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론토 시 유해화학물질 관리위해 2008년 조례로 제정
알권리 위해 유해화학물질 환경지도 홈페이지 통해 공개

“진정으로 유해화학물질로부터 청주시민을 지키고자 한다면 우선 알 권리부터 보장하라.” “주민들의 알권리 보장을 위한 제도가 필요하다면 캐나다 토론토 시의 '켐트랙(ChemTRAC)'을 참고하자.”
청주산단 (주)지디의 불산유출사고와 (주)SK이노베이션의 디클로메탄 흡입사고로 유해화학물질에 대한 주민들의 불안감이 높아진 가운데 원진녹색병원 김신범 노동환경건강연구소 연구실장은 본지와의 인터뷰를 통해 이렇게 제안했다.

▲ 김신범(노동환경건강연구소 화학물질센터 실장. 산업안전공단 화학물질평가 실무위원). "유해 화학 물질에 대한 지역주민의 알권리를 보장하라.” 김실장은 토론토의 사례처럼 주민운동과 기업의 쌍방향 소통으로 화학물질 감축을 끌어낼수 있다고 설명한다. 김실장은 청주시의 노력을 평가하면서 ‘켐트랙’을 참고할 필요가 있다고 제안했다.

김 실장에 따르면 토론토 시는 2008년에 ‘우선순위 유해물질 25종을 다루는 업체들은 매년 시에 보고하는 한편 사용을 줄이도록 노력해야 한다’는 조례를 정했다. 토론토 시당국은 이 조례에 근거해 관내 모든 유해화학물질을 사용하는 기업정보가 담긴 연간 보고서를 발행하고 있다. 또 켐트랙 홈페이지를 통해 시민은 누구나  연간 보고서를  내려 받을 수 있고 실시간으로 관련 정보도 확인할 수도 있다.

김 실장은 이런 제안을 하는 이유로 우리나라의 현실을 꼽았다. 현재 우리나라에서는 지역주민들이 집 근처 공장에서 어떤 유해물질을 다루고 있으며, 사고가 발생했을 때 어떻게 대처해야 하는지 거의 알 수 없다는 것이다. 대표적인 예가 구미시 불산 유출 사고인데  위험을 느껴 주민을 대피시킨 마을 이장의 직감이 없었다면 엄청난 대형사고로 이어졌다는 것이다.

따라서 이 물질을 관리하는 업체의 책임뿐만이 아니라 유사시 주민들이 대응요령을 숙지 할수 있도록 관련 정보가 주민에게 제공돼야 한다는게 김실장의 판단이다. 또 “안전하게 관리하는 것보다 화학물질의 사용량을 줄이는 것이 유해화학물질을 관리하는  가장 효과적인 대책”인데 이를 위해서는 기업들의 화학물질 사용을 줄이는 노력이 있어야 하고 주민들의 일상적인 감시가 이뤄질 때 기업들의 감축 노력도 발생한다는 것이다. 바로 이런 대표적인 프로그램이 캐나다 토론토 시가 운영하는 켐트랙이라는 것이다. 특히 전국 발암물질의 30% 가까이 대량 방출되고 있는 청주산단과 오창산단이 통합 청주시로 편입될 상황이니만큼 그 어느 지자체보다 켐트랙과 같은 프로그램이 절실하다는 것이다.

청주시 화학물질사고 매뉴얼 ‘의미는 있다’
김실장은 캠트렉과 같은 제도를 우리나라 법률에서도 보장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현행 ‘유해화학물질관리법’에는  '사고대비물질을 취급하는 자는 사고로 인한 피해를 최소화하기 위하여 인근 주민에게 자체방제계획을 사전에 알려야 한다'고 명시돼 있다는 것이다. 다만 이 법규가 현재는 형식에 그치고 일을 뿐이지만 조례가 제정되고 알권리를 위한 주민운동과 결합하면 커다란 성과를 낼수 있다는 것이다.

청주시가 제작 배포한 ‘화학물질 사고대응 매뉴얼’에 대해서는 김실장은 “의미와 아쉬움이 교차한다”고 평가했다. 김실장은 청주시가 기업이 사용하고 있는 화학물질을 공개한 것 자체만으로도 커다란 진전으로 봐야한다고 주장했다. 소량이긴 하지만 인쇄물로 배포한 것도 주민들의 알권리 차원에선 커다란 진전이라고 평가했다.

아쉬운 부분으로 정보공개대상을 시민에 두지 않고 관련 기업체로 국한한 것을 꼽았다. 많은 비용을 들이지 않고도 홈페이지를 통해 공개하면 시민 누구나 열람이 가능한 방법도 있는데 굳이 기업체만을 대상으로 했냐는 것이다. 김실장은 청주시가 주민들의 알권리를 보장하는 방향으로 더 나아가 토론토시의 캠트렉과 같은 환경지도를 제공하기를 희망했다.

켐트랙 홈페이지에 접속해보니

▲ 캐나다 토론토 시정부가 운영하는 켐트렉 홈페이지 메인화면. 한국어를 비롯해 18개 언어로 켐트랙과 유해화학물질에 대한 정보를 제공한다.

▲ 캠트랙에서 서비스되는 환경배출 지도. 사진에 표시된 곳을 클릭하면 해당기업과 연락처, 사용물질이 자세히 소개된다.

“ChemTRAC 이란 무엇입니까? ChemTRAC는 주변환경에서 유해 화학물질을 줄여 공중위생을 향상시키고 녹색 지역경제를 지원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습니다.  지역 시설들이 우선순위 유해물질의 사용 및 방출을 매년 파악하고 보고해야 합니다. 우리 지역사회의 주요 화학물질에 대한 정보를 대중에게 제공해야 합니다.” 이 글은 켐트랙에 대해 한국사람이 소개하는 글이 아니다. 캐나다 토론토시가 운영하는  ‘켐트랙 홈페이지     (http://www.toronto.ca/health/chemtrac)’에서 직접 다운받은 원문중 일부이다. 이 홈페이지를 방문했을 때 한국어 이외에 중국어 아랍어등 18개 언어로 된 서비스를 제공한다.

켐트랙 홈페이지에서 토론토 시는 “켐트랙이 제 사업에 어떠한 혜택을 줍니까?”라는 질문을 던졌다. 그리고 이에 대해 “귀하가 사용하는 유해 화학물질을 감량함으로써 다음과 같은 혜택을 얻을수 있다”고 설명한다. 바로 그 혜택은 “경비절감, 노동자의 건강 및 안전 향상, 지역사회의 관계 강화, 친환경적인 선택을 원하는 소비자의 수요를 충족시킨다”고 기술했다.

이 홈페이지에는 기업이 환경에 미치는 부정적 영향을 감소하기 위해 추진해온 활동을 강조할수 있는 공간도 마련했다. 이를 통해 기업이 행한 친환경적인 노력을 시민에게 알리고 지역사회가 기업을 이해하는데 도움을 제공한다. 이렇게 켐트랙은 시민과 기업의 쌍방향 소통을 기본원리로 하고 있다.

이번에는 유해화학물질 환경지도를 클릭해보았다. 토론토시 전체지도가 표시되고 유해화학물질을 사용하는 업체들이 지도위에 표시됐다. 다시 한 업체를 클릭했다. 이 업체는 우선순위 물질인 디클로메탄을 2010년도에 125kg을 배출했다고 표기됐다. 시민들은 이런 정보를 통해 기업이 가지고 있는 위험을 어디까지 받아들일 것인지를 결정하는데 활용한다. 만약 현재의 상태가 불만족 스럽다면 기업에 대해 저감대책을 마련할 것을 요구한다. 이런 쌍방향 소통을 통해 기업과 주민이 같은 지역에서 공존하는 사회적 합의를 이끄는 방식이다.

켐트랙 홈페이지를 이용해보니 청주시와 오창산단의 현실과 너무나 대비됐다. 발암물질 방출 1위라는 사실도 청주와 청원 주민들은 전혀 할 수가 없었다. 지역사회의 주민과 공존하기 위한 기업의 노력은 고사하고 (주)셀가드코리아는 언론과의 인터뷰도 거절했다. 이 와중에 청주시가 전국에서 처음으로 유해화학물질 사용기업을 공개했다. 아직은 부족하지만 전문간들은 이 마저도 ‘의미있는 진전’이라고 평가한다. 주민들의 알권리를 보장하면서 기업과 주민이 쌍방향으로 소통하며 유해화학물질을 감축하는 노력하자는 전문가들의 제안에 대해 청주시가 진지하게 판단할 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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