육성준 사진부 차장

2001년 청주 서문풍물시장을 기억한다. 오래된 콘크리트구조물위에 조립식 건물로 지은 건물, 그 안을 들여다보면 핸드폰, 분식, 술집 등에서부터 고만고만한 온갖 잡동사니까지 전혀 어울리지 않은 업종들끼리 어쩌면 그렇게 구색에 맞춰 배열돼 있는지 하는 생각이 들었다. 당시 청주시에 흩어져 있던 노점상을 그 곳으로 몰아넣었다고 하니 말 그대로 풍물시장이나 다름없었다.

하지만 청주시가 붕괴위험과 흉물스럽다는 이유로 조만간 철거한다는 소식에 얼른 서문풍물시장을 카메라에 기록했다. 건설공구를 파는 사람이며 옛날 돈을 파는 사람이며 때론 미성년자에게 술을 파는 아낙네까지 뭐든 먹고 살려고 들어온 상인들의 다양한 이야기를 들으며 하나하나 앵글에 담았다.

당시의 지역 언론들도 철거해야 한다는 의견에 무게를 두고 보도했다. 그리고 그 해 서문풍물시장 상인들은 어디론가 사라졌고 다리는 보수했으며 그 위에 조립식 건물을 철거한 뒤 지금의 조형물이 만들어졌다.

지난 호 본보 무심천에 관한 근·현대사에 옛 서문철교의 추억을 담은 이야기가 전달됐다. 청주의 근·현대사에 서 빼놓을 수 없는 만큼 역사적 가치가 있는 다리인 것은 분명해 보였다. 기자는 청주가 고향이 아니어서 연고는 없지만 돌아가신 할머니께서 결혼 초기에 서문다리 근처에 사셨다는 이야기를 들은 바 있다. 당시 무심천에서 빨래도 하고 멱도 감았다고 한다. 선배들에게 물어 보니 역시 이곳에서 다양한 추억 하나씩은 다들 가지고 있었다.

▲ 건설공구를 파는 사람이며 옛날 돈을 파는 사람이며 때론 미성년자에게 술을 파는 아낙네까지 상인들의 다양한 이야기를 들으며 하나하나 앵글에 담았다. 카메라 Nikon F4, 렌즈 18~35mm

얼마 전 매년 여는 충북보도사진전에 출품할 사진을 고르기 위해 지난 한 해의 사진을 고르다 보니 서문다리는 관련된 많은 사건 사고들로 언론에 스포트라이트를 받았다. 해고노동자의 절규에서 스스로 목숨을 던진 사람까지 서문다리의 역사는 지금도 계속되고 있었다.

그러고 보니 다리조형물이 생선 가시마냥 왠지 날카로워 보인다. 사람들만 지나가는 다리지만 예전보다 지나는 사람들이 더 없어 보인다. 배를 뒤집어 놓은 형상이라지만 갈수록 벌어지는 한 맺힌 사건을 보다 보니 괜히 트집을 잡고 싶다. 교육문화의 도시, 천년도고, 직지의 고장……. 그러나 왠지 서문다리는 청주시의 정체성과는 거리가 멀게 느껴진다.

저작권자 © 충북인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