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남균 취재1팀 기자

지난해 발생한 구미불산 유출 사고는 그 자체로 충격이었다. 작업현장에 있던 노동자가 그 자리에서 사망했다. 하루만에 말라 죽은 농작물 사진과 영상을 본 시민들은 불산이 얼마나 위험한 물질인지 생생하게 배웠다. 이 위험한 불산이 청주산업단지에서도 유출됐다. 시민들은 놀랐다. 그러나 충북도는 신속했다.

“사고가 경미할뿐더러 외부유출이 없었다”고 하루만에 발표했다. 청주산단 환경담당자 회의가 개최되고 공단내 유해화학물질을 대상으로 일제점검을 시행한다는 후속대책 발표도 쏟아져 나왔다. 지역언론은 충청북도와 청주시가 사후대응을 효과적으로 잘 진행했다는 호평기사도 내보냈다.

그런데 이 시기 시민들에게 절대로 알리지 않은 사실이 하나 있다. 사고가 발생한 (주)지디 청주공장의 불산유출이 처음이 아닌 것을 관계기관은 공개하지 않았다. 이미 3년전부터 주변 나무가 고사할 정도로 빈번하게 사고가 발생했고 그때마다 민원이 제기됐다. 이를 파악한 충청북도와 산단관계자, 인근업체가 모여 피해보상까지 마무리했다. 그러나 이 사실에 대해서 도는 아직까지 입을 다물고 있다.

삼성전자 화성공장 불산 유출사고 발생 사흘째인 1월 30일. 화성시 동탄 주민들 앞에 삼성전자 측은 “이번 사고로 외부로 불산 가스가 유출됐을 가능성은 전혀 없다”고 설명했다. 이어 채인석 화성 시장은 단호하게 말했다. “현장에 가봤는데 아무 이상이 없었고, 제가 아무 장비도 착용하지 않고 현장을 다 들어가 봤다”고 말했다. 결국 이날 간담회는 불산 유출은 없었다고 삼성전자가 보고하고 화성시장이 보증하는 것으로 마무리됐다.

그러나 또 다른 간담회에서 전혀 다른 주장이 제기됐다. ‘삼성전자, 구미 화학물질 누출사고 문제점과 지역주민의 알권리 확보를 위한 긴급토론회’가 진행된 2012년 2월6일 오후 국회 의정관 105호실. 이란 화성환경운동연합 사무국장은 “불산이 외부 유출 됐다”는 확신에 찬 증언을 쏟아냈다. “공장인근 주민들이 갑자기 구토와 어지럼증 등을 느꼈다는 제보가 줄을 잇고 있다”는 것이다.

그러나 대비된 양측 주장 중 누가 거짓말을 했는지 금새 탄로났다.
15일 삼성직원이 대형 송풍기를 틀어 탱크룸에 있는 불산 가스를 외부로 빼낸 CCTV화면을 경찰이 공개한 것이다. 필자는 이 과정을 지켜보면서 확신이 생겼다. 기업과 행정기관이 충분한 정보를 제공하기는 커녕 정보를 은폐한다는 것이다.

(주)지디와 삼성불산 유출 사고 모두 지자체가 나서 왜곡했다. 이러는 사이 우리가 알고 있는 위험보다 훨씬 더 큰 위험이 도사리고 있었다. 기업과 행정당국은 안전하게 잘 관리하는 것처럼 홍보하지만 사실 이면은 전혀 달랐다. 2만명의 사망자를 낸 인도 보팔의 화학폭발사고처럼 항상 축소되고 숨겨졌다. 그래서 무섭다. 보면 볼수록 더 많은 위험이 있다는 사실을 확인하는게 두렵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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