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BS ‘그것이 알고싶다’서 홍봉의씨 자살 사건 집중 취재

“그래도 안 잡았을 때에는 희망이라도 있었어요. 그런데 다 잡고 나서는 아무 것도 못 한다는 게 울화통이 터지고...” - 필리핀에서 실종된 홍석동 씨 어머니의 말.

지난 19일 방송 된 SBS ‘그것이 알고싶다 - 필리핀 연쇄 납치 미스터리’에서는 지난 2011년 필리핀 한인범죄단에 납치돼 실종됐던 홍석동(사건 당시 31세)씨 아버지 고 홍봉의(57세)씨의 자살 사건에 대해 집중 취재했다.

홍씨는 아들 홍석동씨를 납치했던 범인들이 모두 검거 되었음에도 불구하고 아들의 생사를 확인할 수 없는 것에 깊은 실의에 빠져 새해 첫날 청주 용암동의 한 야산 정자에서 숨진 채 발견됐다. 당시 도내 일부 지역 언론에서는 이 사건에 대한 사연과 정황을 집중 보도 한 바 있다.

경찰에 따르면 자살한 홍씨 주변에는 소주병과 농약으로 보이는 것이 발견됐으며 ‘가족에게 미안하다’는 내용의 유서를 남기고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 홍봉의씨가 남긴 유서에는 남아 있는 가족들에 대한 미안함 이외에도 정부와 수사에 답보적인 당국 기관에 대한 원망이 적혀 있다.(SBS ‘그것이 알고싶다 - 필리핀 연쇄 납치 미스터리’화면 갈무리.)

이후 홍씨의 관할서인 청남경찰서는 홍씨 사건을 상부기관인 청주지검에 모두 이첩했고, 청주지검은 홍씨에 대한 변사 발생 보고가 1일 날 들어옴에 따라 당일 바로 수사지휘를 통해 경찰서 의견대로 자살 사건으로 내사종결했다. 

하지만 홍씨 자살 사건의 전후 상황을 살펴보면 모든 자살은 결국 타살이라는 말을 떠올리게 한다.  

범인 잡혔는데 아들 행방은 몰라

현장에서 발견된 유서에는 남아 있는 가족들에 대한 미안함 이외에도 정부와 수사에 답보적인 당국 기관에 대한 원망이 적혀 있었다. 또 “저승에서라도 만나면 죽인다. 남의 가정 파탄낸 놈들 용서 안 한다”며 아들을 납치한 범인들에 대한 분노의 메시지가 가득 담겨 있었다.

홍씨 아들을 납치한 일당은 지난 2008년 7월 국내에서 전당포 여직원을 살해한 후, 1억 원을 훔쳐 필리핀으로 도주한 3인이 포함된 한인납치단이다. 이들은 이후 4~5명이 함께 활동하는 것으로 알려졌으며, 홍석동 씨 사건 이외에도 이들이 저지른 것으로 확인된 납치 사건만도 십 여건에 이른다.

다행히도 지난해 10월 홍석동씨를 납치한 후 돈을 요구했던 이 조직의 2인자 김종석을 비롯해 막내 김원빈(일명 뚱이), 리더 최세용 등 5명이 연이어 검거되면서 홍씨 가족에게는 아들 홍석동씨를 찾을 실날 같은 희망이 있었다.

하지만 홍 씨의 행방은 어찌된 영문인지 여전히 안개 속에 있다. 검거된 납치범들이 부두목 김종석의 단독 범행이라며 모르쇠로 일관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들이 홍씨를 납치한 것은 분명한데, 현재까지 그들 중 어느 누구도 홍씨의 행방에 대해 입을 열지 않고 있다. 이들이 이렇게 모르쇠로 일관하는 모습을 보며 부모로서 할 수 있는 게 아무 것도 없다는 절망 속에서 홍석동씨의 아버지 홍봉의씨는 결국 스스로 생을 마감하고 말았다.

그렇다면 한인 납치단 일당이 모두 검거됐는데도 왜 실종된 홍씨를 찾지 못하는 것일까. 문제가 복잡해 진 건 홍씨의 부모에게 직접 돈을 요구했던 김종석이 다른 사건으로 필리핀 현지에서 검거된 뒤, 사흘만에 필리핀 교도소에서 자살한 뒤부터다.

애타는 아버지, 절망 속 자살

현재 필리핀과 태국, 국내 교도소에 각각 나뉘어 수감 중인 일당들이 자신들은 홍 씨 납치사건에 가담하지 않았다고 하니 애석하게도 홍씨의 행적을 가늠할 길이 없어진 상태다. 하지만 그들로부터 납치됐다 몸값을 주고 간신히 풀려난 피해자들은 김종석의 단독 범행은 불가능하다고 말했다. 과거 범행 패턴으로 볼 때 일당들이 서로 역할을 분담했을 것이라는 주장이다.

이후 SBS ‘그것이 알고싶다’ 취재진은 필리핀과 태국으로 떠나 현지에 수감돼 있는 일당들과의 이야기를 방송을 통해 자세히 보도했다. 그런데 사건과 무관하다는 그들의 주장에는 묘하게 어긋나는 지점이 있었다. 그리고 이 사건에 자살한 김종석의 현지인 아내 마델이 연루된 정황을 포착했다.

현재까지 누군가는 분명히 알고 있는데 아무도 진실을 말하지 않고 있다. 한 경찰 관계자는 이들이 형을 줄이려는 꼼수를 부리고 있다고 말했다. 이들의 꼼수에 억장만 무너지는 건 그들에게 납치된 이후 아직까지 돌아오지 않고 있는 홍석동 씨와 또 다른 실종자 윤철환씨(2010년 실종, 당시 37세) 가족이다.

전문가들은 하루빨리 범인들을 송환해 국내에서 조사를 해야 한다고 지적하고 있다. 이들은 또 가해자도 피해자도 모두 자국민이 아닌 외국인이기에 해당 국가에서 큰 관심을 두긴 어려울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왜 그들은 송환되지 않고 있을까. 생사만이라도 확인하고자 하는 가족들의 염원을 가로 막고 있는 것에 대해 이들의 가슴은 슬픔과 힘겨움으로 새카맣게만 타들어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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