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병용 충북청풍명월21실천협의회 사무처장

충청북도에는 인물이 없다고들 한다. 새 정부가 들어서도 거론되는 총리감이나 하다못해 장관감도 찾기 힘들다는 푸념이다.

산고수려(山高秀麗)한 청풍명월(淸風明月)의 본향(本鄕)인 충북에는 원래 인물이 많았다. 삼국통일의 주역 김유신 장군으로부터 근세조선의 기틀을 세운 삼봉 정도전, 조선조 최고의 학자 반열에 있는 우암 송시열, 대표적 독립운동가인 의암 손병희와 단재 신채호 그리고 현존하는 정·관계와 학계, 경제계, 현역 및 퇴역 군부요인에 이르기까지, 지금도 총리나 장관 후보군에 충북출신이 없는 것은 아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충북사람들은 사람에 인색하다. 특히 가까운 사람에게는 더욱 그런 경향이 있다. 인물을 키우는 데는 부족하지 않나 하는 생각을 떨치기 어렵다. 몇 가지 사례를 보면 더욱 자명해 진다.

첫째, 다선의원이 드물다. 다른 지역에는 10선을 넘거나 5, 6선 의원들이 즐비하다. 반면 충북은 6선이 최고이며, 그 마저도 비례대표와 당적변경을 통해 연명한 경우다. 재선정도만 돼도 막연하게 오래 했다는 이유로 현역 물갈이를 주장하며 낙선시킨다. 게다가 상대적으로 젊은 나이에 국회의원이 되면 북돋아 주기보다 ‘잘난 체 한다’ ‘건방지다’라고 공격한다.

두 번째는 지역 활동가를 선호하지 않는 경향이다. 지자체 부활 이후 몇몇 기초단체장을 중심으로 풀뿌리 활동가의 역할이 있지만, 타 지역에 비해 아직 미미한 수준이다. 아직까지 지역 활동가 출신이 지역구 국회의원은 단 한명. 지역 거점대학인 충북대는 개교 60년이 지난 오늘에서야 비례대표 국회의원 한명을 배출했다. 타 지역과 비교하면 초라하기 그지없는 성적표다.

당선되면 서울로 가고 유권자를 기계적으로 대하는 출향인사에 비해 지역을 지키고 주민과 호흡하며 생활 할 사람들이 있지만 왠지 우리는 SKY대학 출신이며 고시를 합격한 공직자 출신들을 유난히 선호한다. 가끔은 연못 속의 개구리 우화가 떠오른다. 『스스로 지도자 선출능력이 되지 않아 결국 뱀을 지도자로 불러들이는 모습 말이다.』

하늘에서 막 내려온 선녀는 순백의 드레스에 깨끗하고 흠결이 없어 보인다. 나와 함께 생활한 사람은 어딘가 지저분해 보이고 결점도 많아 보일 수 있다. 그 선녀도 함께 세월을 보내면 순백의 드레스에 때가 끼고 결함도 보일텐데 말이다.

지역의 인물을 발굴하고 격려와 지원이 필요하다. 누구는 이래서 또 누구는 저래서라는 결격 중심이 아니라 누구는 이런 장점 또 누구는 저런 장점으로 총리감으로 장관감으로 적격이라는 그런 분위기를 만들어야 한다. 조금만 생각해 보면 전·현직 도지사를 비롯한 정치인을 비롯해서 각계에 많은 인물이 포진하고 있다. 장관급 이상의 역량을 가진 인물도 열손가락이 부족할 것이다.

“지역은 사람을 낳고, 사람은 지역을 키운다.”라는 말이 왕왕 회자된다. 지도자로 인한 흥망성쇠(興亡盛衰)를 많이 보아 왔다.
대한민국의 중심 당당한 충북의 미래를 위하여 인물을 키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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