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소영 사회문화부 차장

내덕동 우수 저류지 설치를 놓고 주민들과 청주시의 갈등이 본격화되고 있다. 이미 100억이 넘는 예산이 집행됐고, 설치 업자는 빠른 시일 내 착공을 해야 되는 상황이다. 주민들로서는 물리적으로라도 사업 진행을 막아야 한다. 주민들은 청주시와 청주시장을 상대로 수차례 문제제기를 했지만 답이 나오지 않았다.

주민들은 내덕동에 설치하는 것 자체를 반대한다. 악취 및 벌레가 꼬일 것이 분명하고 그러면 땅 값이 떨어질 것이다. 그런데 이를 주민들의 이기주의로 몰기에는 청주시의 진행과정이 너무 허술했다. 먼저 청주시가 제시한 근거 자체가 미약하고 설득력이 없었다.

청주시는 2004년에 재해연보에 47개동(건물)이 침수됐다는 기록을 근거로 내덕지구를 대상지로 꼽았지만 이 자체에 허점이 있다. 47개동은 청주시 전역을 상대로 한 것이고 또한 다른 지역도 침수됐다는 기록이 나오기 때문이다. 더구나 2008년 용역에서는 우수 저류지 최적지로 ‘청주농고 운동장 및 실습장’을 꼽았다.

지금의 업무 담당자에게 청주농고가 왜 대상지로 되지 않았느냐고 물으니 “전임 담당자가 교육청과 전화통화해보니 청주농고 학생들이 피해를 보기 때문에 안 된다”고 했다는 것이다. 이렇게 전화통화로 국토해양부가 몇억원을 들어서 한 용역결과는 물거품이 된다. 학생들은 피해를 보면 안 되고, 주민들은 피해를 봐도 괜찮다는 건가.

대상지는 내덕지구로 곧바로 옮겨간다. 그 다음 청주시 담당자들은 내덕지구가 상습피해지역이라고 주장한다.

물론 옛 MBC방송국 앞은 도로 침수가 일어나는 지역이다. 주민들도 이를 부인하지는 않는다. 그러나 토박이 주민들은 시가 주장하는 대로 내덕동 648-18번지 일대 47개 건물이 침수된 기억은 전혀 없다. 그래서 주민들은 화가 난다. 비대위가 범위를 넓혀 이 일대 118개 건물이 침수된 적이 있느냐고 물었을 때 주민들은 한건도 없었다고 답했다.

저류지는 예측 불가능한 기후 변화와 100년 빈도 강우량을 대비하기 위해 필요한 시설이다. 하지만 정확한 조사가 진행되지 않았다. 정확한 데이터를 갖고 주민들을 설득하기에도 모자란데, 상식적으로 봐도 기록이 앞뒤가 맞지 않는다.

주민설명회가 지난해 5월 열렸지만, 이는 의견 수렴이 아닌 사업설명회 자리였다. 이미 2011년 9월에 사업 보고서가 제출됐다.

이처럼 청주시는 행정의 패러다임이 바뀌지 않고 있다. 명확한 논리를 개발하지도 못하고 있고, 시가 추진하는 일은 무조건 공익이라고 우기고 있다. 이러한 태도는 주민들과 갈등을 촉발시킨다. 이제 주민들은 행정정보공개청구를 통해 자료를 수집하고 논리를 찾아간다. 그런데 청주시는 과거 권위주의 행정만을 고집하고 있다.

저류지는 내덕동과 우암동 주민뿐만 아니라 넓게 보아 청주시를 위해 필요한 시설이다. 합리적인 데이터와 논리를 갖고 주민부터 설득했어야 했다.

저작권자 © 충북인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