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옥균 경제부 차장

2011년 김난도 서울대 교수의 ‘아프니까 청춘이다’라는 책이 서점가를 휩쓸었다. 젊은이들의 필독서가 돼버린 이 책에서는 한마디로 개인의 부단한 자기개발을 통해 어려움을 이겨내라고 독려한다.

언제부턴가 우리 사회는 사회의 구조적인 문제를 개인의 희생과 노력으로 풀어내려고 하는 경향을 보인다. 최근 사회적 문제로 부각되고 있는 하우스 푸어의 문제도 그렇고 취업의 문제도 그렇다.

창업이 늘고 있다. 한국은행 충북본부의 자료에 의하면 도내 자영업자수는 19만 4000명으로 1년전보다 4%, 8000명이 늘어났다. 창업이 늘어난 만큼 폐업도 늘고 있다. 한 통계자료에 따르면 자영업의 평균 수명은 2.5년이라고 한다. 2년 6개월마다 새롭게 창업하고 또 다시 문을 닫는 것이다.

전문가들은 자영업을 실패하는 이유로 준비부족이나 상권분석 실패 등 다양한 원인들을 제시한다. 하지만 정답은 따로 있다. 자영업자 비중이 너무 높기 때문이다. OCED 통계까지 들이댈 필요도 없다. 청주 전역이 1층은 상가고 2층도 상가다.

학생들은 남들이 말하는 좋은 직장에 들어가기 위해 대학에 들어가고, 또다시 좋은 직장에 들어가기 위해 4년간 취업준비에 몰두한다. 그래도 그들을 받아줄 일자리는 바늘구멍만큼이나 좁다. 결국 일자리를 찾지 못한 청년들은 도피성 창업을 시도한다.

최근 창업자 수가 크게 증가한데는 베이비부머들이 명퇴도 직접적인 영향을 미쳤다. 50대 베이비부머들은 명퇴라는 이름으로 애당초 계획했던 인생 설계보다 일찍 또 다른 전쟁터로 내몰렸다. 사회 구조적인 문제는 어느덧 개인의 문제로, 개인의 능력으로 평가된다.

취업전쟁에서 살아남지 못하면, 창업전선에서 성공하지 못하면 그것은 그들의 잘못으로 치부된다. 정부는 창업관련 정책들이 쏟아내고 있다. 창업자금을 지원해주고, 교육도 시킨다. 경영 컨설팅도 지원한다. 하지만 이는 고마운 일이 아니다. 창업자금은 갚아야할 빚이고, 주변의 도움으로 철저히 준비를 한다고 해서 모두가 생활을 영위할 만큼의 안정적인 수익을 올릴 수도 없다.

전문가들은 성공한 사람보다는 실패한 사람들을 살펴봐야 한다고 한목소리로 말한다. 창업을 준비하는 예비창업자에게만 해당하는 말이 아니다. 국민들을 창업으로 등 떠민 사회도 마찬가지다.

예비창업자는 성공한 사람을 바라보고 그들을 벤치마킹하는 것도 필요하지만 실패한 사람을 통해 실패하더라도 좀 덜 실패하는 법을 배워야 한다. 미안한 이야기지만 성공할 확률보다는 실패할 확률이 높기 때문이다.

정부는 실패한 이들을 위해 최소한 사회적 안전망이라도 설치해야 한다. 또한 수출 중심의 대기업보다는 내수를 기반으로 하는 중소기업을 키워야 내수시장이 살아나고 자영업의 실패율이 줄어든다. 등 떠밀린 자영업자가 실패하지 않게 하는 것은 8할 9할 정부의 몫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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