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로수는 2010년부터 고사 … 잔류량은 구미 사고 능가
전문가 “전에도 유출”, 충북도 “이상 없었다” 엇갈린 주장

지난 15일 청주산업단지 내 GD(㈜글로벌 디스플레이)에서 발생한 불산 혼합액 누출 사건 이전에 구미 휴먼글로벌 불산유출사고에 버금가는 누출사고 가능성이 제기돼 충격을 주고 있다. (사)시민환경연구소는 지난해 11월 GD 인근에서 고사한 은행나무와 담쟁이 넝쿨등에서 채취한 나뭇잎의 불소이온농도를 분석한 결과 1,958㎎/㎏로 나타났다고 밝혔다. 이는 구미 휴먼글로벌 불산유출 사고당시 인근 150m 비닐하우스 메론잎 수치 1,002㎎/㎏보다도 높은 수치이다.

▲ (주)GD 인근 팽나무. 충청북도지정 보호수다. GD 2공장준설시 도심경관심의대상이이었으나 청주시는 심의 기간을 단축하는 편의를 GD에 제공했다. / 육성준 기자 eyeman@cbinews.co.kr

이 결과에 대해 원진녹생병원 노동환경건강연구소 이윤근 소장(보건학박사)은 두가지 해석을 내놓았다. 이 박사는 시민환경연구소가 발표한 결과에 대해 “이 농도는 사고 후 어느 정도 시일이 경과된 후의 농도이기 때문에(불소에어로졸의 반감기는 12일 정도로 추정한다) 사고 당시는 이보다 훨씬 심각했을 가능성이 높다”고 지적했다. 그리고 일상적인 소량의 유출가능성도 있지만 결과로 나타난 농도수치가 순간적인 누출 가능성을 강력하게 뒷받침해주는 증거라고 지적했다.

이 박사에 따르면 검출된 최대치가 아닌 중간치 1500㎎/㎏의 농도를 사고 당시의 농도로 가정한다고 하더라도 사고 당시 대기 중 불화수소의 농도는 2ppm 내외 정도로 추정할 수 있다는 것이다.

이 정도 농도는 우리나라 노동부 작업장 노출기준(0.5ppm)을 4배 이상 초과하는 농도이고, 미국산업위생전문가협의회(ACGIH)에서 규정한 어느 한순간이라도 넘어서는 안되는 농도(천장값)인 2ppm을 상회하는 매우 높은 농도이다.

설령, 일순간의 유출사고가 아니라 하더라도 “가로수 잎이 고사했고, 그 잎에 잔류한 불소 이온 농도가 1500㎎/㎏ 내외 정도로 높게 나왔다면 이는 불화수소에 의한 오염 가능성을 강력하게 뒷받침 해주는 근거”라며 “보통 자연 상태의 식물에 존재하는 배경농도는 5~15㎎/㎏에 불과하기 때문”이라는 설명이다.

반면 충청북도는 이번 사고이전에 기준치를 초과하는 불산누출은 확인하지 못했다는 입장이다. 도 환경정책과 이일우 주무관은 “지난해 10월 GD 공장내 대기배출구에서 대기오염조사를 실시했으나 모두 기준치 이하였다”고 밝혔다.

이 주무관은 “(사)시민환경연구소의 측정 결과에 대해선 결과에 의미를 부여할수 없다”고 했다. 또 도 산하 보건환경연구원에 확인한 결과 오염된 나무의 나뭇잎을 따서 시료검사를 하는 방법은 공인된 측정방법이 아니라는 것이다. 가로수가 고사한 것에 대해서 이 주무관은 “GD가 제1공장을 증설하는 과정에서 창문틈으로 불산이 비산돼 일부 나무들이 고사한 것으로 추정된다”고 밝혔다.

▲ 불산유출 사고를 일으킨 (주)GD 인근 N사의 소나무가 고사하고 있다. 이 회사 전나무 여섯 그루는 2010년 고사했다. 지금까지 15그루의 수목이 고사했다.

▲ (주)GD 이전후 가장 먼저 고사한 N사의 전나무. 이 회사는 2010년 고사한 전나무를 모두 베어냈다. 이 회사 관계자는 GD로부터 “올 3월까지 새로운 나무를 이식해 주기로 합의했다”고 밝혔다.

죽은 가로수는 알고 있다

전문가들은 심각한 대형사고에는 사고를 알리는 전조현상이 반드시 동반된다고 주장한다. 이 박사는 “눈에 잘 안보이는 300건의 사고가 있으면 이중 30건 정도의 의미있는 사고가 발생한다. 이 30건의 사고중 한건은 심각한 대형사고로 나타난다”고 설명한다. GD 인근에서도 사고를 알리는 눈에 잘 보이지 않는 여러건의 징후들이 반드시 동반했다는 것이다.

본보의 취재에 의하면 청주 산업단지내에서는 보이지 않는 징후들이 아니라 확연히 드러나는 현상이 2010년부터 지속됐다. 충청투데이는 2010년 9월 1일 “일부 업체 주변의 가로수 고사, 인근공장의 유해물질 때문 아니냐는 의혹을 제기해 관계기관의 조사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는 내용으로 말라죽은 나무사진과 함께 보도했다.

이 죽은 나무는 GD 정문 앞에 위치한 N사의 전나무였다. 현재 이 여섯그루의 전나무는 모두 베어졌다. N사는 지금까지 이 전나무를 포함해 10여그루가 고사한 상태다. GD측 바로 옆에 위치한 D사는 입주한지 채 1년도 안돼 유리창이 변색됐다. 2010년 가을에 입주했는데 2011년에 유리창이 부식됐다.

GD와 인접한 제약회사 S사의 정원수도 10여그루 가까이 고사했다. K사의 정원수도 2010년부터 고사현상이 시작됐다. GD와 직선거리로 300m 떨어진 식품회사인 J사도 수천만원을 호가하는 소나무, 수령 150년된 철쭉나무등 대여섯그루가 2012년 고사했다.

GD 인근 가로수 피해는 심각했다. 충청투데이의 2012년 6월 12일 보도에는 “GD인근 인도에 심어진 은행나무 가로수 30여그루가 고사했다”고 되어 있다. 덧붙여 이 기사에는 전년인 2011년에도 이와같이 가로수 고사현상이 있었다고 되어 있다.

충북대학교 식물의학과 차병진 교수도 본보와의 전화 인터뷰에서 “3년전에 지역의 한 방송사로부터 가로수 고사 현상과 관련된 인터뷰 요청을 받고 GD 인근 가로수가 고사한 현장을 확인한 적이 있다”고 밝혔다. 이를 종합해보면 GD가 청주공단에 입주해 본격적으로 공장을 가동한 2008년 12월 이후 2010년부터 가로수 고사현상과 유리창 변색등 불산유출을 짐작할수 있는 현상이 나타난 것이다.

<정보공개, 민관합동조사 필요하다>

충청북도와 환경단체, 전문연구기관의 입장이 대비되는 상황이지만 가로수 고사현상의 원인으로 모두 GD에서 배출된 불산 때문이라는 것에는 일치한다. 다만 이것이 사고로 인한 일시적 대량유출인지에 대해서는 입장이 엇갈린다. 그렇다면 이와 같의 의혹에 대해서 확인할수 있는 방법은 없을까? 전문가들은 “충분히 확인할수 있다”는 입장이다.

(사)시민환경연구소의 김정수 부소장은 관계기관의 정보 공개가 진실을 알수 있는 필수조건이라고 주장한다. 연구소는 성명에서 “청주산업단지관리공단은 지난해 주변지역 영향을 확인하기 위해 식물시료를 채취했으나 분석결과를 공개하지 않았다”며 이런 자료들이 공개되면 쉽게 확인할수 있다는 것이다.

원진녹색병원 이윤근 박사는 “가로수와 수목의 고사한 GD 인근지역을 섹터별로 구분하고 수목의 새순이 올라올 때 잔류불산농도를 검사하면 어떤 시기에 어느정도의 규모로 유출되었는지 충분히 알수 있다”고 밝혔다.

이 박사는 화학물질 누출사고에서 가장 중요한 문제는 사전적 예방인데 이를 위해 가장 필요한 것으로 지역주민의 알권리를 꼽았다. 집 담장 밖에 있는 공장에서 어떤 유해물질을 취급하고, 그 물질이 얼마나 위험한지, 그리고 사고가 발생할 때 어떻게 대처해야 하는지 등이 제대로 전달되고 요구할 때만이 사고를 예방할 수 있는 각종 규제와 감독 기능이 의미를 가질 수 있다는 것이다.

관계기관의 정보공개가 단순히 과거의 진실을 밝히는 것 뿐만 아니라 앞으로 사고를 예방하는 핵심이라는 것이다.

한편, 청주충북환경운동연합은 23일 GD 정문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정보공개와 민관합동조사를 촉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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