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유통되는 화학물질의 85%, 정보조차 없이 샌다
규제 정비 시급... 주민 알권리 보장 대대적 운동 필요

▲ 디클로메탄은 배출기준이 설정돼 있지 않아 대기중으로 무한정 방출해도 속수무책인 상황이다.(사진은 기사의 특정사실과 관계없음)
국제암연구소 2급 발암물질인 디클로메탄이 청주산업단지와 오창과학산업단지에 대량으로 배출된데에는 정부의 허술한 관리때문인 것으로 확인됐다. 현행 대기환경보전법상 대기오염물질은 61종(특정대기유해물질은 35종)이다.  이중 방지시설을 거쳐 배출되는 굴뚝의 배출허용기준이 정해진 물질은 26종(특정대기유해물질 13종)에 불과했다. 하지만 디클로메탄은 특정대기유해물질엔 포함돼 있으나 배출기준은 설정되어 있지 않는 상태다.  또 산업안전보건법 42조에 의해 작업환경측정대상물질로 지정돼 있지만 대기중으로 방출되는 것에 대한 조치와는 무관하다. 따라서 업체가 디클로메탄을 대기중으로 무한정 방출해도 행정당국은 규제장치가 없어 속수무책이었던 것으로 드러났다. 

‘발암물질 없는 사회 만들기 국민행동’(이하 국민행동)은  정부당국의 화학물질 관리정책에 대해 “대책자체가 없는 불모지 상태”라고 지적했다. 국민행동이 밝힌 자료에 의하면 우리나라엔 현재 4만3천종의 화학물질이 유통되는데  이중 85%의 물질이 독성정보조차 없이 유통되고 있다. 특히 정부차원에서 발암물질과 생식독성 물질을 공식적으로 작성한 것조차 없다는 것이다. 이렇게 되면 발암물질 등 ‘고위험우려물질’(SVHCs)에 대한 시장진입 억제나 사용 감소노력 자체가 이루어지지 않게 된다는 것이다.

이 때문에 대기중으로 방출되는 오염원에 대한 규제는 커녕 석면탈크가 함유된 베이비파우더, 중금속과 프탈레이트가 함유된 장난감과 학용품등이 버젓이 생산되고 유통된다는 것이다.
또 여러 부서로 분산된 관리시스템과 지방자치단체의 문제점도 지적됐다. 원진녹색병원 부설 노동건강환경연구소(이하 연구소) 김신범 연구원은 구미 불산 유출 사고 당시에 담당부서와 관련해 가스안전공사와 환경부사이에 관할 책임이 벌어진 일화를 소개하며 일원화되지 않고 6개부처로 나눠진 관리시스템은 문제가 있다고 지적했다.

이같은 지적에 대해 충북도 안석영 환경정책과장도 동의했다. 안 과장은 환경부, 노동부, 금강유역환경청등 관리부서가 여러 곳으로 나뉘어져 있어 체계적인 관리를 하기 힘들다고 말했다. 또 도가 가지고 있는 전문역량의 문제도 고백했다. 안 과장의 말에 따르면  현재 다이옥신 같은 물질에 대한 측정장비 조차 충청북도나 도 보건환경연구원에 확보돼 있지 않다는 것이다.
또 기업이 산업단지에 입주할 때 도는 어떠한 사전정보도 파악하지 못한 것으로 드러났다. 단지 회사가 제출한 사업계획서 정도만 검토할 뿐 환경에 영향을 미치는 각종 항목은 의무제출사항이 아니라는 것이다. 따라서 기업이 입주하고 난 뒤에야 어떤 물질을 사용하고 어떤 물질을 배출하는지 그때서야 파악할수 있다는 것이다. 

해결책은 없나! 디클로메탄등 발암물질 규제 대상 확대 절실
청주산업단지와 오창산업단지에 무차별로 방출되는 디클로메탄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가장 시급한 것은 디클로메탄에 대한 배출기준이 마련돼야 하는 것으로 지적됐다. 연구소 이윤근(보건학박사)소장은 “환경부가 지난해 10월부터 이 물질에 대한 배출기준을 마련한다고 밝혔지만 지금까지 이루어지지 않았다”며 가장 우선적으로 이 배출기준이 마련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래야지만 대기중으로 배출되는 사태 같은 급한 불부터 끌 수 있다는 것이다.  

청주산업단지와 오창과학산업단지 주민들에 대한 역학조사의 필요성도 제기됐다. 연구소 김신범 연구원은 디클로메탄의 대량 배출로 어떤 영향을 미쳤는지부터 파악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김 연구원은 현재의 상태로는 인근 주민들이 어떤 건강영향을 받았

는지는 알수 없다며 우선적으로 대기중에 어느정도의 디클로메탄이 잔류하고 있는지 파악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그리고 인체에 영향을 미칠 정도의 잔류농도가 있었다면 당연히 주민들의 건강 역학조사도 병행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정부의 유해화학물질관리정책에 대한 근본적인 변화 필요성도 제기됐다. 김신범 연구원은 캐나다 토론토시의 ‘지역사회의 알권리 조례’와 같이 유해화학물질에 대한 정보를 지역주민에게 우선적으로 제공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는 기업은 내부정보를 공개하고 주민들의 감시를 받아들이고 정부당국은 조정과 감독의 역할을 수행하는 것이다. 그래야지만 위험요소를 인지한 주민들이 어느범위 까지의 위험을 감수할지에 대해서 사회적 합의를 이룰 수 있다는 것이다.

 국민행동은 정부정책이 기업을 우선이 아니라 인간과 환경을 우선순위에 놓아 화학물질에 대한 적극적인 규제정책으로 바뀌어야 한다고 제안했다. 또 다른 측면에서 주민들의 적극적인 대응이 필요하다는 것도 제기됐다. 지역 주민이 안전하게 거주할 권리를 확보하기 위해 기업과 정부의 대책이 바꾸기 위한 구체적인 요구를 제기해야 한다는 것이다. 김 연구원은 “기업은 비용의 문제를 들어 보수적인 입장일 수밖에 없고 기업의 압박을 받는 정부가 정책을 바꾸는데에는 시간이 걸린다”며 이 속도를 조절하는 것은 결국 주민의 힘에 달려있다고 주장했다.

외국은 어떻게 대응하고 있나

No Data, No Market!!! REACH (유럽연합)
유럽연합은 '독성정보가 없으면 시장에 유통되어서는 안된다'는 철학에 근거하여 REACH (화학물질의 등록, 평가 및 허가에 관한 법률, Registration, Evaluation and Authorization of Chemicals) 제도를 2007년에 시행했다. 이로써 유럽은 독성정보 없이 무분별하게 화학물질이 유통되던 시대를 끝내게 되었다. 또한 발암성, 생식독성, 변이원성, 잔류성 물질 및 환경호르몬에 대해서는 고위험우려물질(SVHCs, Substances of Very High Concern)로 구분하고, 시장진입을 억제하기 위한 노력을 하고 있다. 대표적인 사례로 어린이가 주로 노출되는 환경호르몬이며 발암물질인 DEHP라는 프탈레이트는 2015년부터 금지하기로 합의했다. 미국 캘리포니아에서도 이미 1980년대 말부터 발암성 물질과 생식독성 물질에 대해 경고표지를 의무화해 소비자의 선택권을 보장하고 있다

Chem TRAC (켐트랙)과 지역주민의 알권리 조례 (캐나다 토론토 시)

켐트랙사업은 유독성 화학약품을 줄여 공중 보건을 향상시키고 지역의 녹색경제를 지원하는 것을 목표로 삼는다. 이 사업을 통해 토론토 시 당국은 관내 시설들에서 사용되는 우선 순위 물질들의 사용과 방출을 매년 추적한다. 또 지역사회내에 있는 중요한 화학약품들의 정보와 위치를 홈페이지를 통해서 공개해 주민들의 알권리를 보장해주고 있다.
보수적인 온타리오 주정부 하에서 토론토시 통합을 맞아 적극적으로 환경보건정책을 강화하기 위한 지자체와 시민사회, 노동사회의 공동노력이 있었기에 가능했다.
시 공중보건국의 주관 하에 TCPC라는 기구를 설립하여 전문가와 시민사회단체가 참여하여 암 예방 대책을 함께 논의하고 있다.
2008년에는 ‘지역사회 알권리 조례’를 제정했다. 총 25가지 유해물질에 대해 중장기적으로 감시하고 사용을 감소시켜나가는 체계를 구축했다.
(자료제공 : 발암물질없는사회만들기 국민행동·원진녹색병원노동건강환경연구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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