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청주산단·GD·피해업체 지난해 6월 보상문제 마무리
충북도, 불산유출 사실 감추고 ‘수습과정’홍보에만 전념

8% 농도의 옅은 불산이 실내에서 누출됐는데, 누출된 불산을 신속하게 폐액저장고와 폐수처리장 저류조로 보내는 등 초동조치가 적절하게 이뤄진 것으로 보인다.” “실내에 유출된 불산은 대기정화시설을 거쳐 배출되기 때문에 유해성분이 외부로 확산되진 않은 것으로 판단한다.”

GD불산사고 이후 나온 도 관계자의 말이다. 충청북도는 이와 같이 사고 이후의 수습과정을 강조했지만 더 큰 의무인 사고의 예방의무를 다했는지에 대해선 굳게 입을 다물고 있다. 하지만 충청북도는 적어도 2012년 6월 15일에 GD에서 지속적인 불산 누출이 있었다는 사실을 알고 있었다는 사실이 확인돼 도가 “사건을 은폐한 것 아니냐”는 의혹이 일고 있다.

▲ 23일, 청주충북환경운동연합이 (주(GD 청주공장 앞에서 기자회견을 진행하고 GD에 공개요구서를 전달하고 있다. 이단체는 충청북도와 해당업체, 환경단체간의 민간합동조사를 요구하고 있다. / 육성준 기자 eyeman@cbinews.co.kr

충청북도 환경정책과 이일우 주무관은 본보와의 인터뷰에서 “2012년 7월경 민원이 들어와서 처음 알게됐다”고 설명했다. 이후 “환경정책과장과 2명이 간담회에 참석해 주변업체들로부터 은행나무잎들이 죽었다는 이야기를 처음 들었다. GD가 입주하고 나서 그렇게 됐다는 이야기를 했다. GD 측은 오염방지시설등 아무 문제가 없다며 회사 책임이 아니라고 했다. 이후 10월달에 대기오염과 수질오염도 조사를 했는데 기준치이하였다”고 밝혔다. 이번 사고 이전에 불산누출 의혹이 있다는 민원이 있었지만 사실로 확인하진 못했다는 것이다.

그러나 도 관계자의 말은 사실이 아닌 것으로 밝혀졌다. 본보의 취재 결과 2012년 6월 15일 충청북도 환경정책과장등 도관계자 3인과 GD 관계자, 인근 피해업체관계자와 청주산업단지관리공단(이하 관리공단) 관계자가 참석한 가운데 불산유출 피해보상문제와 개선대책을 합의한 것으로 확인됐다. 8월경에는 GD측이 인근피해업체 관계자를 상대로 40억원 상당의 시설물 보강등 개선 결과를 설명하는 간담회까지 진행한 것으로 파악됐다. 도 관계자의 말과는 달리 이미 작년 6월에 불산누출과 관련한 피해보상과 재발방지등 관련 업무를 처리한 것이다.

관리공단, 2011년 도에 민원 접수

관리공단 관계자의 말에 따르면 충청북도가 인지한 시점은 2011년 경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관리공단 관계자는 “2010년부터 가로수 고사현상이 시작됐고 피해 해당업체가 산단에 민원을 접수했다. 2011년에는 GD와 인접한 D사의 유리창 변색에 대한 민원, 가로수 고사 민원이 계속 접수됐다. 이때 충청북도 뿐만 아니라 청주시 환경과, 공원녹지과등에 계속 민원을 접수했다”고 설명했다.

뿐만 아니라 “2011년도에 관리공단은 자체 조사를 진행했고, 원인이 GD의 불산 배출인 것으로 파악했다. 그래서 GD의 스크로바(배출구)를 다른 쪽으로 이동해달라”고 요청했고 “이런 것도 다 도에 보고했다”는 것이다. 2012년에도 가로수는 계속 고사했고, 4월까지 GD가 D사에 피해변상을 해주겠다는 약속을 지키지 않아 6월 15일 피해업체와 하이닉스반도체, GD, 도 환경정책과장이 참석하는 간담회를 개최했다는 것이다.

이와 관련 충북지역의 언론보도도 이런 정황을 입증하고 있다. 2010년 9월 1일 가로수고사현상을 최초 보도한 충청투데이는 당시부터 민원이 제기되는 내용을 보도했다. 2012년 6월 12일에도 1년전의 내용을 포함해 불산을 언급하는 기사를 보도했다. 그리고 이 기사에는 도 산하기관의 조사결과도 언급하고 있다. 또 2012년 11월 29일 청주MBC 보도에는 당시 도 환경정책과 팀장이 이 사고를 언급하는 인터뷰까지 진행했다.

한편, 도 환경정책과 관계자는 가로수 고사와 관련해 도에 접수된 민원현황을 공개해달라는 요청에 “자료가 남아 있지 않아 확인할수 없다”며 거부했다. 이전 상황에서도 “당시의 담담자가 아니여서 확인할수 없다”는 입장이다.

“가장 위험한 건 위험신호 은폐하는 것”
(사)시민환경연구소 김정수 부소장

“위험은 항상 시그널을 보낸다. 그런데 가장 위험한 것은 시그널을 은폐하는 것이다. 위험하다고 시그널을 줘야 하는데 위험하지 않다는 시그널을 보내는 것이 가장 위험한 것이다.”

(사)시민환경연구소 김정수 부소장은 격앙했다. 2011년 11월, 모 언론의 요청으로 GD 인근에서 고사한 가로수를 목격했을 때 “직감적으로 불산유출사고임을 직감했다”고 밝혔다. 그리고 김 부소장은 지난 16일 GD불산유출사고 소십을 접했을 때는 터질것이 결국 터진 가장 나쁜 유형의 사고라고 판단했다. 김 부소장에 따르면 “가로수 고사와 같은 충분한 시그널이 보내졌음에도, 업체나 충청북도, 청주시가 위험을 묵살하거나 왜곡한 가장 나쁜 유형의 사고”라는 것이다.

김 부소장은 청주산업단지의 구조적 문제점도 지적했다. 청주 산업단지가 대규모 아파트 단지와 너무 인접해있다는 것이다. 이럴 경우 한번의 유출사고는 대량의 인명피해로 이어진다는 것이다. 따라서 “청주산업단지내 입주업체의 산업안전 관리문제와 신규입주업체에 대한 규제가 핵심이다. GD 주변에는 식품업체와 제약회사가 인접해 있고 어린이집이 있다. 이런 곳에 GD가 위치해 있다는 것은 무식함과 용감함의 가장 나쁜 결합”이라고 지적했다.

또, 이번 사고는 사고의 크기보단 일련의 사고 흐름이 중요하다고 지적했다. “과거 같으면 화학물질 사고는 울산이나 여수같은 대규모 산업단지에서 발생했다. 그런데 구미 불산사고와 경북 상주 염산누출 사고, 그리고 청주의 사고에서 나타나는 공통점이 있는데 도심과 인접한 소규모 업체에서 발생한 것이고 이것이 과거와의 차이점”이라고 밝혔다. 이런 면에서 이 사고는 “시민에 대한 치명적 위협”이며 “유사한 사고가 빈번하게 발생할수 있는 점을 보여주는 대단히 안 좋은 징후의 성격을 띠고 있다”고 밝혔다.

● GD 불산유출 관련일지

2008년
12월 (주)GD 본격 생산 가동
2010년
여름 (주)GD 인근 N사 부지내 전나무 고사 완료 및 인근 은행나무 가로수 고사
9 월 충청투데이 N사 가로수 고사 및 오염물질 의혹보도
10월 D사 입주
기타) 피해업체 N사 수목고사현상 자체조사 및 청주산단에 민원제기
2011년
여름 (주)GD인근 가로수 고사
D사 유리창 변색현상 시작
피해업체 민원 제기 및 청주산단 자체조사. GD 배출구 이전요청
2012년
여름 (주)GD인근가로수 고사, J사 까지 수목고사현상 확대
6월 불산유출관련 피해업체와 충청북도, 청주산단등 간담회(피해보상 및 재발대책논의)
충청투데이 가로수 고사 및 불산의혹 보도
8월 (주)GD 투자 및 시설개선 설명회 진행
10월 충청북도 (주)GD 배출구 대기오염도 및 수질오염조사 시행
11월 (사)시민사회연구소 시료채취, 청주MBC 불산의혹보도

● 불산 유출사고 (주)GD, 어떤 회사인가

2005년 경기도 안산에 설립됐다. 디스플레이 패널 유리를 얇게 가공하는 ‘슬리밍(Slimming)’ 사업을 주력으로 한다. 삼성디스플레이를 주 고객사로 두고 있다. 2008년 6월 청주시와 투자유치협약을 맺고 12월부터 청주공장에서 본격 생산을 시작했다.

2009년 45명을 고용해 43억원을 매출을 올렸으나 급성장해 2011년에는 300억원의 매출에 270명을 고용했다. 이 해에 공장부지 내에 제2공장을 준공해고 생산량을 대폭 늘렸다. 2012년에는 매출이 800억원대 이상을 올린 것으로 추정한다. 사고가 발생한 16일에는 코스닥 상장을 위한 기업공개 간담회를 진행하며 코스닥기업공개 대박을 노리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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