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소와 도깨비’ ‘쌈닭’ ‘손 큰 할머니의 만두만들기’에 대한 생각

김용규
글마루작은도서관 운영자

글마루작은도서관을 2010년 4월 개관하였으니 운영한지도 만3년이 다 되어간다. 도서관의 꼴을 갖추는데 지난 기간 내내 골몰하였다. 도서관내에서 다양한 실험들이 이루어졌다. 다수의 성공사례들이 만들어지고 꾸준한 활동으로 동네에서 없어서는 안 되는 곳으로 자리매김하고 있다. 작은도서관의 특성상 저학년의 학생을 둔 엄마들과 아이들이 주로 이용한다. 지난 하반기부터는 개인적으로 도서관에 오는 아이들을 위해 동화책을 읽어주고 있다.

어린시절 먼 곳에 사는 외숙모가 집에 놀러와 들려주던 가족사와 옛 이야기를 어머님의 무릎을 베고 듣다 잠든 기억이 난다. 나의 유년 시절의 즐거운 추억 중 소중한 한 페이지이다.

요즘 드는 생각인데, 나의 아이들이 어렸을 적에 좀 더 많은 동화책을 읽어주지 못해 퍽 아쉽다. 그러나 동화책은 꼭 아이들을 위한 것만은 아닌 것 같다. 어른들에게도 순수함과 맑은 정서를 전해주며 삶을 건강하게 바라 볼 수 있는 힘을 길러주는 것 같다.

어른들이 지나온 시간이 지금의 아이들의 시간과 다르지 않을 것이기에 ‘순수한 정의감’, ‘풍부한 상상력’, ‘기발한 창의력’을 길러주는 동화책은 예전에도, 지금도 어른과 아이들에게 모두 필요한 것 같다. 나는 유년시절의 ‘외숙모’처럼 도서관을 찾는 아이들에게 ‘마음씨 좋은 동화책 읽어주는 아저씨’로 오래도록 우리아이들의 기억의 편린으로 남고 싶다.

도서관을 찾는 아이들과 함께한 동화책 중 어른들도 함께 읽어 볼만한 책 세권을 소개한다. 먼저 ‘황소와 도깨비’는 이상 선생이 글을 쓰고 한병호가 그림을 그리고 다림출판사에서 펴낸 책이다. 일제강점기에 태어나 28세의 짧은 생을 마감한 이상 선생이 어린이를 위해 쓴 유일한 동화책이다.

게으른 나무장수 돌쇠와 새끼 도깨비가 엮어가는 줄거리는 우리의 전통적 이야기소재인 황소와 도깨비를 해학적으로 풀어내고 있다. 우둔하지만 자신의 일을 천직으로 여기는 착한 나무장수 돌쇠가 귀여운 새끼 도깨비와의 우연한 만남으로 행복해지는 내용이다.

기억되는 대목은 돌쇠의 피곤에 지친 하품으로 ‘전염성’ 있는 하품이 황소에게 이어져 새끼 도깨비가 황소의 뱃속에서 빠져나오는 부분이다. 기발한 창의력이 느껴진다. 깊은 겨울밤을 뒹굴뒹굴 알밤을 까먹으며 읽어 볼만하다.

다음은 ‘쌈닭’이라는 책이다. 이춘희가 쓰고 강동훈이 그림을 그리고 임재해가 감수한 책이다. ‘국시꼬랭이 동네’ 시리즈의 6번째 책으로 ‘잃어버린 자투리문화를 찾아서’라는 부제가 붙은 이 책은 현재 경험해보지 못하는 옛 문화를 우리아이들에게 간접체험 할 수 있게 함으로 시공을 초월한 시간여행을 떠나는 기회를 제공해 준다. TV를 통해 먼 이국, 태국에서 벌어지는 도박성 닭싸움을 본 기억이 있다.

하지만 우리의 옛 삶에 잊고 있었던 닭싸움은 생경하기 까지 하다. 춘삼이의 장돌이가 달석이의 대장닭과 겨루어 이기는 부분은 약자가 강자에게 지난한 노력으로 승리하는 ‘작은 짜릿함’을 전해준다. 아이들이 “장돌이 이겨라!”라고 함께 외칠만하다.

나머지는 ‘손 큰 할머니의 만두만들기’다. 채인선이 쓰고 이억배가 그림을 그리고 재미마주에서 펴냈다. 두 딸에게 이야기를 들려주며 글을 쓰다 1996년 창비에 공모당선을 계기로 작가의 길을 걷게 되었다고 한다. 무엇이든 엄청 크게 하는 손 큰 할머니가 숲속 동물들과 함께 설날 아침 만두를 만들어 먹기 위해 엄청난 양의 만두소를 준비했는데 동물들은 줄지 않는 만두소 때문에 불평을 한다. 할머니는 꾀를 내어 엄청난 크기의 만두피를 만들고 소를 모두 넣어 큰 만두 하나를 만들자고 제안을 한다.

기운이 난 동물들이 할머니 말대로 큰 만두를 만들어 설날 아침 함께 나누어 먹으며 나이를 한 살 먹는다는 이야기이다.

많은 이들의 기억 속에 만두 쪄내기 무섭게 ‘게 눈 감추듯’ 먹던 기억이 있을 것이다. 손이 많이 가는 이유로 여자들이 기피하는 줄도 모르고 눈치 없이 매번 설에 만두 해먹자는 제안으로 형수들과 아내에게 눈총 받던 일이 떠오른다. 그러면서 손 큰 할매 같은 여자와 결혼을 했으면 얼마나 좋았을까 상상을 해본다.
동화책은 흥미진진한 이야기도 좋지만 글의 배경으로 그려진 그림을 감상하는 점도 빼놓을 수 없는 중요한 포인트이다. 최근에는 이 그림들의 예술적 가치가 재조명되고 있다. 착하고 순수한 동심이 반드시 어린이들만이 갖는 것은 아닐 것이다. 마음 한구석 동심을 일깨우는 동화책은 우리의 삶을 더욱 살찌우리라.

●신●간●소●개●

스한빙 경제대이동
스한빙/ 청림출판/ 1만9800원

중국과 세계경제의 미래를 전망한 <스한빙 경제대이동>. 이 책은 중국의 저명한 경제예측가이자 경영학 박사인 스한빙 교수가 글로벌 금융시장을 둘러싼 중국과 미국, 유럽 간 경제패권 이슈를 자세히 다룬 것이다. 강대국들의 움직임을 포착하면서 서서히 시작되고 있는 새로운 게임의 실체를 밝히고 미래의 큰 흐름을 전망한다.


실험실의 명화
이소영/ 모요사/ 1만6800원

<실험실의 명화>는 ‘과학’이라는 낯설지만 흥미로운 방식으로 그림을 읽고 해석한 책이다. 과학사를 빛낸 유수의 과학자들 중에는 그림 실력이 출중한 이들이 많았다. 그들의 그림 실력은 단순한 취미가 아니라 본업인 과학 연구에도 든든한 버팀목이 되었다. 화가로 알려졌으나 과학사에도 이름을 분명히 새긴 르네상스의 천재 레오나르도 다빈치는 물론, 안드레아스 베살리우스 등 근대 과학의 기초를 세운 대표적인 과학자들이 탁월한 미적 감각과 회화 실력을 겸비했었다.

물 수 없다면 짖지도 마라
윤치호/ 산처럼/ 3만6000원

윤치호 일기를 통해 본 한 지식인의 내면세계와 식민지의 역사 <물 수 없다면 짖지도 마라>. 윤치호의 영문 일기를 한국 근대사 연구의 사료로써 재조명한 책이다. 윤치호의 생애와 사상, 그리고 <윤치호 일기>에 대한 사전 지식을 제공하는 해제를 담았으며 <윤치호의 일기>와 함께 해방 직후 윤치호가 작성해 이승만과 미군정에 보낸 <한 노인의 명상록>이라는 영문 서한을 수록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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