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민투표 청구조건 너무 엄격

각 지자체별로 입법예고된 주민투표조례(안)이 너무 엄격한 법 적용으로 실현가능성에 의문이 제기되고 있다. 21일 한국지방분권아카데미(강원도 춘천)에서 열린 ‘지방분권 실현을 위한 대토론회’에서 토론자들은, 지역 주민들이 실질적으로 사용할 수 있도록 주민투표조례가 만들어져야 한다고 주장하였다.

대전대 안성호 교수(지방분권국민운동 공동대표)는 주제발표에서, 지난해 주민투표법이 국회를 통과한 것은 역사적으로 의미있는 사건이지만, 주민투표법에 지나치게 폐쇄적인 규정이 많아서, 지자체에서 조례를 만들 때는 최대한 포괄적인 규정방식을 취해야 주민투표가 가능하다고 하였다.

안성호 교수는, 주민투표법이 재정‧인사‧조직에 관한 주요사항을 주민투표의 대상에서 제외한 것은 주민투표제도의 실효성을 떨어뜨리는 것이며, 주민투표 청구주민 수를 주민투표 청구권자 총수의 20분의 1 이상 5분의 1 이하(유권자수 대비 5~20% 사이)로 한 것 역시 너무 심한 청구조건이라고 하였다. 하지만 주민투표법은 이미 지난 해 국회를 통과하여 고치기 어려우므로, 현재 각 지자체에 입법예고된 주민투표조례(안)에 지역의 시민사회가 관심을 기울여야 한다고 발표했다.

충북도와 청주시를 비롯하여 충북의 광역‧기초지자체들도 주민투표조례(안)을 입법예고한 상태이다. 이중 주민투표 청구주민 수를 보면 충북도가 청구권자 총수의 16분의 1(충북도민 전체 유권자 중 약 17만여 명의 서명이 있어야 주민투표 청구 가능), 청주시는 14분의 1(청주시 전체 유권자 중 약 5만 8천여 명의 서명 필요)이다. 충주시가 20분의 1로 가장 완화된 조건이며, 인구가 적은 자치단체들은 대체로 강화된 조건을 적용하고 있다. 단양‧증평군이 6분의 1로 충북에선 가장 엄격하게 법을 적용하고 있다.

이에 대해 청주경실련 이두영 사무처장은 ‘주민투표제도는 주민들이 지역의 주요한 일들에 실질적으로 참여할 수 있도록 만들어져야 한다. 그러므로 주민투표 청구주민 수는 가능한 적게 해야 된다. 다시 말해 주민투표법에서 가장 완화된 조건인 청구권자 총수의 20분의 1로 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하였다.

안성호 교수 역시 ‘행정자치부에서 제시한 표준조례안은 법적 구속력이 없는 참고자료에 불과하므로, 각 자치단체는 주민투표법의 범위 내에서 개방성을 최대한 보장하는 방향으로 조례를 제정해야 된다’고 말했다. 이어서 ‘민(民)에 대한 불신은 일제식민통치가 남긴 최악의 유산인데, 주민투표제도를 비롯한 주민참여제도가 정착하기 위해선 먼저 시민의 선의와 능력에 대한 불신을 극복하는 일부터 시작해야 한다’고 역설했다.

주민투표법은, 1994년 3월 16일 지방자치법 개정으로 주민투표제도의 도입근거가 마련된 지 10여년 만인 지난해 12월 29일 국회를 통과하였다. 이어 올해 1월 29일 공포되어 이 법의 부칙규정에 따라 공포 후 6개월이 경과하는 7월 30일부터 시행될 예정이며, 현재 각 자치단체에서 조례(안)을 입법예고한 상태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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