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 이재표 · 글씨: 김재천

입춘과 경칩 사이에는 ‘대동강도 풀린다’는 우수(雨水)가 있다. 양력으로 2월18일 또는 19일이다. 올해 우수는 18일이었다. 우수는 이름부터 인상적이다. 한문을 풀어 읽으면 빗물이다.

하늘의 눈이 녹아 비가 되어 내린다는 뜻이란다. 4계절을 세분화한 24절기는 어김없이 돌아간다. 이제 개구리가 잠에서 깨어난다는 경칩을 맞게 될 것이다.

그 다음이 낮의 길이가 길어지기 시작한다는 춘분이다. ‘빼앗긴 들에도 봄은 오는가’라는 시가 있다. 1926년에 발표된 이상화 시인의 작품이다.

(전략) 나는 온몸에 햇살을 받고
푸른 하늘 푸른 들이 맞붙은 곳으로
가르마 같은 논길을 따라 꿈속을 가듯 걸어만 간다.

입술을 다문 하늘아 들아
내 맘에는 나 혼자 온 것 같지를 않구나
네가 끌었느냐 누가 부르더냐, 답답워라 말을 해 다오.

바람은 내 귀에 속삭이며
한 자욱도 섰지 마라 옷자락을 흔들고
종다리는 울타리 너머 아가씨같이 구름 뒤에서 반갑다 웃네. (후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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