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주·증평 공장 생산라인 모두 도급…청주공장 상주 정규직 단 1명뿐

 환경부가 2급 발암물질로 규정해 관리하고 있는 디클로메탄 유출사고를 일으킨 SK이노베이션 청주공장이 생산라인 전부를 도급업체에 맡긴 것으로 밝혀져 직접고용을 피하기 위한 꼼수라는 지적이 일고 있다. 또 이번 사고가 생산설비에 대한 소유권도 없고 자체적으로 투자보강을 할수 없는 도급업체가 시설을 관리하면서 생긴 필연적인 결과라는 비판도 제기됐다.

▲ (주)SK이노베이션 청주공장 전경. 청주공장의 생산라인은 모두 도급 노동자를 통해 가동하고 있다 / 사진 육성준기자 eyeman@cbinews.co.kr

이같은 사실은 노동부가 청주공장 디클로메탄 유출사고를 조사하는 과정에서 밝혀졌다. 노동부 관계자에 따르면 청주공장에 상주하는 SK이노베이션의 정직원은 한명에 불과하고 두 개의 도급회사 소속 109명이 생산과 시설관리업무를 수행하는 사실을 조사과정에 파악했다고 전했다.

기자가 확인한 결과 SK이노베이션 청주공장은 생산도급업체인 (주)위티아와 (주)삼구아이엔씨등 두 회사가 생산업무와 품질관리업무를 수행하고 있다. 이들 두 업체는 SK이노베이션으로부터 건물과 시설, 생산 장비를 임대해 사용하고 있다. 두 업체 모두 자체적인 시설과 생산장비 없이 인력만을 가지고 회사를 운영한 것이다.

증평공장도 청주공장과 상황은 비슷했다. 이들 두 업체는 노동자 400여명을 고용해  세 개의 생산라인을 분할 도급받아 생산하고 있었다. 생산라인에는 SK이노베이션 정규직원은 없고 연구등 생산외적인 업무를 담당하는 정규직원 수십명이 근무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또 직원 한명이 청주공장과 증평 공장 두곳의 시설 안전관리를 담당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국립환경과학원 관계자는 “청주공장의 디클로메탄 대기 방출량을 조사할 때 이런 사실을 확인했다”고 전했다.
이에 대해 SK이노베이션 관계자는 “합법적인 도급이므로 아무런 문제가 없다”는 입장만 되풀이했다. 정확한 고용규모를 묻는 질문엔 “정확한 규모를 파악하고 있지 못하다”며 답변을 회피했다.

▲ 사진. 한국생산도급연합회 설립취지. 2012년 11월에 설립됐다. 이 단체는 “생산도급 시스템 도입을 통해 제조업체에 만연한 불법파견과 위장도급 등으로 인한 폐해를 차단하는 동시에 비정규직 문제를 해결하고, 생산성을 극대화시킬 수 있다”고 주장한다.


혁신의 결과가 정규직 없는 공장?

김 보좌관은 “불법 파견 논란에 휩싸였던 SK가 이 논란을 피하기 위해 완전 생산도급방식으로 전환한 것이라는 의구심이 드는 게 사실”이라고 지적했다.

김 보좌관은 특히 이마트의 불법파견 논란과 1만명 정규직화, 대법원으로부터 불법파견을 받은 현대자동차와 GM대우의 사례와 비교하면 SK이노베이션과 같은 방식의 완전도급이 이 논란에서 얼마나 자유로운지 대비가 된다고 꼬집었다.

사회적 책임은 말장 공염불

SK이노베이션의 ‘정규직 없는 완전생산도급’과 같은 형태는 대기업이 우리사회에서 차지하고 있는 비중에 걸맞는 사회적 책임과는 거리가 멀다는 지적이다.

청주노동인권센터 조광복 노무사는 “수백억에서 수천억 이상의 흑자를 기록하는 기업이 직접고용을 회피하는 수단으로 도급을 한다는 것은 수치스런 일”이라고 강조했다. 청년 실업이 사회문제로 된 상황에서 대기업이 고용의 숨통을 틔어줘도 모자랄 상황에, 고용위협에 시달리는 도급노동자를 양산하는 것도 큰 문제라는 것이다. 

조 노무사는 “2003년 당시 (주)하이닉스반도체 사내하청 업체에서 근무했던 비정규직 노동자들이 직장을 잃은 것은 해고가 아니었다”며 도급업체 노동자는 도급계약 해지 공문 하나면 일자리를 잃는다고 설명했다.  약간의 인건비 절감을 위해 노동자들의 삶을 위태롭게 만드는 것은 대기업의 사회적 책임과는 거리가 멀다는 게  조 노무사의 판단이다. 

또 SK가 대기업의 사회적 책임은 외면한 채 위험에 대한 회피수단으로 도급을 활용한 것 아니냐는 의혹도 제기됐다.

은수미 의원실의 김 보좌관은 삼성의 불산누출 사고당시에 이에 대한 관리업무는 도급업체에 맡겨졌고 삼성이 이들에게 책임을 전가하는 것처럼 대기업이 위험의 회피수단으로 도급회사를 활용하는 사례가 있다고 지적했다. 김 보좌관은 “디클로메탄 유출 사고만 보더라도  SK이노베이션이 도급업체를 통해 사고의 위험과 사고책임으로부터 결과적으로 도피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실제로 SK이노베이션의 디클로메탄 유출사고를 조사중인 노동부 관계자는 지난 사고와 관련해 “SK이노베이션은 설비등 시설의 결함 문제에만 책임지게 되고, 안전수칙 미준수등 작업과정에서 발생한 문제는 모두 도급업체가 책임을 지게 된다”고 설명했다.


대기업들은 보통 수많은 협력업체들과 유기적으로 관계를 맺고 생산 활동을 수행한다. 이들 중소 협력업체로부터 부품이나 중간단계의 제품을 납품 받거나 주문자상표부착 방식으로 관계를 맺는다. 이들 협력업체의 대부분은 자체적인 생산장비와 시설, 건물, 기술력등을 소유하고 있는 독립적인 기업으로 분류된다.  이런 대기업들의 협력업체는 일반적으로 외부에 위치해있다. 예외적으로 생산업무가 아닌 품질관리나 포장등의 업무를 수행하는 업체가 대기업 공장내에 자리를 잡을 뿐이다.

하지만 SK이노베이션 도급업체들은 이들과 판이했다. 이들이 사용하고 있는 시설과 장비는 SK이노베이션이 소유한 것이고 두 회사가 자체 보유하고 있는 것은 거의 없는 것으로 알려졌다. 실제로 자체 보유 장비를 묻는 기자의 질문에 도급업체인 (주)위티아 임종헌 대표는 대답하지 않았다. 장소도 SK이노베이션 청주와 증평공장내에 자리잡았다.  이런 면에서 SK이노베이션의 사례는 매우 이례적이다.

이와 관련해 국회 환경노동위원회 소속 은수미 의원실의 김철희 노동보좌관(노무사)은 “직접 고용을 회피하기 위한 대기업의 나쁜 꼼수”라고 지적했다. 김 보좌관은 불법파견 문제와 관련한 SK 그룹의 전력을 지적했다. 대법원으로부터 불법파견 판정을 받은 (주)인사이트코리와와 (주)대한송유관공사가 모두 SK의 계열사라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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