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교육청, ‘주민발의 청구대상자 부적절’ 판단

차별받지 않을 권리, 폭력으로부터 자유로울 권리, 집회의 자유 및 학생 표현의 자유 보장 등 학생의 인권이 학교교육과정에서 실현될 수 있도록 하기 위해 추진 중인 충북학생인권조례제정이 어려움에 직면했다.

충북도교육청이 충북학생인권조례제정운동본부(운동본부)가 청구한 주민발의를 법제심의위원회에 회부하면서 향후 결과에 귀추가 주목되고 있다. 문용린 서울시교육감까지 서울시의회와 진보교육계의 반대에도 학생인권조례 수정 입장을 재차 밝히면서 학생인권조례제정에 대한 관심이 더욱 모아지고 있는 상황이다.

충북도교육청에 따르면 지난 해 8월 운동본부 측이 유권자 120여 만 명의 100분의1이 넘는 16416명의 지지 서명을 받아 제출한 주민 발의 청구인 명부를 면밀히 검토한 뒤 법제심의위원회에 회부했다.

도교육청은 ‘주민발의 청구가 유효하기 위해서는 이름, 주소, 주민등록번호가 반드시 있어야 한다’는 지방자치법 15조1항과 2항에 따라 각 지자체와 확인 작업을 벌여 주민번호의 오류, 서명인과 일치하지 않는 것, 판독 불가능 등 1800여 명이 주민발의 청구대상에 부적절하다고 결론을 내리고 서류 일체를 법제심의위원회에 넘겼다. 

▲ 충북학생인권조례제정운동본부가 지난해 8월 9일 충북도교육청 앞에서 충북학생인권조례주민발의 청구인 서명 제출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도교육청은 또 충북학생인권조례(안)이 신체나 도구 등을 이용한 체벌은 금지하되 간접체벌은 학칙으로 정하도록 하는 등 학교의 자율성을 보장하도록 한 간접체벌과 관련해 상위법인 ‘초·중등교육법’과 배치되는 부분이 있다는 교과부의 판단도 함께 회부했다.

도교육청은 앞으로 내부 위원 10명과 외부위원 5명 등 15명 내외로 법제심의위원회(위원장 부교육감)를 구성한 뒤, 이 달 안으로 충북학생인권조례의 적정성 등에 대해 심도 있게 심의 할 예정이다. 현재 법제심의위원회 외부위원 선정 작업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수리, 각하 모두 가능한데 만일 법제심의위원회가 충북학생인권조례를 수리하면 도의회에 이송한 뒤 의결을 거쳐 공표하게 된다. 그러나 각하되면 교육감은 법제심의위원회의 통보에 따라 주민발의 한 운동본부 측을 불러 이들의 의견을 청취한 뒤 순차적으로 각하처분 과정을 밟게 된다.

법제심의위원회의 결정에 따라 충북학생인권조례제정을 놓고 도교육청과 운동본부는 더욱 날선 대립각을 세울 것으로 예상된다. 이는 이들 두 기관의 대립을 넘어 한동안 잠잠했던 교육계 보수와 진보 양 진영 사이의 갈등도 또 다시 불거질 가능성이 높다.

이에 대해 도교육청 관계자는 “서명한 주민들의 의견이 합당 한가 그렇지 않은가 4~5개월 간 확인하고 법제심의위에 올린 것”이라면서 “요건이 가능해서 올린 것이고 요건이 가능하지 않으면 올리지도 않았다. 도교육청의 입장은 그것 뿐”이라고 말했다.


운동본부, 각하 될 경우 항의방문 및 농성 예정
충북교총, “학생인권조례 반드시 폐기돼야”

이와 관련해서 충북학생인권조례제정운동본부는 10일께 충북도교육청이 운동본부가 청구한 주민발의를 법제심의위원회에 회부한 것과 관련, 의회의 이에 대한 논의를 촉구하는 성명서를 발표 할 예정이다.

운동본부는 충북학생인권조례가 각하 될 것과 관련해서 사전에 의견서를 제출하고 각하 결정에 따른 기자회견을 열 계획이다. 이어 도교육청을 항의 방문하고 농성을 조직하며 법제심의 위원회 참석 대표자에게 의견제출 시 회의 소집을 논의 할 생각이다. 이후 이번 일에 대해 소송 및 고발 등으로 대응 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반면 운동본부는 도의회에서 이번 도교육청이 운동본부가 청구한 주민발의를 법제심의위원회에 회부한 것과 관련 해 논의 할 경우 성명서를 발표하고 도의회 교육위원들에게 설명회 및 간담회 등을 진행 할 계획이다. 

한편 충북교총은 충북학생인권조례안이 법제심의위원회에 회부된 것과 관련해 지난 4일 논평을 통해 “무책임한 충북학생인권조례는 반드시 저지되고 폐기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들은 “학생지도 수단으로 사용되던 체벌이 금지된 뒤 교원들이 전전긍긍하고 있는 마당에 교권대책을 마련하기는 커녕 일부 단체들이 충북학생인권조례를 제정하겠다고 나서는 것은 학생들을 정치적으로 이용하려는 목적이 있는 등 학교교육을 붕괴시킬 것”이라며 이같이 밝혔다.

충북교총은 “교원들은 현재 학교현장에서 자긍심과 보람을 갖지 못한 채 학교폭력 등으로 고통을 당하고 있지만 충북학생인권조례를 제정하려는 세력은 단 한번도 이에 대한 대안제시가 없었다”며 “또한 학생인권조례를 제정하겠다는 목적마저 의심스럽다”고 강조했다.

이들은 “그동안 충북교총과 충북학교학부모연합회, 충북아버지회연합회 등은 충북학생인권조례를 저지하기 위해 이 조례 제정에 반대하는 도민 2만800여명의 서명을 받았다”며 “이에 따라 법제심의위원회는 심의과정에서 충북학생인권조례제정을 반대하는 측의 의견을 반드시 청취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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