워킹맘은 수퍼맘… 열두시간 일하고 육아와 가사 병행
출산과 육아로 경력 단절… 일하고 싶어도 재취업 난망

“우리는 슈퍼우먼이 아냐! 화가 난다 화가 나!” 일하는 맞벌이 여성의 애환을 듣고자 찾아간 김화숙(39세, 수헤어캐슬원장)씨의 첫 마디다. 뼈속에 기억된 육아의 추억이 강렬했기 때문일까. 두 번째 말은 외마디 비명에 가깝다. “다시는 못해!”  중학교 1학년과 초등학교 5학년 자녀를 둔 김씨는 이렇게 첫 대면부터 카운터 펀치를 날렸다.

▲ 스무 살 때부터 메이크업 아티스트를 꿈꿨던 김화숙 씨. 그러나 김씨는 출산과 함께 육아문제에 부딪쳐 원대한 포부를 다 펼 수 없었다. 그녀에게 워킹맘으로 살아온 14년 세월은 다시 회상하기 조차 싫은 기억이다. / 육성준 기자 eyeman@cbinews.co.kr

“99년에 첫아이를 임신했어요. 그때 다니던 미용실을 그만뒀죠. 아이 낳고 2000년에 처음으로 가게를 오픈했어요. 3개월된 아이를 어린이집 ‘0세반’에 보냈죠.  그런데 다시 둘째 아이를 갖고 가게 문을 닫았지요. 육아와 가게를 동시에 할 수는 없으니까요. 둘째 아이도 첫 애처럼 4개월째에 ‘0세반’에 보냈어요. 그리고 다시 일을 시작했죠”

당시를 회상하는 김씨의 표정이 금새 사그라 들었다. 김씨는 출산후 아이를 키우며 집에 있을 때 너무 힘들었다고 했다. 고등학교 졸업 후 직장생활을 하다가 처음으로 육아 때문에 집에 있는데, 이렇게 지내면 우을증 걸리겠다는 생각이 딱 들었단다. 세상이 어떻게 돌아가는지 도 모르는 것 같고 혼자 바보가 되는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다시 바로 일을 시작했다.

김씨는 그 당시를 회상하면 자신이 슈퍼우먼 같았다고 했다. 아침 8시 30분에 출근했고 밤 9시 30분이 되어서야 퇴근했다. 부랴부랴 아이가 있는 어린이집 부원장 집으로 가서 아이를 찾아 집에 오면 밤 11시가 됐다. 아기 아빠는 대기업에서 일하고 있지만 3교대제 근무였다. 어떤 때는 보름정도 남편 얼굴도 보지 못했다. 12 시간 이상 일하면 몸은 파김치가 됐다. 집에 와도 쉴 수가 없었다. 육아와 그로 인해 배가 늘어난 가사노동은 지금 생각해도 몸서리가 쳐진단다.

김씨가 하는 미용실 일의 특성상 쉬는 날도 적었다. 남들 쉬는 일요일과 공휴일에도 일을 해야 했다. 위 형님보다 동생인 신랑이 먼저 결혼 했을 때라 시댁 제사가 있을 때는 새벽 5시 30분에 농산물 시장에 나가 장을 보고 밤 9시 이후에 제사 음식을 준비하기도 했다. 이 문제는 아직도 미완으로 남았다고 했다. “남들만큼 쉬지 못하니까. 특히 명절 때면 더해요. 명절날 남편이 시댁에 먼저 가 있고 손위 동서가 음식을 준비해 놓고 저를 기다리는 상황이 되죠”. 여전히 김씨는 형님한테 미안하다.

그래도 김씨는 자신이 운이 좋은 경우라고 했다. 운 좋게도 아이를 퇴근할 때 까지 보살펴준 사람이 있었기 때문이다. “아이를 맡길데가 없었어요. 친정과 시댁 모두 너무 멀리 떨어져 있었거든요. 신랑이 떨어져 있는 걸 반대했어요. 당시 신랑은 교대 근무였어요. 아이는 어린이집 부원장님이 밤늦게까지 맡아줬어요.”

김씨는 다른 워킹맘들과 마찬가지로 육아와 자아 사이에 갈등을 많이 겪었다. 김씨는 스무살때부터 유명한 메이크업 아티스트를 꿈꿨다. 그렇게 달려온 노력이 아이를 출산한뒤 육아문제와 충돌한 것이다. “친구들이 부러웠어요. 해외에 나가 공부도 하고 큰 미용실 지점장을 하면서 쑥쑥 커나가는 친구들을 보면 초라해질때도 있어요. 내 꿈은 원대했어요. 메이크업 아티스트... 정말로 이 분야에서 최고가 되고 싶었는데. 도저히 육아를 하며 이 두가지를 하는 것은 불가능해요. 주변에서 아이 키우는 것을 조금만 도와줬으면 더 큰 포부를 이뤘을 것 같은데...”

김씨는 결혼 당시에는 남편이 뒷바라지를 해준다고 했는데, 지금은 자기 뒷바라지를 바라는 것 같다고 했다. 그래도 남편을 원망하지는 않는다. 아이들의 성장해 보육부담이 줄어들었지만 여전히 많은 손길이 가야 하는데 지금은 남편이 거의 도맡아서 하고 있단다. 그런 남편이 고맙고 오히려 자신이 아이들로부터 왕따를 당하는 것 같기도 하다.

그러나 워킹맘으로 14년을 살아온 세월은 너무나 무겁다. 아무리 생각해봐도 그 시절로 돌아가는 건 생각조차 하기 싫단다. 가사노동과 육아, 본업의 삼중고의 무게가 너무 컷을까. 김씨는 마지막 한마디를 이렇게 맺었다. “워킹맘도 잘 살수 있도록 환경을 바꿔 줘!”

워킹맘 직장포기 가장 큰 이유 ‘육아’
3대 관절통증으로 고생하는 워킹맘들의 척추잔혹사 ‘끔찍’

어머니는 위대하다. 그러나 일하는 어머니는 고달프다. 일하는 어머니, 이른바  ‘워킹맘’은 일과 가사, 육아의  3개 분야를 도맡았다. 이같은 사실은 백선희 서울신학대 사회복지학과 교수의 ‘보육수요자 실태조사를 통한 보육정책의 문제점과 개선 방안 연구’를 통해 확인된다. 백 교수는 한국여성노동자회 협조를 받아 만 0세부터 초등학교 저학년을 둔 1940명의 여성을 상대로 조사를 진행했다. 

이 조사에서 워킹맘이 자녀의 양육을 책임지는 비율이 36.4%를 차지했다. 반면 배우자인 아빠가 전적으로 책임진다는 비율은 1.1%에 불과했다. 부부가 동등하게 돌보고 있다는 비율은 12.8%였고 조부모나 친인척이 19.2%, 보육기관이 28%를 차지했다. 이를 보면 워킹맘중 절반 이상이 육아문제에 매달리고 있는 것이다. 조사에 응답한 워킹맘 중 출산이후에 50% 이상이 다니던 직장을 그만뒀다. 일 하기를 원하지 않은 경우는 4.3%에 불과했고 80% 가까이가 육아문제와 관련이 있었다.

이렇게 여성에게 편중돼 있는 육아 현실의 가장 큰 원인은 우리사회에 만연해 있는 성별분업이데올로기라고 전문가들은 한결 같이 지적한다. 아무리 맞벌이 부부라고 하더라도 양육은 여성의 문제이고 여성이 책임져야 한다는 의식이 팽배해 있기 때문이다. 이를 반영하듯 남성이 아이를 돌보기 위해 육아휴직을 사용한 비율은 2010년 현재 2%에 머물고 있다

그리고 일하는 여성들은 아프다. 특히 30·40대 일하는 여성의 관절은 아킬레스건이다. 미용에 민감한 시절인 20대에 착용한 굽 높은 하이힐은 관절에 많은 부담을 축적시켰다.  이런 상태에서 결혼과 동시에 여성들은 강도 높은 가사 일을 전담한다. 걸레질과 같은 일은 관절부위에 부담을 준다. 출산한 워킹맘은 더 고달프다. 아이를 안거나 업는 자세, 수유를 하는 자세등 대부분이 관절에 부담을 주게된다. 이런 상태에서 미혼 여성이나 남성들과 같은 강도의 업무를 하면서 직장에서 수행한다. 특히 손목·무릎·허리·관절 부위의 통증이 워킹맘을 괴롭히는 3대 관절통증으로 꼽힌다. 척추 잔혹사는 여기서 그치지 않는다. 폐경기를 거치고 다시 손주들  육아로 되돌아가는 시기까지 50대~60대까지 워킹맘의 척추 잔혹사는 멈추지 않고 계속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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