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주 청렴연수원서 지자체 토착비리 구조 타파 정책토론회 열려
최남희 교수 주제발표…자치단체 공직비리 최근 4년간 6배 증가

▲ 주제발표자 최남희 교수 (한국교통대)
국민권익위원회와 균형발전지방분권 충북본부가 주최한 ‘지방자치단체 토착비리 구조 타파를 위한 정책토론회’가 지난달 28일 청주 청렴연수원에서 열렸다. 이날 주제발표는 최남희 교수(한국교통대)가 ‘지방자치단체 토착비리에 대한 인과순환적 구조분석’이란 제목으로 진행했다. 최교수는 “우리나라 지방자치단체의 비리는 중앙정부로부터의 정치적, 재정적 분권화를 의미하는 지방자치 실시 이후 꾸준히 증가했다”고 설명했다.

실제 민선 1기부터 4기 동안 지방자치단체장과 지방의원 사법처리 현황을 보면 민선1기 23건에서 민선2기 60건, 민선3기 78건으로 점점 증가하다가 민선4기에는 전체 246개 지자체 수의 절반에 육박하는 119건이 사법처리됐다. 또한 최근 5년간 감사원과 경찰 등에 의해 적발된 비리 공직자수도 급격히 늘어났다. 2006년 216건이었던 경찰 적발 공직비리 사범은 2010년 들어 6배 급증한 1226건으로 집계돼 공직비리가 확산되고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토착비리의 지방행정 영역별 발생빈도 자료를 보면 건축도시 분야가 전체 26.9%, 건설토목 26.0%로 구성비가 높게 나타났다. 이밖에 인사업무(14.9%), 환경위생(9.9%), 농수산임업과 문화관광체육이 각각 4.8%, 산업경제재정(3.6%)순 이었다. 결국 이해관계가 큰 인허가 분야에 비리가 집중된 것으로 드러났다.

토착비리의 6대 발생분야별 빈도는 계약비리가 29.9%로 가장 많았고 인허가비리가 20.6%, 인사비리 13.7%, 공사비리 10.1%, 보조금비리 7.5%, 국공유재산비리 1.8%였다. 최 교수는 토착비리의 주도세력으로 공무원을 현혹하는 기업, 대가를 요구하는 담당공무원, 부당한 지시를 하는 지자체장을 꼽았다.

지방자치제 실시이후 토착비리가 늘어난 구조적 매커니즘에 대해 최 교수는 “책임성 없는 분권화, 지방에서의 소셜네트워크와 공무원의 성취욕구의 결합된 것”으로 분석하고 직접적인 요인으로 “공무원과 토착세력 유착, 단체장의 재량권 남용, 공무원의 단체장 맹종, 공무원의 윤리의식·허술한 제도·불투명한 행정” 등을 꼽았다.

또한 토착비리 근절방안에 대해서는 “우리나라 지방자치단체의 3대 토착비리인 계약비리, 인허가비리, 인사비리를 근절하기 위해서는 내부고발시스템의 활성화, 원스트라이크 아웃제, 비리단체장 보궐선거비 구상권, 비리 상급자 연대책임제, 공무원 연금법과 퇴직금 중지 대상 확대, 공직자 금품·향응 수수액 환수 의무화가 정착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 지난달 28일 국민권익위원회 청주 청렴연수원에서 ‘지방자치단체 토착비리 구조 타파를 위한 정책토론회‘가 열렸다. / 육성준 기자 eyeman@cbinews.co.kr

“공무원 한곳서 30년 공직생활 토호세력 유착”
政·官·言 토론자 6명, 지역 토착비리 진단과 해법 제시해

이날 토론자로 나선 도의회 김희수 의원은 “아직도 공직사회 일부에는 청렴하게 원칙을 고수하면 융통성이 없는 직원이 돼 조직에서 도태되는 잘못된 관행이 있는 것 같다. 그러다보니 상급자들이 요구하는 토착비리에 감담하지 않을 경우 불이익을 받을 것을 우려해 울며 겨자먹기식으로 가담하는 경우도 있다고 생각한다. 앞으로 청렴공직자에 대한 격려와 보상을 하는 공직풍토가 조성되야 한다. 선출직 공직자가 비리로 물러나 보궐선거를 실시한 경우 구상권을 행사해 선거비용 등을 환수하도록 법제화하는 것도 필요하다. 행정기관은 자체 감사의 독립성과 전문성을 제고하고 비리 예방을 위해 정보공개에 더욱 적극적으로 나서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중부매일 한인섭 정치부장은 취재현장에서 겪은 토착비리 유형에 대해 설명했다. 2009년 초대 충북도립예술단 지휘자 임명과 관련 불가리아 소피아음악원의 가짜 석사학위가 물의를 빚었다. 한 부장은 “당시 정우택 지사가 자신의 트럼펫 개인레슨 교습자이자 공채 담당부서인 문화예술과장 친인척을 임명하면서 문제가 불거졌다. 석사학위가 정식학위가 아님에도 도 고위공무원은 물론 보수 진보 예술단체들도 각각 이해관계 때문에 침묵했고 결국 임명을 강행했다”고 지적했다.

또한 20년간 불법 운영을 해온 충북승마장에 대한 지자체의 묵인 비리 사건을 소개했다. 충북승마장은 충북도와 청원군이 전국체전 개최를 위해 설치하고 도체육회가 위탁운영했지만 체육시설설치법에 따른 신고(허가)를 하지않은 불법시설이었다.

승마장은 지역 유력기관장들이 부임하면 승마 편의를 제공하면서 이를 방패막이로 20년간 불법운영을 해왔다. 결국 언론의 집중보도로 도내 무허가 승마장 7개 업체가 동시에 기소됐다. 한부장은 “지자체가 관련법에 대한 자의적 해석으로 민원을 묵살하고 불법비리의 주체가 된 사건”이라고 지적했다.

충북도 김창현 감사관은 “국기기관의 권한이 지자체로 많이 이양이 되면서 지방공무원의 비리가 더 늘어난 것 같다. 충북도는 광역도 가운데 상대적으로 낮은 편이고 시군의 경우 정부합동감사 등으로 인해 징계자수가 많이 늘었다. 토착비리를 근절하기 위해서는 단체장의 청렴의식이 가장 중요하고 그에따른 인사, 인허가가 이뤄져야 한다고 본다. 특히 시군의 간부공무원은 그곳에서 출생해 30여년 공직생활을 하다보면 토호세력과 유착될 소지가 높다. 따라서 과거 관선시대처럼 도-시-군간에 인사교류를 통해 유착고리를 막는 것도 방법이 될 수 있다. 또한 공무원 순환보직제를 활성화해 비리구조를 사전예방하는 것도 필요하다”고 말했다.

국민권익위원회 오정택 서기관은 “국민의식조사에서 정부를 신뢰하지 않는 이유 가운데 ‘공직사회 부정부패’(41%)를 가장 많이 꼽을 만큼 아직도 우리사회의 심각한 문제라고 할 수 있다. 국민권익위가 그동안 제도개선을 위해 분야별 가이드라인을 제공해 왔다. 부패는 독점과 재량 때문에 심해지고 책임과 투명성 강화를 통해 약화시킬 수 있다. 따라서 독점은 경쟁체제로 재량권은 명확한 기준으로 통제할 필요가 있다. 책임문제는 심사위원회를 구성한 경우 외부 전문가는 공무원이 아니라서 뇌물죄가 성립되지 않은 법원판결이 있다. 이럴 경우 공무원으로 의제해 처벌할 수 있는 법개정이 필요하다고 본다. 투명성 부분에서도 각종 위원회의 명단과 회의록까지 가능한 공개범위를 넓힐 수 있도록 규정을 바꿔야 한다”고 말했다.

충북경실련 이두영 사무처장은 “시민운동이 90년대까지만 해도 부정부패추방운동본부 등을 구성해 공직비리를 감시하고 제도개선을 촉구하는 활동에 역량을 투입했었다. 하지만 문민정부 출범이후 활동분야가 넓어지면서 토착비리에 대한 감시 기능이 저하된 면이 있다. 공직비리를 내부감사를 통해 근절하는데 한계가 있기 때문에 시민사회와 함께 문제해결을 고민할 필요가 있다. 백서발간등을 통해 비리내용에 대한 정보공개에 적극 나서고 정부의 지자체 청렴도 조사에도 시민사회 분야의 참여가 전제되야만 공신력을 얻을 수 있을 것이다. 토착비리 척결은 사정당국의 의지와 함께 시민세력의 공감과 고발이 있어야만 가능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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