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들이 얼마나 어리석은지 깨닫게 해주는 것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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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들이 얼마나 어리석은지 깨닫게 해주는 것들
  • 충북인뉴스
  • 승인 2013.02.28 00: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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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롭고 전위적인 소설 세르반테스의 <돈키호테>와 <속 돈키호테>

박순원
시인

우리는 돈키호테를 아주 잘 알고 있다. 뿐만 아니라 그의 충실한 하인 산초 판사와, 늙은 말 로시난테도 우리에게 매우 익숙하다. 일찍이 김동인은 염상섭이 <표본실의 청개구리>를 발표했을 때 이를 새로운 햄릿의 출현이라 일컫고, 이에 비해 자신의 소설 속에 등장하는 인물들을 ‘돈키호테 형’으로 명명한 바 있다. 과연 김동인 소설의 인물들은 좌충우돌, 부산하고 그 생애가 파란만장하다.

17세기 스페인 작가 미겔 데 세르반테스의 장편소설 <돈키호테>의 원제는 <재치있는 시골 귀족 돈키호테 데 라만차 El Ingenioso Hidalgo Don Quixote de la Mancha>이다. 작가 자신은 머리말에서, 당시 유행하던 통속적인 기사소설을 응징하기 위하여 이 소설을 쓰게 되었다고 밝히고 있다. <돈키호테>는 1편과 2편으로 구성되어 있다. 1편은 1605년 세르반테스가 57세 되던 해 출간되었고, 2편은 10년 후 작가가 죽기 1년 전에 출판되었다.

세르반테스의 생애는 소설의 주인공 돈키호테 못지않게 파란만장하다. 그는 1547년 마드리드 근교, 알칼라 데 에나레스 시에서 가난한 외과의사의 아들로 태어났다. 정규 교육을 거의 받은 적이 없으나, 천부적인 재능으로 세계가 기억하는 불후의 명작들을 남겼다.

1571년 이슬람 세계와 기독교 세계가 가장 크게 맞부딪친 레판토 해전에 참전한다. 그는 이 해전에서 가슴에 두 군데, 왼손엔 평생 사용 불능의 상처를 입었다. 이 부상으로 그는 ‘레판토의 외팔이’라는 영광스러운 별명을 얻게 되었다.

그는 “<돈키호테>를 쓴 오른손의 영광을 더욱 드높이기 위해서 평생 왼손의 자유를 잃게 되었다”고 익살을 떨었다고 한다. 참으로 낙천적인 사람이다.

<돈키호테>는 출판되자마자 당시로서는 이례적으로 큰 성공을 거두었다. 1614년에는 아베야나다라는 자의 위작 <돈키호테>가 출현하게 되고, 이것이 세르반테스로 하여금 2편 즉<(속) 돈키호테>의 집필을 서둘러 마무리하게 한 계기가 되었다. 아베야나다가 누구의 거짓 이름인지는 아직도 밝혀지지 않았다. 다만 세르반테스가 전혀 모르는 사람은 아닐 것이라고 추정하고 있다.

유명세에 비해 완독한 사람이 적은 작품

<(속) 돈키호테>에서는 돈키호테가 위작 <돈키호테>에 대한 이야기를 듣고, 줄거리나 묘사 등이 자신과 전혀 일치하지 않으며 얼마나 엉터리이고 유치한가를 신랄하게 비판하고 있다.

“돈키호테가 사라고사로 가서 그 도시에서 해마다 개최되는 기마 시합에 참여할 예정”이라는 위작의 내용을 듣고, 돈키호테는 “나는 결단코 사라고사에는 한 걸음도 발을 들여놓지 않기로 하겠소. 그러면 그 신작 이야기의 작가가 늘어놓은 거짓말이 세상에 널리 폭로되어 사람들은 그가 그리는 돈키호테는 진짜 내가 아니라는 것을 알게 될 것이오.”라고 대답한다.

이로써 소설 속의 다른 인물들에게 “이들이야말로 진짜 돈키호테와 산초가 틀림없고 그 아라곤 태생의 저자가 쓴 것은 가짜”라는 것을 확인시킨다. 불쾌한 위작에 대한 유쾌하면서도 철저한 응징이다.

<돈키호테> 연작은 “나는 내가 쓴 것의 열매를 내가 바라던 대로 유감없이 맛볼 수 있었던 최초의 인간이라는 것을 만족하게, 그리고 자랑스레 생각한다. 왜냐하면 내가 최초에 품은 소원은 기사도에 관한 책에 씌어진 가짜의 엉터리 이야기를 사람들로 하여금 혐오를 느껴 싫어하게 한다는 것 이외에 아무것도 없었으니까.”라는 (소설 속의 서술자 씨데 아메떼의) 독백으로 마무리된다.

물론 <돈키호테>는 세르반테스가 겸손하게 또는 소심하게 밝힌 당대적 의의를 훨씬 넘어서는 작품이다. 인생과 세상에 대한 깊이 있는 통찰과 예지를 품고 있으면서도, 기술 방법 또한 현대의 어떤 소설보다도 자유롭고 전위적이다.

우리가 지금 현실로 받아들이고 있는 습관, 풍습, 제도 그리고 나날이 겪고 있는 수많은 사건들이 조금 멀리 떨어져서 본다면 얼마나 터무니없겠는가? 그 속에서 좌충우돌하며 하루하루를 살아내는 우리의 모습은 얼마나 우스꽝스럽겠는가? 돈키호테는 어리석은 척, 우리의 어리석음을 일깨워준다. <돈키호테>는 그 유명세에 비해 완독한 사람이 매우 적은 작품이다. 돈키호테를 직접 만나보시라. 무엇보다도 너무너무 재미있다.

●신간소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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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주 사적인 독서’는 철저하게 자기 자신을 위한 독서를 가리킨다. 즉 나의 관심과 열망, 성찰을 위한 독서를 말한다. 책 읽기의 중요성은 늘 강조되지만, 아직까지 우리가 당면한 책 읽기는 ‘공적인’ 성향이 강하다. 자기만의 방식, 자기 색깔로 책 읽는 방법을 배워야만 독서의 진정한 효용을 알게 된다는 것이다. 그 효용은 결국 자신이 당면한 인생의 문제들을 효과적으로 돌아보고 해법을 모색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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