복권사기 검거, 법원 속여 주민등록증 발급후 TV 출연도

“내가 85세인데 한참 형님이 나보다 정정하시네.”

지난해 10월 한 방송사의 노래경연프로그램에 출연한 98세의 고령 참가자는 빼어난 노래실력과 무대매너를 선보였다. 국민MC로 사랑받는 진행자는 물론이고 방청객과 TV로 이를 지켜보던 시청자들도 감탄하지 않을 수 없었다.

안모씨는 그렇게 인기스타가 됐고, 해당 프로그램 연말결선과 아침방송에도 출연해 노익장(?)을 과시했다. 마을 노인회관을 가도 70~80대 노인들로부터 ‘형님’ 소리를 들으며 대접 받았다.

자타공인 99세 몸짱 노인으로 칭송 받아 온 안씨. ‘전설의 주먹’ 김두한(1918~1972)보다도 빠른 1915년생 주민등록증을 소지하고 있었지만 실제 그의 출생년도는 1953년. 화려한 조명 뒤에 숨은 안씨의 정체는 무려 40년의 세월을 거슬러 본인의 삶을 세탁해 온 철면피 사기범이었다.

안씨의 또다른 삶이 시작된 것은 지난 2005년. 여러 차례 교도소를 들락거리며 주민등록이 말소된 안씨는 이때부터 비극적인 삶을 살아온 고아 행세를 했다. 복지시설을 전전하던 중 안씨의 사연을 딱하게 여긴 한 목사가 ‘법적으로도 살아있는 사람을 만들어 주겠다’며 도왔고, 다음해 청주지방법원에서 성(姓) 본(本) 창설허가를 받았다.

이후 2009년 가족관계등록창설허가까지 받은 안씨는 청주시 상당구청에서 주민등록증 발급신청까지 해 새로운 주민등록번호와 이름을 부여 받았다. 완벽하게 신분을 세탁한 안씨는 기초노령연금, 장수수당, 기초생계비 등 매달 48만원 상당을 수급해 46개월간 2200여만원을 편취하는 뻔뻔함까지 보였다.

안씨의 욕심은 여기에 그치지 않았다. 노래경연프로그램으로 일약 스타덤에 오른 안씨는 씀씀이가 커지기 시작했고, 결국 부족한 생활비·유흥비를 충당하기 위해 또다른 범죄를 계획했다. 그는 수차례에 걸쳐 복권을 위조하는 수법으로 소액 당첨금을 수령해오다 이 사실을 파악한 경찰의 추적에 덜미를 잡혔다.

99세 고령의 노인은 경찰 수사에서도 “나이가 많아 조사를 받기 힘들다”며 회피했으나 경찰의 예리한 수사로 신분세탁 혐의까지 들통났다. 전문 사기범에서 몸짱 노인으로 완벽하게 변신했던 안씨의 행각은 결국 7년여만에 막을 내렸다.

청주흥덕경찰서는 5일 법원 등을 속여 주민등록증을 발급받아 신분 세탁을 한 뒤 복권을 위조하고 각종 기초연금을 타낸 안씨를 위계에 의한 공무집행방해 등 혐의로 구속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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