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진식 정무특보, 박근혜 대선캠프 이름 올린 전력 논란
민주당 도당 “상의를 해야 알지” 서운함 넘어 분노 표출

이시종(민주통합당) 충북지사가 1월31일 사실상 정무부지사 업무를 수행하게 될 정무특별보좌관에 김진식 전 충북중소기업센터장을 임용키로했으나 지난 대선 당시 새누리당 박근혜 후보 충북선대위에 소속돼 있었던 전력 때문에 ‘적과 동침이 아니냐’는 우려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이와는 달리 이 지사가 충북의 표심이 보수화 경향을 보이는 것을 고려해 내년 지방선거를 앞두고 공격적인 포석에 나선 것이라는 분석도 있다.


충북도는 1월31일 새로 신설하는 정무특별보좌관에 김진식 전 충북중소기업센터장을 임용한다고 밝혔다. 도는 1월23일까지 공모에 응한 후보자 3명을 상대로 서류심사와 면접을 벌여 김 전 센터장을 정무특보로 결정했다. 김 신임 특보는 현재 신원조회 등에 필요한 서류를 내고 대기 중이며 설 명절이 지나고 2월 중순 쯤 출근할 것으로 보인다. 김 특보의 임기는 앞으로 2년이다.

김 특보는 3급 고위공직자 출신으로 충북도 공보관과 농정국장, 충북중소기업센터장 등을 역임했다. 도 관계자는 “업무 추진력과 친화력을 갖춰 정무특보로서는 적임자”라고 인선배경을 설명했다.
충북도는 지난해 적십자사 충북지사 회장 선출을 둘러싸고 적십자와 갈등을 빚었으며 무상급식 분담비율을 놓고는 도교육청과 첨예하게 대립했다. 도는 이같은 갈등이 여타 기관·단체와 공조를 이끌어낼 막후 조정자가 없기 때문이라고 보고 정무특보를 신설한 것이다.

김 특보의 정무기능이 특별히 중시되는 것은 이 지사의 정무부지사 기용이 예산이나 경제기능에 한정돼 왔기 때문이다. 실제로 이 지사는 첫 정무부지사였던 서덕모 전 정무부지사를 예산부지사로 활용했으며, 2012년 11월23일 바통을 이어받은 설문식 정무부지사의 경우에는 1월2일 경제부지사로 명칭을 바꿔 새로 임용장을 줬다. 따라서 김 특보는 과거 정무부지사의 고유기능을 수행하게 되는 셈이다. 

이 때문에 지방전임계약직 ‘가’급인 김 특보의 위상은 행정·경제부지사 보다는 한 단계 아래, 실·국장급 보다는 한 단계 위에 해당하는 기획관리실장(이사관)에 준하는 예우를 받을 것으로 예상된다.

1월 중순 새누리 탈당의 진실은?

문제는 정무의 고유기능 가운데 하나가 정당 연계 업무인데, 김 특보가 지난 대선에서 박근혜 새누리당 충북선대위에서 정책본부 중소기업대책위원장을 맡았다는 것이다. 김 특보는 이에 대해 “대선 전에 장기간 유럽여행을 다녀왔고 돌아오자마자 집안에 상(喪)이 있어 아예 캠프에 나가지 않았다”고 해명했다.

또 한 가지 논란은 김 특보가 최근까지 새누리당 당적을 가졌는지 여부다. 김 특보는 이와 관련해 자신이 최근까지 새누리당 당적을 유지했으며 이번 공모를 계기로 탈당했다고 설명했다. 김 특보는 “지사로 모셨던 정우택 의원이 새누리당(당시 한나라당) 청주상당 당협위원장을 맡으면서 ‘전직 국장들이 좀 도와줘야하는 것 아니냐’고 말해서 상당구 자문위원을 맡게 됐다. 차를 마시러 간 자리에서 입당원서를 내밀어 곽 모, 정 모 전 국장들과 함께 사인(Sign)했다. 그러나 이번 공모를 앞두고 2,3주 전 탈당계를 냈다”고 밝혔다.

그러나 새누리당에 문의한 결과 “대선 당시 중소기업대책위원장을 맡은 사실은 있지만 정식으로 입당한 적은 없다”는 답변이 돌아왔다. 당사자가 입당원서를 썼다고 고백한 만큼 선거운동 차원에서 원서를 받았으나 정작 입력처리를 하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

道 “안정성만 놓고 평가해”

이시종 지사의 측근 Q씨는 오히려 “전직 공무원으로서의 안정성만 놓고 평가했다. 공무원이 아닌 민간인 신분이었을 때 정당선택은 자유가 아닌가”라고 반문했다. Q씨는 또 ‘적과의 동침이 될 우려는 없다고 보는가. 아니면 지난 총선과 대선에서 보수화 경향을 보이는 충북표심에 대한 대응이 아니냐’는 질문에 대해서는 “모두 아니다. 어떠한 정치적 고려도 없다”고 답변했다.  

그러나 이 지사의 소속 정당인 민주통합당 충북도당은 상황을 심각하게 받아들이고 있다. 도당 관계자는 “우리가 정무특보에 관심이 없었던 것이 아니다. 그러나 상의를 하는 과정이나 교감이 전혀 없었기에 알 수 있는 방법도 없었다. 김 특보가 지난 대선에서 박근혜 후보 선대위에 몸 담았다는 것도 충격적이지만 사실 정무특보가 퇴직공무원을 위한 자리는 아니라고 본다. 이 지사가 민주당 깃발을 들고 당선이 됐는데 이렇게 나오는 것은 심각한 문제”라며 불편한 속내를 감추지 않았다.

이쯤 되면 김 특보 임용을 둘러싼 이 지사와 민주당의 갈등이 향후 이해와 설득의 과정을 거치지 않을 경우 심각한 파열음을 낼 수도 있는 상황이다. 특히 민주당 충북도당의 앞길에는 새 도당 지도부 선출, 안철수 신당 출현 등 대내외적인 변수가 곳곳에 잠복돼 있어 대선 전까지 보여줬던 단결력을 다시 회복할 수 있을지 불투명하기만 하다.


유행렬 전 도당 사무처장 ‘카메룬서 21일’

충북도가 정무특보 공고를 내면서 민주당 정치권은 ‘그 자리는 우리 몫’이라며 반겼었다. 자연스럽게 물망에 오른 인물은 유행렬 전 도당 사무처장과 이영진 전 홍재형 의원 보좌관 등이었다. 그러나 이들은 공모에 응하지 않은 것으로 확인됐다. 충북도 관계자는 “서류를 낸 3명 가운데 김진식 특보 외에는 눈여겨 볼만한 사람이 없었다”고 단언했다. 

유 전 처장은 공교롭게도 공모가 진행된 기간인 1월12일~2월3일까지 아프리카 카메룬에서 보냈다. 다이아몬드광산 개발이 ‘자원외교냐 사기극이냐’ 논란을 빚고 있는 CNK마이닝 오덕균 대표가 유 전 처장의 청주 운호고 동창(13회)이다. 유 전 처장은 “대선 패배 후 ‘바람이나 쐬러 오라’는 연락을 받고 다녀왔다”고 말했다.

유 전 처장은 그러나 “정무특보 공모가 정치권을 염두에 둔 것이었다면 미리 연락이 왔을 것이다. 공모에 응할 필요도 없었다”고 털어놓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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