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축제 등 무리수 잇따라
분위기 ‘냉랭’ 공원유치 ‘안갯속’

   
'태권도공원 유치만이 진천의 유일한 살길인가?’
진천 내부에서 이런 우려 섞인 목소리가 점차 커지고 있다.
물론 ‘공원유치 반대’가 아니라 공원유치를 위한 기회비용이 너무 크다는 인식이 확산되고 있는 것이다.
“이러다 태권도 공원 유치가 무산되면 그 후유증이 엄청날 것이다. 그동안 태권도에 쏟아 부은 예산이 얼마인가?”
익명의 한 공무원의 전언이다.

진천전역에 태권도 공원 유치를 위한 플래카드가 나부끼고, 유치성금이 봇물처럼 답지하던 90년대 말과 비교하면 엄청난 인식의 변화이다.
당시에는 이런 말을 하면 고향을 팔아먹는 매향노(賣鄕奴) 취급을 받았으니까.
이처럼 우려의 소리가 커지는 이유는 먼저 공원유치의 불확실성 때문이다.
30여개 기초자치단체에서 너도나도 다양한 로비전을 펼치는 소리 없는 전쟁터에서 최후의 승자가 되기란 바늘구멍 통과만큼이나 어려운 것이 현실이다.
회의론의 또 다른 근거는 세계태권도화랑문화축제 잡음과 전국체전 태권도 경기장 변경 파문이다.
축제를 둘러싸고 충청대와 힘겨루기를 하는 과정에서 지역 시민단체까지 등을 돌렸다는 것은 이유야 어찌됐든 진천군에게는 마이너스 요인이 될 수밖에 없다.
여기에다 대한태권도협회가 전국체전 태권도 경기 진천개최 불가 입장을 공식적으로 밝히자 주민들은 강력 반발하면서도 한편으로는 왜 이 지경에까지 이르렀냐는 자성의 소리도 있다.
K시는 “그동안 태권도에 들인 공이 얼마인데 우리가 이런 대접을 받느냐”며 허탈하다고 말한다.
전국체전 태권도 경기장조차 빼앗기면서 공원유치란 더 큰 꿈을 이룰 수 있겠냐는 의문이 생긴 것이다.

진천군 보도자료 발표
이런 가운데 진천군은 지난 12일 ‘태권도 공원 유치 재가동’이란 보도 자료를 발표했다.
자료에 따르면 진천군은 공원유치 추진위를 재가동했으며 오는 6월18일부터 개최되는 세계태권도화랑문화축제를 대대적으로 홍보해 진천이 진정한 태권도의 발원지라는 것을 알려나갈 방침이라는 것.
이를 위해 군은 지난 3월 조직위를 발족, 행사준비에 나섰으며 문광부 차관을 지낸 최창신씨를 조직위원장으로 영입하여 축제 준비와 태권도 공원 후보지 결정에 진천의 당위성을 알려나가고 있다고 밝혔다.
이 자료는 ▶역사성과 정통성을 갖춘 화랑의 땅 ▶풍수지리가도 놀란 생거 진천의 명당 ▶국토의 중심부로 주변 1시간대 연결 ▶태권본향을 알릴 국내외 교통요충지 ▶세계로 소문난 진천의 태권도 사랑 ▶사업비 최소화 등 6가지를 태권도 공원이 진천에 들어서야하는 당위로 꼽았다.
그러나 이에 대한 태권도계 반응은 냉소적이다.
한 인사는 “시골 공무원이 그럴듯한 말로 표장한 ‘우물 안 개구리 식’ 자료에 불과하다. 여기서 객관적으로 입증된 것이 몇 가지나 되냐”며 언급할 가치도 없다고 잘라 말한다.

발상의 전환 필요하다
이렇듯 진천군의 희망과 현실 사이에는 아직 많은 괴리감이 자리하고 있다.
이 간극을 좁히기 위해서는 보다 객관화된 논리개발이 우선돼야 한다는 지적이다.
또한 여기에서 김경회 군수가 앞장서고 6만 군민이 하나가 돼 유치하려하는 태권도 공원의 실체에 대해서도 근본적인 회의가 필요하다.
그동안 군민 호응의 근거는 공원유치 그 자체가 아니라 공원유치가 가져올 지역경제 활성화와 부대 파급 효과였기 때문이다.
설령 공원 유치가 되더라도 개발이익 등 노란 자위는 중앙정부나 태권도협회가 차지하고 부스러기만 지역에 떨어진다면 ‘닭 쫓던 개 지붕 쳐다보는 격’이 될 수밖에 없다.
각종 행정 혜택을 제공하고도 착공만 요란하게 한 채 몇 년째 방치되고 있는 이월 SKC산업단지가 그 좋은 본보기이다.
따라서 문광부의 태권도공원 후보지 선정에 앞서 공원 설립 후 운영 방침 등을 꼼꼼히 점검해야한다는 것이다.
태권도공원 유치의 초발심이 재정자립도 30% 수준의 진천군 재정을 살찌게 하고, 궁극적으로 주민 생활 향상을 위한 것이었다면 시각을 다른 곳으로 돌려볼 수도 있다.
태권도 공원만이 유일한 살길이라고 고집스럽게 집착할 게 아니라 다른 대안에도 눈을 돌릴 필요가 있다는 것이다.
다행히 진천은 행정수도 이전에 기대감 등으로 최근 스키장, 골프장 등 민간 사업자들의 러브콜이 잇따르는 ‘기대의 땅’이다.
그러나 아쉽게도 이들에게 진천은 사업하기 힘든 곳이란 소리를 듣고 있다.
“진천에 가서는 태권도 말고는 다른 사업할 생각 말라’는 외지인들의 자조 섞인 비아냥은 이쯤에서 그쳐야 한다.”
진천이 고향인 한 50대의 애정 어린 충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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