 어디서나 컴퓨터나 휴대폰을 통해 사용 중인 배터리 잔량과 충전중인 배터리의 상태 등을 손쉽게 확인할 수 있게 됐다.

강 대표는 “납축전지가 타 2차전지와 비교하면 저렴하긴 하지만 산업용 배터리들은 기본적으로 고가다. 최대한 오래 쓰고, 배터리의 수명을 늘리는 것은 기업의 비용절감과 함께 환경오염 물질을 줄일 수 있다는 점에서 친환경적”이라고 설명했다.

끊임없는 도전과 R&D투자를 통해 마루MCS는 관련 특허를 획득하는 한편, 수출 영역도 넓혀갔다. 마루MCS는 현재 독일 밸기에 프랑스 등 유럽과 페루와 칠레 등 남미까지 세계 32개국에 수출하는 기업으로 성장했다.

강 대표는 마루MCS의 미래에 대해 자신감을 나타냈다. 그는 “당장 올해 목표는 매출액을 3배 이상 끌어올리는 것”이라고 밝혔다. 마루MCS는 지난해 연매출 30억원 이상을 예상했지만 뜻하지 않은 해외 경쟁사와 특허 분쟁으로 인해 일시적으로 수출길이 막히는 어려움을 겪었다. 하지만 원천기술에 대한 자부심과 관련 자료 제출로 특허 분쟁이 일단락돼 기대감을 높이고 있다. 또한 국내 시장도 재생기 판매와 함께 장비 렌탈과 유지보수 서비스를 새롭게 시작해 시장을 넓혀간다는 계획이다.

납축전지는 여전히 많은 곳에서 사용되고 있다. 자동차, 전동지게차, 골프 카트, 항공, 항만, 통신사, 병원, 전산실, 발전소 등 동력기계장치와 전원 보호용으로 납축전지는 필수다. 그만큼 마루MCS의 성장가능성은 함께 커진다.

마루MCS의 성장에는 강 대표의 강하면서도 부드럽지만 리더십이 큰 역할을 했다. 젊은 인재들을 뽑아 적재적소에 배치하고, 그들의 능력을 100% 끌어내는 힘은 감탄을 자아내게 한다. 일에 관한한 철저한 강 대표지만 매주 월요일 10여명 아침밥을 직접 챙기는 어머니의 자상한 모습을 보이기도 한다. 강 대표는 “결국 사람이다. 서로의 신뢰 속에 함께 성공해나간다는 마음으로 회사를 운영하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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