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용철 정치부 기자

백문욕불여일표(百問辱不如一票)는 통하지 않았다. 현 정권의 무능과 부패를 수없이 욕하며 현 정권과 같은 당 소속의 후보에게 투표를 하기보다 다른 당 후보에게 투표를 함으로써 심판하자고 수많은 유권자들이 외쳤지만 결과는 예상 밖에서 터졌다.

이번 18대 대선에서 많은 정치평론가들은 투표율이 72%를 넘지 않으면 박근혜 새누리당 후보에게 유리하고 이를 넘으면 문재인 민주통합당 후보에게 유리하다고 내다봤다.

12월 19일 대선 투표일 당시 MBN 채널에서는 소위 정치 고수들을 모아 놓고 사회자가 투표율 70%가 넘으면 누가 당선 될 것으로 예상하냐고 물어봤다.

약방의 감초로 이 자리에 동석한 가수 김흥국만 박 후보가 승리한다고 점쳤고 또 다른 한 정치평론가는 모르겠다는 입장을 내 놓았다. 그 밖의 수많은 정치평론가들은 당연히 문 후보의 승리를 예상했다. 어디 이들 뿐이겠는가. 투표율이 높으면 대다수의 유권자들도 문 후보가 승리할 것이라고 점쳤을 것이다.  

기자 또한 실제 표심 변화의 움직임을 유세 현장에서 확인하며 조심스럽게 문 후보의 승리를 예상했었다.

두 후보는 지난해 12월12일 같은 날 충북에서 맞불 유세전을 펼쳤다. 청주 성안길에서 문 후보는 낮에 박 후보는 저녁에 유세를 했는데, 문 후보가 평일 낮에 유세를 했는데도 저녁의 박 후보 때보다 더 많은 지지자가 몰렸다.

다음 날인 12월13일에는 안철수 전 후보가 같은 장소를 찾아 문 후보에게 힘을 실어주었고, 이날 역시 박 후보 때 모였던 지지자만큼의 젊은 유권자가 안 전 후보를 보기 위해 몰려들었다.

이를 관찰하며 결국 관건은 투표율로, 젊은 유권자들의 투표율이 높을수록 ‘캐스팅보트’ 지역인 충북에서부터 커다란 지각변동이 일어나리라 보인다고 한 중앙 주간지 매체에 충북 판세 분석 기고를 보내기도 했다.

하지만 결과는 전혀 예상 밖이었다. 정연주 전 KBS 사장이 말했듯이 “시멘트 같은 강고한 보수의 벽이 40%이상 점유해 있는 상태”에서 인구고령화로 수가 많아진 보수적 안정을 지향하는 50~60대가 투표장으로 대거 몰리면서 이번 대선은 투표 분석의 새로운 산 역사(?)를 써냈다.

투표율이 높았음에도 패배한 상황을 보며 한 20대 누리꾼은 “50~60대가 사람이 먼저인 세상을 꿈꾸는 20~30대의 꿈을 산산이 뭉개고 짓밟았다”고 분노하기도 했다.

하지만 곰곰이 생각해보면 역대 선거해서 민주·개혁·진보 세력이 이만큼 선전한 경우도 없다. 이들 세력을 지지한 유권자가 이렇게 많은 경우가 없었기 때문이다. DJP연합이나 노·정 단일화는 비록 대선에서 승리했지만 문·안 단일화와 비교하면 정치적 스펙트럼에서 그 궤를 완전 달리 하고 있다.

그런 면에서 이번 선거는 나름 향후 미래에 대한 희망을 준 선거라 생각한다. 민주·개혁·진보 세력에게 이제 주어진 과제라면 보수 세력이 그랬던 것처럼 차기 10년 정권을 준비해야 한다. 철저히 아주 철저하게 말이다.

그나저나 이번 대선을 통해 신심분리(身心分利) 즉 몸과 마음을 따로 살아가는 정당인들을 많이 볼 수 있었다. 옷은 민주당 옷을 입고 있지만 박 후보를 지지하는 성향이거나 새누리당 옷을 입고 있지만 문 후보를 지지하는 성향을 두고 하는 말이다.

그것을 보는 기자는 내내 마음이 아팠다. 대체 그 놈의 정치란 놈이 무엇이기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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