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일 문장대에서 만난 권은숙·이은규·최상일

2월12일 경북 상주시 화북면에서 속리산 문장대를 향해 오르는 길은 한산했다. 충청리뷰 임직원은 설 연휴 다음 날 시무(始務)에 앞서 신년 산행에 나섰다. 얼마나 인적이 드물었던지 계곡 물가에는 밤새 고양이과 짐승이 물을 마시러 다녀간 호보(虎步) 발자국이 남아있었다. 간혹 좁은 산길을 교행하는 등산객을 만나면 누가 먼저랄 것도 없이 새해 인사를 나눴다. 그곳에서 아는 사람들을 만나다니….


문장대가 한 뼘 정도 남아보이는, 그래서 숨이 턱 끝까지 차오른 그때, 그들은 하산 길이었다. 권은숙 전 충북여성장애인연대 사무국장, 최상일 전 충북발전연구원 연구원, 이은규 인권연대 숨 대표 일행이었다. 이들은 불과 하루 전 “속리산에 같이 가자”는 최상일 전 연구원의 카카오톡 메시지에 찬동해 산행을 결정했단다.

활동분야가 다른 이들이 무리를 이룬 건 2012년 인권연대 숨이 개최한 ‘인권강독회’에서 조효제 교수의 책 <인권의 문법>을 함께 공부하면서부터다. 공교롭게도 지난해 말 권 전 사무국장과 최 전 연구원은 직책 앞에 ‘전(前)’ 자가 붙었다. 이 대표도 이런저런 속사정으로 새 사무실을 구해야하는 상황이다.

산행에서 돌아와 전화를 걸어보니 모두들 ‘속리산의 선물’에 느꺼워하고 있었다. 권 전 사무국장은 “눈이 쌓인 산길이 너무 좋았다. 문장대에서는 시산제를 지낸 팀으로부터 시루떡과 막걸리를 얻어먹었다. 무엇보다 문장대에서 우리끼리 보낸 5분이 너무 행복했다”고 말했다.

최 전 연구원은 “산행이라기보다는 조용히 얘기하면서 마음을 정리하는 자리였다”고 평가했다. 이은규 대표는 “나도 힘들지만 지친 사람들과 공감하고 교류하는 것이 인권의 속성이라고 생각한다. 이것도 숨의 활동 중에 하나가 아니겠나. 지난해 12월 사무실을 나와 돌아다니다보니 더 많은 사람들을 만나고 겸손해진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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