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하지 않은 곳에 대해 말하는 법’ ‘적절한 균형’ ‘천재 이야기꾼 로알드 달’

이종수/ 시인·청주 흥덕문화의집 관장

인도 작가 로힌턴 미스트리의 작품 중 가장 뛰어나다는 평가를 받는 <적절한 균형>(도서출판 아시아)다. 자본문명에 지친 사람들이 정신적으로 선망해 마지않는 인도사회를 여과 없이 보여주는 장편소설이다.

카스트제도와 개발독재 속에서 밑바닥 삶을 살아가는 네 사람의 이야기가 눈물겨우면서도 분노를 일으킨다. 제목만큼 절망 속에서 끊임없이 살아남을 수 있는 ‘적절한 균형’이란 있는 것일까 회의가 들지만 피상적으로 알고 있는 인도사회를 들여다보는 거울 같은 작품이다.

자본의 위력 앞에 몰락해가는 파르시 가문 출신 마넥. 부모님의 기대에 혼란스러워하는 마넥은 대학 진학 이후 새롭게 만나는 하숙집 주인 디나와 이시바와 옴프라카시의 험난한 삶을 떠안고 자살로 삶을 마감하고 만다.

디나는 재봉사들을 고용하여 독립된 삶을 살지만 결혼에 실패하고 자신만의 사업 공간마저 끊임없이 방해받다 결국 위선적인 가족의 품으로 돌아갈 수밖에 없다. 무두질과 가죽 세공을 하는 차마르 카스트의 삶을 살았던 이시바와 옴프라카시 가족의 삶은 더 비참하다. 세습되는 카스트 제도의 가장 밑바닥 삶을 사는 그들에게 인권이란 애시당초 없다. 독재 권력이 만들어내는 폐해를 최전선에서 맞이할 수밖에 없는 존재들이다.

그런 인도사회를 그리고 있는 작가는 철저하게 감정을 배제한 채 사실적으로 써내려가고 있어 자본의 삶을 살아가는 우리에게 적절한 균형이 무엇인지 돌아보게 한다. 피에르 바야르는 교활하면서도 슬기로운 여우 같다. <여행하지 않은 곳에 대해 말하는 법>의 저자. 현장에서 보는 것만이 진실이 아닐 수 있다, 총체적인 시작으로 현장 너머의 것을 볼 줄 알아야 한다고 말하는 사람.

이름하여 방콕(방이 콕 틀어박혀서 하는 여행)여행자여도 가보지 않은 곳에 대해 말해야 하는 상황에 맞닥뜨릴 수 있고, 당연히 현장에 있어야 할 기자도 다른 상황과 자료들을 토대로 현장의 이야기를 만들어낼 수 있다고 한다.

마르코 폴로의 <동방견문록>이 실제로 동아시아를 돌아보면 쓴 것이 아니라 이탈리아의 한 골방에서 씌여진 것이라는 설을 들어 상상력이 가미된 창조적인 글이 우선이라는 주장이나 쥘 베른의 <80여일간의 세계 일주>에 나오는 주인공이 속전속결로 세계 일주를 하며 쓴 글이 현장에서 곧이곧대로 써낸 글보다 더 뛰어난 묘사와 해설을 보여주고 있다고 강조하고 있기 때문이다.

임마누엘 칸트는 한 번도 자기 집 근처를 떠난 적이 없는데도 자신의 상상력과 글쓰기 능력을 통해 내면의 여행을 떠날 수 있었다는 말을 곱씹어 본다면 이해할 수 있을 것이다.

“작가는 광대 같은 인물이 되어야 한다. 그는 간단한 장난, 농담, 수수께끼 그리고 그 밖의 다른 어린이다운 것들을 좋아해야 한다. 그는 틀에 박힌 생각이 없어야 하고 항상 창의적이어야 한다. (줄임) 아이들은 쉽게 지루해하고 산만해진다. 그러나 당신의 이야기는 매 페이지 아이들의 애를 태워야 하고 흥을 돋워야 한다.

그렇기 때문에 항상 당신은 자신에게 ‘너무 느린가? 너무 지루한가? 아이들이 읽다가 그만두는 것은 아닌가’’라는 질문을 해야 한다. 그런 질문에 ‘아니다’라는 답보다는 ‘그렇다’는 답을 자주 해야 한다. 만약 그렇지 못하면 지우고 다시 쓰기 시작해야 한다.” -본문 793쪽 ‘마법사와 놀라운 인물’ 중에서

이상하고 망칙하고 끔찍한 판타자의 대가로 불리는 로알드 달의 전기를 다룬 책이다. <천재 이야기꾼 로알드 달>(다산기획). 아이들을 위해 동화책을 접한 적이 있는 이라면 누구나 거쳐 갔을 <제임스와 슈퍼 복숭아>, <찰리와 초콜릿 공장>, <마틸다>, 어린이 시절 자체를 인정하지 않는 괴팍스럽고 몰인정한 어른 세계에 맞서 판타지 세계에서 승리를 거두는 쪽은 항상 어린이들이라고 말하는 작가.

그러나 동화작가라고 해서 그의 삶이 동화 같기만 한 것은 아니었다. 억압과 전통이 공존하는 학교 시절, 영국 공군 조종사 시절 격추 당하여 죽다가 살아난 일, 순탄치 못한 가족사 등은 기존의 전기답지 않다. 단편소설로 시작한 문학 전력이며 영화배우와 결혼하고, 대통령과 정치가, 외교관과 스파이들까지 친구로 둘 만큼 권력 지향적이면서도 철저히 자본주의 삶을 살았던 그의 삶은 자칫 이해하기 어려운 부분도 있다.

철저히 상상력에 바탕을 둔 자유분방한 이야기꾼의 재질을 거침없이 발휘했던 그의 좌우명이 ‘어디 한 번 해보자’ 다. 그런 점에서 복잡하고 모순된 삶을 살았던 가장 대담하고, 신나고, 뻔뻔스럽고, 재미있는 작가에게 빠져볼 만하다.

신간소개

나 자신과의 대화
넬슨 만델라/ 알에이치코리아/ 2만5000원

넬슨 만델라 최후의 자서전 <나 자신과의 대화>. 이 책은 27년여의 감옥 생활과 5년의 대통령 재임 시절에 쓴 일기, 편지, 원고 등 최초로 공개되는 개인 기록물을 집대성한 넬슨 만델라의 한평생을 담은 책이다. 공적 페르소나 뒤에서 살아 숨 쉬며 움직이는 ‘인간’ 만델라를 보여주고, 27년여의 초장기 구금을 초인적으로 어떻게 이겨냈으며, 석방된 후 적들을 포용하고 새로운 장을 열어낼 수 있었던 근원적 힘이 어디에 있었는지 살펴본다.

고잉 솔로 싱글턴이 온다
에릭 클라이넨버그/ 더퀘스트/ 1만6000원

<고잉 솔로 싱글턴이 온다>는 1인 가구를 주제로 포괄적인 연구와 분석 내용이 담겨 있는 책이다. 고령화 사회에 영향으로 새롭게 등장하기 시작한 1인 가구는 점차 증가 추세에 있다. 저자는 그런 사회 변화를 ‘문제’만으로 치부할 것이 아니라 새로운 사회 유형에 불과하며 능동적이고 적극적으로 받아들일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특히 수치적인 통계로 인한 결과에 집중하지 말고 어떻게 하면 1인 가구가 점차 증가하는 사회에서 ‘더 잘 살 수 있을까’를 고민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혼란기의 경영
피터 드러커/ 한국경제신문사/ 1만5000원

시대를 뛰어넘은 위기경영의 지혜가 담긴 피터 드러커의 <혼란기의 경영>. 이 책은 격동기에 처한 경영 환경의 메가트렌드를 분석하고 경영자가 직면하게 될 도전과 과제, 그리고 경영의 새 위상을 밝힌다. 미국발 금융위기와 유럽발 금융위기를 차례로 거치면서 급변하는 글로벌 환경에서 살아남기 위해 고군분투하는 한국 사회와 기업인들에게 중요한 관점을 제시해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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