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종시 원안추진 된 데는 충북도민 역할 지대, 이제 실리 찾자
도민들 세종시 관심 필요, 광역도시계획 수립 촉구해 혜택누려야

세종시 전망대에 올라가면 정부세종시청사가 보인다. 그 주변으로는 아파트가 건설 되고 있다. 아직은 썰렁하고 마음 둘 곳이 없지만 여기저기서 건물 올라가는 소리가 들렸다. 예정된 정부부처가 이전하고 도시가 제 모습을 갖추기까지는 긴 시간이 필요할 것이다.

노무현 대통령은 국가균형발전 차원에서 신행정수도 건설 계획을 세웠으나 정치권의 반발로 행정중심복합도시를 만드는 것으로 만족해야 했다. 행정중심복합도시는 후에 세종시라는 이름을 갖는다. 이후 이명박 대통령은 하기 싫은 세종시를 억지로 끌고 오다 임기를 만료하게 됐고 이제 박근혜 대통령 당선자에게 공은 넘어갔다. 시민단체들은 참여정부 때 수립한 국가균형발전을 이루기 위해서는 신설된 미래창조과학부와 해양수산부도 세종시로 와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전국시·도의회 의장들은 청와대 제2 집무실과 국회분원 설치도 촉구하고 있다.

세종시는 단순한 신도시가 아니다. 국가균형발전정책의 핵심사업이 세종시 건설이었기 때문에 이를 통해 대한민국의 분권과 분산이 이뤄져야 한다. 충북은 충남처럼 많은 땅이 세종시로 편입된 건 아니지만, 부강면이 들어가 세종시에 간섭할 명분이 있다. 더욱이 무엇보다 세종시가 원안추진 된데는 충북도민들의 힘이 컸다. 대전·충북·충남 3개 지자체 民·官·政 관계자는 ‘행정도시정상추진충청권비상대책위’(이하 충청권비상대책위)를 구성하고 일관되게 행정도시 원안추진을 주장했다.

이 때 이명박 정부는 충북을 통해 수정안을 관철시키려고 했다. 정부관계자들은 충북을 수시로 방문해 ‘세종시의 직접적인 혜택을 보는 곳은 충남이다. 충북이 왜 들러리를 서려고 하느냐. 실리를 챙겨라’며 여러 당근책을 제시했다. 이 과정에서 정우택 전 지사·남상우 전 청주시장 등 일부 자치단체장들은 수정안에 동조했고, 많은 지역언론사들이 물량공세를 받고 수정안을 홍보했다. 하지만 충북도민들은 2010년 6·2 지방선거에서 세종시 수정안을 들고 나온 당시 한나라당에 등을 돌리면서 성난 민심을 표출했다.

▲ 국가균형발전정책의 핵심인 세종시는 여느 신도시와 개념이 다르다. 주변도시와 상생발전하면서 기능을 분담하는 네트워크형 도시로 설계됐다. 정부세종시청사 앞.

신수도권 시대 개막으로 위상변화
이제 충북은 세종시를 활용한 공동발전 방안에 주력해야 할 때다. 그러나 충북도·청주시·청원군 3개 지자체는 이에 대한 전략 제시에 미흡하고, 도민들은 세종시에 별로 관심이 없다. 청원군 오송읍에서 버스로 20분 거리에 있는 세종시에서는 혁명에 가까운 변화들이 일어나고 있음에도 ‘강건너 불구경’ 하는 식으로 쳐다보는 사람들이 많다.

이두영 충청권비상대책위 운영위원장(충북청주경실련 사무처장)은 “대전·충북·충남 중 충북이 세종시 원안추진을 가장 열심히 했다. 다른 지역에서도 인정한다. 이제 실리를 챙기면서 큰 그림을 그려야 한다. 정부가 해줄 것이라고 생각하면 오산이다. 우리지역 발전은 우리가 주도해야 한다. 대전은 이미 포화상태이고 충북이 세종시의 덕을 볼 수 있다. 그렇기 때문에 충북은 주도적으로 세종시와 연계발전 방안 아이디어를 내고 요구해야 한다”며 “民·官·政·學이 만나 충북의 발전전략을 세울 상설 기구를 만들어야 한다. 그러면 정부에 사업을 제안하거나 국책사업을 따낼 때 큰 도움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그럼에도 충북도는 정책기획관실의 녹색성장·세종시팀에서 겨우 팀장 1명, 팀원 1명이 세종시연계협력사업을 맡고 있다. 청주시와 청원군은 기초지자체라서 그런지 이런 업무를 하는 사람조차 없다. 또 충북도의 싱크탱크 역할을 해야 할 충북발전연구원은 충북과 세종시 연계 발전방안에 대한 연구를 활발히 하지 않아 불만을 사고 있다.

올해들어 자치단체장들이 가장 많이 하는 말이 ‘신수도권’이라는 것이다. 국가권력이 집중됐던 수도 서울에서 9부2처2청의 정부기관들이 이전하면서 충청권이 신수도권으로 다시 태어나게 됐다는 의미다. 청주·청원통합의 필요성으로 대두된 것 중 하나도 통합 청주시가 세종시·대전시·천안시와 어깨를 나란히 하며 신수도권 시대를 견인해야 한다는 것이었다. 내년 7월 1일 통합 청주시가 출범하면 경쟁력이 커지는 만큼 인근 주요도시들과 중부권 핵심도시 역할을 할 것으로 기대를 모으고 있다. 또한 청주국제공항은 세종시 관문공항, KTX 오송역은 관문역으로 중요한 기능을 할 것이다.

"8조5000억원 주변도시까지 같이 쓰자"
충북은 향후 세종시의 관문역할과 배후기능인 주거·물류·휴양·산업기능을 담당한다는 게 충북도 계획이다. 도에 세종시와 연계발전계획을 요청했더니 60개 사업이 들어있는 자료를 줬다. 거기에는 청주~세종시 교통개선, 청주국제공항 관문공항 육성, 오송바이오밸리 조성, 국제과학비즈니스벨트 기능지구 활성화, 관광휴양지 개발, 친환경농산물 생산기반 구축, 청주국립현대미술관 수장·보존센터 건립 등의 계획이 들어 있었다. 세종시와는 거리가 먼 사업임에도 현재 하고 있는 것들을 모조리 집어넣은 것이다. 선택과 집중을 단행할 필요가 있다.

충북은 세종시 건설로 대단한 변화를 실감하고 있다. 몇 시간씩 걸려야 가던 정부청사를 1시간 이내에 갈 수 있게 됐고, 신수도권 시대를 맞아 시야가 넓어졌다. 모든 것이 서울로 집중되던 중심축이 세종시와 나뉘면서 다른 지역과 자연스레 연계됐기 때문이다. 실제 경북과 강원도는 세종시와 연결되는 직선도로 신설을 요구하고 있다. 이렇게 되면 두 지역에서는 충북을 거쳐갈 수밖에 없어 직·간접적인 교류가 늘어날 것으로 예상된다. 이 과정에서 인구도 증가할 것이라는 게 전문가들의 의견이다.

한편 세종시가 충남·북을 아우르는 광역지자체로 자리매김 하려면 제대로된 광역도시계획이 수립돼야 한다. 충북에서는 이를 주장하고 이로 인한 혜택을 누려야 하는 것이다. 이두영 처장 말이다. “노무현 정부 때 행정중심복합도시건설사업특별회계로 정한 8조5000억원은 세종시 주변도시까지 쓸 수 있다. 충북에서는 청주·청원·증평·진천까지 주변도시에 들어간다. 청주국제공항이 명실공히 관문공항 역할을 할 수 있도록 공항 시설을 확충하는 일이나 세종시와 연관된 도로건설, 세종시로 편입된 청원군 부강면과 기타 낙후지역 개발 비용으로 이 돈을 쓸 수 있다. 충북은 정부부처에 당당하게 권리를 주장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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