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경의 매경 사주 언급→매경 보복성 기사→한경 재보복…
언론시민단체“회사와 사주 위한 경제지 지면사유화 심각”

매일경제와 한국경제가 서로의 치부를 드러내며 싸우고 있다. 매일경제는 지난 1월 31일 알선중재 혐의로 구속된 한국경제TV PD에 대한 기사를 이틀 동안 보도하면서 한국경제TV를 ‘자본시장 독버섯’이라고 비난했다. 한국경제는 매일경제의 종합편성채널 MBN의 탄생과정과 그간의 보도행태를 비난하면서 매일경제에 ‘폭주 언론’이라는 이름을 붙였다.

두 매체에 따르면, 이 싸움은 당분간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 관련 기사들이 연속 기획기사 형태로 게재됐다. 각자 영업전략은 물론 치부까지 알고 있는 만큼 두 매체의 폭로가 어디까지 이어질지도 관건이다. 그러나 저널리즘의 기본과 독자를 무시한 지면 사유화라는 비판이 제기된다.


매일경제는 이 싸움이 한국경제의 매일경제신문·MBN 장대환 대표이사 회장을 거론하면서 시작됐다고 주장했다. 한국경제는 지난달 30일자, 2월 1일자 기사에서 김용준 국무총리 후보자의 자진 사퇴의 배경으로 ‘현미경 검증’으로 인한 각종 의혹을 들면서 과거 사례로 장대환 회장을 언급했다.

한국경제는 1월 30일자 3면 기사 <장상·장대환·김태호…청문회 도입 후 4번째>, 2월 1일자 4면 기사 <장상·장대환 위장전입에 ‘발목’>에서 과거 검증을 통과하지 못하고 낙마한 공직 후보자 10여 명을 예로 들면서 장대환 회장을 제목에 포함시키고 사진을 노출했다. 2002년 장대환 회장이 부동산 투기, 세금 탈루 등 각종의혹 제기 이후 인사청문회에서 낙마했다는 내용이 포함된 기사다.

한국경제, 매경 장대환 회장 과거사 보도 도화선

매일경제는 한국경제의 1월 30일, 2월 1일자 기사에서 장대환 회장의 의혹들이 언급된 것에 대해 불만을 드러냈다. 매일경제 서양원 경제부장은 4일 미디어오늘과 통화에서 “한국경제가 (장 회장) 학력에 문제가 없다는 것을 다 알면서도 문제제기를 했다”면서 “악의적인 보도”라고 지적했다.

그러나 한국경제 김수찬 기획부장은 “김용준 후보자 적격성 논란이 기사의 핵심”이라면서 “자연스럽게 과거 사례를 설명하면서 그 중 하나로 장대환 회장이 언급된 것뿐인데 매일경제가 오해한 측면이 있다”고 말했다.

이후 매일경제는 2월 1일자 33면 <투자자 울린 증권방송 PD>에서 ‘회사 이름을 이니셜로 처리해 달라’는 한국경제의 요청을 받았지만 ‘한국경제TV’를 노출했다. 이 기사는 지난달 31일 서울중앙지검 금융조세조사2부(강남일 부장검사)가 한국경제TV 출연자 둘을 주가 조작과 알선중재 혐의로 기소했고 ‘출연 청탁과 함께 현금 수천만 원을 받은 혐의(배임수재)’로 전 한국경제TV PD 김아무개씨를 구속기소했다는 내용이다.

이튿날 매일경제는 1면 머리기사 등 총 4건의 기사로 한국경제를 비판했다. 매일경제는 2월 2일자 1면 <주가조작 놀이터 증권방송>에서 한국경제를 ‘자본시장의 독버섯’으로 비난했다. 매일경제는 “소문으로만 떠돌던 ‘증권방송과 주가조작세력’의 공생관계가 검찰 수사 결과 사실로 드러났다”면서 “주가조작꾼은 방송에 출연하기 위해 방송사 PD에게 뇌물과 향응을 제공했고, 이들은 방송을 통해 ‘증시전문가’ 행세를 했다. 방송을 통해 얻은 영향력을 바탕으로 이들은 주가의 시세조종을 시도했고 방송사는 이들을 적극 활용했다”고 주장했다.

두 매체 관계자의 말을 종합하면 이 기사가 출고된 뒤 한국경제는 매일경제에 ‘한국경제TV’를 이니셜로 처리해 달라고 요청했지만 매일경제는 이를 받아들이지 않았다.

매일경제 서양원 부장은 이어 “한경TV 사건은 한국 자본시장에 흙탕물을 끼얹는 행태라 재발방지 차원에서 근본적인 문제제기를 한 것인데 오히려 한경은 (‘자본시장 독버섯’) 기사를 안 내리면 장대환 회장 문제를 제기하겠다는 얘기를 해왔다”고 주장하면서 “한국경제가 기사로 딜(deal·거래)을 하는 못된 버르장머리가 있다”고 비난했다.

한국경제 김수찬 부장은 “이 사건에 있어서는 입이 열 개라도 할 말이 없고 회사가 관리감독을 제대로 하지 못했다는 책임을 느낀다”면서도 “매일경제가 한국경제TV PD의 개인비리를 왜곡해 마치 한국경제를 자본시장의 독버섯, 숙주, 불법의 온상인양 보도하는 것은 명예훼손감”이라고 말했다. 김수찬 부장은 “매경 기사는 악의적이고 자극적”이라면서 “한국경제 표적 기사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니다”라고 주장했다.

한국경제 “매일경제가 PD 개인비리를 왜곡보도”

한국경제는 곧장 보복기사를 내놨다. 한국경제는 5일자 1면에서 매일경제를 ‘폭주 언론’으로 비난했다. 한국경제는 6면 머리기사 <매일경제, 종편 출자 꺼린 기업들 돌아가며 ‘융단폭격’>에서 매일경제가 종합편성채널 MBN을 준비하는 과정에서 자본금 납입과 투자를 위해 대기업과 중소기업, 그리고 금융권 때리기를 진행했다고 보도했다.

한국경제는 2011년 1월부터 4월까지 매일경제가 보도한 도시가스 업체 삼천리, 신한웨이, 국민은행, 신한금융지주, LG그룹, 효성, LIG, 동부그룹, 한솔그룹 관련 기사를 예로 들면서 이들 기업이 MBN 투자를 꺼려 곤욕을 치렀다고 보도했다.

한국경제 김수찬 부장은 “원조 주가조작은 MBN인데 매일경제가 어떻게 다른 매체를 매도할 수 있는지 의문”이라며 매일경제를 비판했다. 김 부장은 이어 “매경이 한경을 10번 비판하면 일체 대응하지 않았고 이번에도 사장은 ‘이성적으로 대응하자’고 했지만 편집국은 ‘받은 만큼 돌려줘야 한다’는 분위기가 강하다”며 격앙된 사내 분위기를 전했다.

매일경제 서양원 경제부장은 “한국경제가 이전투구로 상황을 몰고 가고 있다”면서 “팩트에 기초하지 않은 만큼 (언론중재위에) 제소할 것은 제소하고, 편집국 차원에서 추가 대응도 논의하고 있다”고 밝혔다. 서양원 부장은 “한경TV 주가조작의 과정과 관리, 수익구조를 파보면 국민들이 ‘칼만 안 들었지 강도’라고 생각할 만큼 울분을 터트릴 스토리가 있다”며 후속 기사가 준비 중인 상황을 내비쳤다.

이 같은 주류 경제지의 감정싸움을 두고 학계와 언론운동단체에서는 ‘도를 넘은 지면 사유화’라는 비판이 나오고 있다. 두 매체 기자들이 저널리즘이 아니라 사주의 명예와 회사의 자존심을 위해 지면을 낭비하고 있다는 지적이다.

성공회대 최진봉 교수는 “저널리즘의 기본을 벗어난 행태”라면서 “두 매체의 기자들이 사주와 회사의 부속품으로 움직이고 있다”고 비판했다. 최 교수는 이어 “미국의 경우, 지면 사유화가 심해지고 있는 상황인데 한국 언론도 비슷한 경향을 보이고 있다”고 진단했다. 그는 “결국 피해를 보는 것은 독자”라면서 “언론사 소유와 편집권에 대한 법적·제도적 장치를 마련하는 것이 시급하다”고 말했다. <미디어오늘 기사 전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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