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월 전당대회 ‘정기냐 임시냐’에 따라 정계 개편 '신호탄'
김광수·김형근·정균영 통합시장·道당권 두 마리 토끼 쫓아

<멘붕, 민주충북호 어디로 가나>
대통령선거 패배 이후 ‘멘탈 붕괴’에 빠져 있는 민주당 충북도당이 지도부 교체를 통해 당내개혁을 이룰 수 있을지 관심을 모으고 있다. 민주당은 오는 4월쯤 전당대회를 개최할 예정인데 이 과정에서 당대표를 비롯해 시·도당 위원장들도 교체가 이뤄진다.

최대 변수는 홍재형 도당위원장이 전당대회(이하 전대)에 즈음해 도당위원장 자리를 내놓는 것과 김종률(증평·진천·괴산·음성) 전 의원의 피선거권 회복이다. 홍 위원장은 1월29일 충청리뷰와 전화인터뷰에서 “전대를 기점으로 도당위원장을 사퇴하겠다”고 밝혔다. 김 전 의원은 1월29일 이명박 대통령의 설 특별사면복권 대상에 포함됐다.

▲ 홍재형 민주당 충북도당위원장이 전당대회를 기점으로 도당위원장을 사퇴하겠다고 밝혔다. 김종률 전 의원은 이명박 정권 마지막 특사에서 복권됐다. 민주당 도당은 4월 전당대회에서 정치신인들이 도당위원장에 대거 도전하는 정치적 실험을 겪을 가능성이 높다.

아직까지 임시전당대회로 갈 것인지 아니면 정기전당대회를 치를 것인지 당 비상대책위원회가 결정을 내리지 않았지만 충북의 경우 현역 또는 지역위원장이 돌려가며 도당위원장을 맡았던 예년과 달리 도당위원장 선거가 뜨거운 접전이 될 가능성이 높다. 비(非) 지역위원장들이 대거 도당위원장에 도전할 수도 있기 때문이다.  

민주당이 임시 전대를 치를 경우에 도당위원장의 임기는 내년 1월까지다. 지난해 4.11총선 패배의 책임을 지고 물러난 한명숙 전 대표의 잔여임기와 궤를 같이하기 때문이다. 이와 달리 정규 전대를 치르게 되면 도당위원장 선출 이후 2년 동안 임기를 보장받게 된다.

임기는 2014년 지방선거 공천권 행사와 직결된다. 만약 임시 전대를 치르게 되면 내년 1월 이후 도당위원장을 다시 뽑아야한다. 임시 전대로 뽑힌 도당위원장은 ‘빛 좋은 개살구’에 불과하다는 얘기다. 현역 의원이나 지역위원장들은 구미가 당기지 않을 수도 있다.

현역 의원들의 처지도 출마를 결정하기가 쉽지 않다. 도내 현역 의원 3명 가운데 노영민(청주 흥덕갑), 오제세(청주흥덕갑) 의원은 이미 도당위원장을 맡은 적이 있고 오 의원은 현재 국회 보건복지위원장이다. 노 의원은 문재인 대선후보 비서실장을 맡았던 만큼 정치적인 부담이 크다.

순번대로라면 변재일(청원) 의원에게 차례가 돌아왔지만 현재 민주당 정책위원회 의장과 국회 교육과학기술위원장을 맡고 있어서 물리적으로 불가능하다. 다만 전대 과정에서 정책위원장 자리를 내려놓는다면 얘기가 달라진다.

복권된 김종률 전 의원이 도당위원장에 도전할 가능성은 희박해 보인다. 일단 정범구 전 위원장이 중부4군 위원장을 사퇴했다는 점에서 지역위원장으로 원대 복귀할 가능성은 높지만 도당위원장 출사표를 던지기에는 시간이 촉박하기 때문이다. 김 전 의원은 “지역을 위해 봉사하는 것은 늘 생각해왔다. 그러나 정치활동 재개는 천천히 생각하겠다. 기다린 세월을 생각하면 복권은 기쁜 일이지만 세상이 엄중해 착잡하다”고 밝혔다. 행간의 의미는 무리수를 두지 않고 물 흐르듯이 정계복귀를 꾀하겠다는 것으로 읽힌다. 

임시 전대면 치열한 당권다툼 예상

이에 반해 정치신인들은 자신의 몸값을 높일 수 있는 기회다. 차기 통합청주시장을 꿈꾸는 인사들이 도당 개편대회에 눈독을 들이는 이유다. 내년 통합청주시장 선거에 도전하는 신진 정치인들은 도당위원장 자리를 선점함으로써 공천으로 가는 디딤돌을 놓으려할 가능성이 높다는 얘기다.

그러나 이는 임시 전대가 열릴 경우로 제한된다. 당헌·당규에 있는 것은 아니지만 정기 전대를 통해 도당위원장이 될 경우 내년 통합시장 출마가 사실상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현재 도당위원장과 통합청주시장이라는 두 마리 토끼를 쫓는 정치신인으로는 김광수 충북도의회 의장, 김형근 충북도의회 의원(전반기 의장), 정균영 전 중앙당 수석사무부총장 등이 거론되고 있다.

김광수 의장은 “통합시장도 도당위원장도 지금은 내 일을 잘하는 게 먼저다. 도민들로부터 평가를 받고 나서 얘기할 문제다”라며 즉답을 피했다. 김 의장은 다만 “상당구청장을 지내는 등 청주·청원에 대해서 누구보다 잘 알고 있다. 도당위원장 자리도 당원들이 요구한다면 역할을 할 수도 있다”며 어느 쪽이든 길이 열리면 가겠다는 뜻을 분명히 했다.

김형근 의원은 “통합시장 출마를 검토하고 있는 것은 맞다. 그렇기 때문에 도당위원장 출마는 신중할 수밖에 없다. 도당위원장은 지방선거를 관리해야하는 자리라는 점에서 지방선거 출마자가 맡는 것은 적절하지 않다. 1년짜리든 2년짜리든 신중하게 생각해 볼 문제다”라고 말했다. 김 의원은 또 “홍재형 위원장의 거취에 따라 상당구 지역위원장도 염두에 두고 있다”고 덧붙였다. 종합해 볼 때 김 의원은 청주시장 출마와 상당구 지역위원장 가운데 양자택일할 가능성이 높다.

정균영 전 사무부총장은 보다 적극적이다. “통합 청주시장에 출마할 결심을 굳혔다. 따라서 이번 전대가 임시라면 반드시 잔여임기 도당위원장에도 출마할 것이다. 정기 전대가 된다 하더라도 도당을 바꾸는 게 더 의미가 있다면 통합시장을 포기하고 도당위원장에 나갈 용의도 있다”고 내비쳤다.

그러나 아무리 임시 전대에 따른 8개월짜리 도당위원장이라도 정치신인들의 몫으로 돌아갈 가능성은 높지 않다는 분석도 있다. 홍재형 위원장은 “일단은 내년 지방선거를 진두 지휘해야하는 자리인 만큼 이번에 정기 전대를 열어야하지 않겠나. 누가 됐든 현역 의원 중에 한 사람이 도당위원장을 맡아야할 것으로 본다”고 주장했다.

민주당 관계자 A씨도 “도당위원장은 당연히 현역의원이나 최소한 지역위원장 몫이다. 변 의원이 정책위 의장을 맡고 있지만 비대위 체제에서 임명된 것이기 때문에 전당대회를 앞두고 정리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도당위원장 사퇴…지역구는 고민 중”
재정신청에 마지막 기대 거는 홍재형 위원장

“대선에서 이겼으면 바로 도당위원장을 사퇴하려했다. 그러나 현재는 당을 수습해야하는 상황이기에 전당대회 전까지만 맡겠다.” 홍재형 위원장이 자신의 거취와 관련해 처음으로 털어놓았다. 그러나 상당구 지역위원장과 관련해서는 “고민 중”이라고 밝혔다. 이는 지난해 10월 정우택 의원이 선거법과 관련해 불기소되자 재정신청을 한 것에 대해 마지막 기대를 걸고 있는 것으로 볼 수 있다.

홍 위원장은 또 “도당위원장 사퇴가 곧 정계은퇴를 의미하는 것은 아니지만 지역구민의 선택이니 어쩌겠냐. 이제는 적극적으로 앞장 설 수도 없고 정치권에서 서서히 멀어지게 될 것”이라며 정치인생을 정리해야할 시점에 이르렀음을 인정했다. 홍 위원장은 이어 “민주당으로서는 고민과 반성을 통해 거듭나야할 시점에 왔다”고 주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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