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용철 취재2팀 기자

취업 준비생들을 취재하는 것은 쉽지 않았다. 자발적으로 응해준 단 한명의 취재원만 빼고 모두가 시큰둥한 반응을 보였다. 기자가 생긴 것과 다르게 아주 다정하고 친절하게 다가가면 다가갈수록 취재원은 더욱 멀어져만 가는 느낌이었다. 웃음기 없는 무표정한 얼굴, 싸늘하고 차가운 말투. 오늘날 장수 취업 준비생들의 자화상이다.

죄송한 말씀이지만 이들 아버지 세대들은 대충 공부하고 대충 졸업해도 취직이 잘 되는 시대였다. 그만큼 공급보다 수요의 자리가 넘쳐나는 시기였기 때문에 가능한 일이었다. 30대에 기업 사장에 오르며 성공신화를 썼던 이명박 대통령도 아마 오늘날 같은 취업난 시대에 학창시절을 보냈다면 그리 쉽게 신화를 써 내려가지는 못했을 것이다.

취재 과정에서 만났던 취업준비생들은 공정하지 못한 세상을 원망하고 있었다. ‘지방이라는 이유’로 ‘우대’해 달라는 뜻이 아니었다. 공정한 기회를 주고 능력을 인정해 달라는 것이었다. 한 때 취업 시장에서 지방대생들의 입사 지원서는 대부분 그대로 쓰레기통으로 들어간다는 것은 공공연한 비밀이었다. 지방대 출신이라는 이유만으로 자신의 능력을 검증받을 수 있는 기회마저 박탈당하는 현실을 깨뜨리지 않고는 ‘공정한 사회’는 구두선일 뿐이다.

몇 년 전, 정부는 공공기관 지방 이전에 맞춰 공공기관의 신규 인력을 지방대생부터 뽑았었다. 하지만 정부가 바뀌어서 그런지 언제부턴가 이와 관련한 기사는 찾아 볼 수 없었다. 정부의 이런 방침이 계속 시행되고 민간부문에서 지방대생 채용이 더욱 확대된다면 지방대에 지금보다 더욱 생기가 돌았을 것이다.

다국적 기업인 노키아를 탄생시킨 핀란드 오울루대에서 보듯 대학의 경쟁력은 그 지방의 경쟁력을 높이는 가장 손쉬운 방법이다. 공공기관의 지방대생 취업 확대는 더욱 이뤄져야만 한다. 지방대 스스로도 개혁을 통해 우수 인재를 붙들어 둘 수 있도록 경쟁력을 높여야 한다.

지방이 아닌 수도권에 취업에만 목숨 거는(?) 취업 준비생들도 숙제가 있지만, 이들이 이런 생각을 하게 된 것도 지방을 괜찮은 살기 좋은 도시로 인식하지 못하게 한 어른들의 책임 또한 크다.

지금, 바로 지금, 졸업을 앞두고 사회라는 불안한 문턱을 넘게 되는 이들에게 우리들은 무슨 말을 해야 할까. 어른들의 맹목적인 ‘잘되겠지’하는 긍정법을 모두 버리고 이들에게 진실이라는 아픈 가슴으로 다가가 손을 잡아 주고 싶다. 손을 잡고 “힘내!”라고 가장 열렬한 목소리로 말하고 싶다.

특히 지방대 졸업을 앞둔 학생들은 훨씬 불안과 절박감의 무게가 더할 것이다. 이제껏 들어보지 못한 생의 무게에 놀라며, 던져버릴까 아니면 쓰러지더라도 등에 져야 할까 망설이고 있지는 않은지 가슴 한 켠이 저려 온다.

자존심이 구겨지고 인격이 박살 나고 대학 4년이 휴지 같다고 느끼는 그런 쓰라린 상처들은 사회의 첫발에선 기본 과목인지도 모른다. 그러나 지금 잊어서는 안 되는 일은, 암담하고 삶의 희망이 보이지 않는 이런 때에 ‘올바르게 생각하는 법’이야말로 앞으로도 여전히 닥쳐올 험한 내일을 밝게 이겨내는 힘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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