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찰 내에 제5열 있는 것 아닌가" 의혹 증폭
은신처 덮치기 직전 도망하는 등 지능적 도피행각

쫓는 자나 쫓기는 자, 추적하는 자와 도망자의 심리상태는 본질적으로 다를 게 없다. 모두가 피를 말리는 심정일 것이다. 더구나 추적자와 도망자 모두 프로페셔널(전문가)들이라면 더 말할 것도 없다.

비위혐의에 대해 수사를 받던 중 잠적, 도망자 신세가 된 김남원 전 청주서부경찰서장과 그를 추적하는 충북경찰청 수사과 형사들간의 팽팽한 두뇌게임이 좀처럼 끝날 기미를 보이지 않으면서 온갖 풍문들이 떠돌고 있다.

앞서 지적했듯 근본적인 의문은 “충북경찰이 김 전 서장을 안 잡는 것인가, 아니면 못 잡는 것인갗하는 것이다. 물론 이런 의문부호에 경찰은 “터무니 없는 의심”이라며 “총력을 다해 김 전 서장의 검거에 나서고 있다”고 강력히 부인하고 있다. 그렇다면 현재까진 철저한 은닉으로 자취를 남기지 않고 도피행각을 계속해 나가고 있는 김 전 서장이 한때 한솥밥을 먹던 경찰과의 ‘두뇌게임’에서 한 수 위의 우세를 보이고 있다는 얘기가 성립할 법하다.

그를 쫓고 있는 경찰은 “김 전 서장이 해외로 출국한 흔적은 전혀 없다. 오히려 여러 정황과 첩보, 정보들을 종합할 때 그는 전국 각지를 떠돌며 철저한 ‘잠수’를 계속하고 있는 게 틀림없다. 하지만 워낙 용의주도하게 자신의 행적과 관련해 추적단서가 될 만한 흔적이나 단서를 남기지 않고 있기 때문에 추적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고 말했다.

전국을 돌며 신출귀몰 계속

한 지역의 치안 최고책임자로서 수사와 정보기법에 누구보다 정통한 김 전 서장이 아직까진 경찰출신답게 귀신 뺨치는 잠행 실력을 발휘하고 있다는 것이다.

청주의 지인들과 간헐적으로 연락하고 있는 것으로 포착되고 있는 김 전 서장은 신출귀몰하듯 전국 각지를 돌아다니며 공중전화나 타인의 핸드폰을 빌려, 그것도 위치추적이 쉽지 않게 매우 제한된 시간 내에서 짧게 통화한 뒤 은신처를 곧바로 옮기는 등 용의주도한 도피행각을 계속하고 있는 것으로 경찰은 판단하고 있다.

“마치 두뇌게임을 하고 있다는 표현이 딱 어울릴 정도다. 김 전 서장의 ‘잠수’ 솜씨는 우리가 보기에는 혀를 내두를 정도로 대단하다. 얼마 전에는 택시를 타고 이동 중이었는지 생경한 전화번호의 핸드폰으로 청주에 있는 지인에게 전화를 한 것이 포착됐다. 하지만 그것으로 끝이었다. 통화 당시 핸드폰의 위치를 추적해 보았자 그가 그곳에 계속 머물고 있다는 확신이 없는 상태에선 쓸모 없는 정보였다.”

경찰의 이같은 말은 김 전 서장의 은신 실력이 얼마나 뛰어난 지를 보여주지만 동시에 경찰이 김 전 서장의 가족은 물론 지인들에 까지 ‘안테나’를 열어 놓고 광범위하게 통화추적을 하고 있음을 강력히 시사하는 것이어서 주목된다.

“누군가 추적정보 흘리는 것 아닌갚

하지만 김 전 서장이 아무리 두뇌회전이 빠르고 주도면밀하다고 하더라도 3개월 째가 다 돼 가도록 꼬리를 밟히지 않고 성공적인 도피행각을 계속할 수 있는 데 대해 점차 의혹이 커가고 있다.

누군가 김 전 서장을 적극적으로 돕고 있는 것 아니냐는 의문이 그것. “아무리 강심장이고 추적을 따돌리는 솜씨가 뛰어나다고 해도 망망대해의 조각배와 같은 신세인 도망자 신분으로 도피에 필요한 자금을 어디에서 어떻게 마련하고 있는지 불가사의일 뿐 아니라 그의 행적으로 볼 때 경찰의 추적 정보가 새나가는 것 아니냐”는 물음이 떠오르고 있는 것이다.

“잡지 못하면 더 큰 망신”

실제 김 전 서장을 추적하고 있는 수사팀 관계자는 “지난달 말 그가 대구에 있다는 정황을 포착, 체포팀이 달려갔지만 현지에 도착했을 땐 그는 이미 사라지고 없었다”고 말했다. 그리고 이와 비슷한 상황이 단발적으로 끝나지 않고 있다는 설명이다. 이 때문에 경찰 내부에서 조차 “김 전 서장의 도피를 위해 정보를 흘려주는 제5열 분자(첩자)가 있는 것 아니냐”는 의구심이 고개를 쳐들고 있다.

이에 대해 한 수사관계자는 “어려움이 큰 게 사실이지만 결국 우리가 이길 것이다. 그리고 (김 전 서장의 체포가) 목전까지 다가왔다”며 “총경이 연루된 독직사건으로 충북경찰의 명예가 땅에 떨어질 대로 떨어졌는데 우리가 좌고우면할 이유가 있겠는가. 반드시 그를 체포, 실체적 진실을 밝혀내겠다. 그렇게 되면 언론에 대서특필되는 등 또 한차례 폭풍우가 불어닥치겠지만 그렇게 해야만 그나마 경찰의 명예를 다소나마 회복할 수 있는 것 아니냐”고 의지를 다졌다. 만나는 경찰마다 이 사건 때문에 부끄럽다는 말까지 한다.

하지만 일각에서는 여전히 경찰과 김 전 서장과의 묵계설이 떠돌고 있다. 이번 사건의 성격을 승진을 대가로 김 전 서장이 부하들로부터 금품을 수수한 위중한 범죄가 아니라 단순 채무관계로 규정짓기 위해 그에게 돈을 갚을 수 있는 시간적 여유를 주고 있는 것 아니냐는 것이다.

진실이야 어떻든 충북경찰 전체가 일탈한 한 마리 ‘대어’ 때문에 온통 흙탕물을 튀긴 채 집단 노이로제에 걸려 있는 것만은 틀림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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