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앞에 두고도 못가는 마음 챙기는 ‘솔밭 생고기’ 문 여는 해고노동자 오범진

장애인이 전동 휠체어를 탄채로 삼겹살을 먹을수 있는 식당이 생긴다. 바로 한국야금 해고노동자 출신인 오범진(47세·남)씨가 개업을 준비중인 ‘솔밭 생고기’ 식당이다. 서민들의 고단한 삶을 알 길이 없는 왕비 마리 앙투아네트는 “빵이 없으면 케익을 먹으면 되지”라는 유명한 말을 남겼다.

그러나 빵을 잃은 고통을 느껴 본 오씨는 달랐다. 전동 휠체어가 식당을 드나들 수 있도록 경사대를 설치하고 문턱을 없앴다. 두 개의 전용테이블도 따로 설치했다. “장애인들이 자유롭게 식당을 이용할 수 있도록 하자”는 아이디어는 오씨와 같이 노동운동을 했던 배창호 초대 민주노총충북본부장이 냈다.

20년 넘게 일했던 직장에서 해고를 당한 뒤 1년 넘게 회사정문 앞에서 1인 시위를 진행했던 오씨는 흔쾌히 이 제안을 수용했다. 오씨가 가고 싶었던 그리운 직장이나 눈 앞에 있는 식당을 두고도 들어가지 못하는 장애인의 마음이 서로 인지상정이었기 때문이다.

오씨에게 자영업은 난생처음이다. 청주기계공업고등학교를 졸업하고 곧바로 한국야금에 입사했다. 청주 공단에 있는 또래의 노동자들과 어울리며 ‘좋은 친구들’이란 모임에 참여했다. 이 모임에는 노동자자주관리기업 우진교통 대표를 맡고 있는 김재수, 민주노총 전 본부장인 이영섭씨등이 함께 했다.

청주에 민주노조란 이름도 생소하던 91년에 오씨는 한국야금노동조합을 설립해 초대 사무장을 맡았다. 그러나 오씨의 노동운동은 순탄하지는 않았다. 노동조합은 오씨가 꿈꾸던 방향대로 진행되지 않았다. 급기야 회사는 그에게 희망퇴직을 강요했고 오씨는 이를 거부했다. 결과는 해고였다.

20010년 2월부터 또 다른 삶이 시작됐다. 고통스런 해고자의 길이었다. 서울지법의 부당해고 판결로 생긴 복직의 희망도 고등법원과 대법원의 판결로 물거품이 됐다. 오씨에게 다가온 가장 큰 시련이었다. 1년동안 좌절의 나날을 보냈다. 그리고 그 좌절의 깊이 만큼 깊은 곳에서 새로운 삶의 활력이 피어올랐다.


식당 경력이 30년 되신 칠순 노모와 식당을 준비했다. 주 메뉴는 소백산농원에서 기른 토종 흑돼지 삼겹살이다. “장사는 처음이어도 식당을 나가실 땐 모두가 만족해서 나가도록 하겠다”는게 오씨의 마음이다.

가게는 3월초에 문을 연다. 장소는 수곡동 한마음2차 아파트 202동 건너편 골목이다. 모두들 오셔서 해고자가 동병상련으로 만든 전동휠체어 전용테이블도 구경하고, 맛있는 삼겹살도 맛보시라! 그리고 예약도 환영한다. 예약전화는 292-279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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