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표 편집위원

언론도 잘못을 저지를 수 있다. 아니 잘못을 저지를 가능성이 농후하다. 진실을 다루는 일은 연한 두부를 다루는 것 같아서 굳이 고의성이 없더라도 실수를 저지를 수 있다. ‘펜의 힘이 칼보다 강하다’는 말이 있는데 늘 그런 것은 아니지만 펜의 날카로움이 위력을 발휘하는 순간은 있다. 만에 하나라도 펜의 예리함이 잘못 행사되면 누군가 억울한 희생제물이 될 수밖에 없다. 그래서 언론은 자기반성에 익숙하고 타인의 충고도 기꺼이 받아들여야한다. 언론의 상호비판이 활성화돼야 하는 이유다.

이에 반해 언론은 실체적 진실에 접근하는데 한 치도 주눅이 들어서는 안 된다. 언론이 존재하는 이유다. 신문은 독자들의 알권리를 충족시킬 때만 존재의 가치가 있다. 권력과 돈에 굴종하는 만큼 독자와 거리는 멀어진다. 그래서 어렵다. 두부를 다루는 것처럼 섬세한 손길로 바위 같은 불편한 진실을 파헤치는 일은….

충청리뷰는 지난해 4·11총선 과정에서 청주 상당에 출마한 새누리당 정우택 후보를 둘러싼 각종 의혹을 다뤘다. 익명의 야후 블로그 <Crime to guilty>를 통해 유권자의 판단기준을 흔들고도 남을 만큼의 충격적인 의혹이 제기됐고, 진실이 밝혀지지 않으면 ‘믿기게임’을 해야 하는 상황이었다. 청주 상당선거는 ‘블로그의 내용을 믿느냐, 아니면 흑색선전이라는 정 후보의 해명을 믿느냐’의 게임이었다.

취재결과는 <Crime to guilty>가 제기한 의혹의 대부분이 사실이라는 것이었다. 제주도 골프투어와 성상납 의혹 등은 충북청년경제포럼의 예결산서를 입수함에 따라 정황이 확인됐다. 다른 의혹들도 신뢰할 수 있는 제보자와 증인 등을 통해 진실에 접근할 수 있었다. 그리고 썼다. 이같은 보도가 정 후보에게 불리하게 작용할 수 있다는 것을 모르지 않았다. 특정후보에게 공정하지 않았다는 것도 인정한다.

그러나 누구에게 유·불리한가를 따져 기사를 쓰고, 마는 것은 더 공정하지 않고 편파적이다. ‘A에게 불리하면 쓰지 않고 B가 유리해도 쓰지 않겠다’는 것은 공정하지도 않을뿐더러 지극히 정치적이다. 그래서 쓸 수밖에 없었다. 충청리뷰는 당시 정 후보로부터 민·형사 고발을 당했고 각종 위원회에 제소돼 곤욕을 치러야했다. 그중에 하나가 선거기사심의위원회로부터 사과문 게재를 명령받은 것이다.

선심위는 4월10일 “기사 제목과 본문에 자극적이고 단정적인 표현을 사용해 여러 차례 보도함으로써 해당 후보자(정우택 후보)에게 불리한 영향을 미칠 우려가 매우 크다”며 1면 상단에 사과문 게재를 명령했다. 그러나 단지 공정하지 않고 불리한 영향을 미쳤다는 이유만으로는 사과할 수 없었다.

충청리뷰는 고발됐고, 기소됐으나 1월18일 청주지방법원 재판부는 사과문 게재를 거부할 경우 2년 이하의 징역, 400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하도록 한 공직선거법에 대해 직권으로 위헌법률심판을 제청했다. 신문에 사과문을 쓰게 하는 것이 언론자유를 침해할 수 있다고 본 것이다.

언론도 사과문이든 반성문이든 쓸 수 있고, 쓸 때는 써야한다. 과거 도내 한 주간지는 해외취재 때 현역의원으로부터 100만원을 받았던 것에 대해 돈의 출처를 몰랐다면서도 스스로 반성문을 쓴 적이 있다. 하지만 국가심의기관의 명령에 의한 사과문 게재는 비판언론을 탄압하는 도구가 될 가능성이 높다. 그래서 위험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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