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 이재표 · 글씨: 김재천

1919년 3월1일 선조들은 대한독립만세를 외쳤다. 일제에 빼앗긴 국권을 되찾기 위한 함성이었다. 그러나 약 100년이 흐른 2013년 3월에는 ‘함께 일어서자’며 대한동립만세(大韓同立萬歲)를 외쳐야할 판이다. 2월25일 박근혜 정부가 출범했다. 이로부터 불과 1주일이 흐른 3월4일 박 대통령은 대국민 담화를 발표하기에 이른다.

“새 정부가 국정운영에 어떠한 것도 진행하지 못하고 있는 현실에서 여야 대표들과의 회동을 통해 발전적인 대화를 기대했지만 그것도 받아들여지지 않는 상황에 대해 대통령으로서 큰 걱정과 함께 책임감을 느낍니다. 국회는 국민을 위해 존재하는 것이고 대통령 또한 그 책임과 의무가 국민의 안위를 위하는 것인데 국민 여러분께 심려를 끼쳐드려서 대단히 송구스럽습니다.” - 담화문 일부

언론보도에 따르면 대통령이 눈을 부릅뜬 채 주먹을 쥐고, 손가락질을 해가며 담화문을 읽는 동안 여당의 고위 당직자들 사이에서도 “아 소름끼쳐”라는 탄식이 흘러나왔다고 한다. 국회에서 여야협의가 진행 중인 상황에서 통치선언에 가까운 담화가 발표된 것을 놓고 여당 내에서 우려하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는 것과 같은 맥락이다.

담화는 정부조직개편안의 국회통과가 지연되는 것에 대한 절박함이 분노로 표출된 것이다. 그러나 이면에는 국적논란 등으로 인해 청문회에서 난타전이 예상됐던 김종훈 미래창조과학부 장관 내정자 사퇴 논란, 방송통신위원회의 일부 기능을 미래창조과학부로 옮기는 것에 대한 야당 반발 등이 웅크리고 있다.

정치로 풀어야하는데 통치로 맞서는 상황이니 쉽게 풀릴 가능성은 희박하다. 벌써부터 ‘식물정부’라는 지적이 나온다. 함께 일어서는 동립이 요원하다. 아, 대한동립만세!

저작권자 © 충북인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