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 육영수 여사 기념관을 ‘(가칭)퍼스트레이디 역사문화교육센터’ 로 변경
“역대 퍼스트레이디 여성 리더로 인정 곤란, 시기적으로 오해 소지” 반론

옥천군은 2년전 고 육영수여사 생가복원에 이어 기념관 건립 계획을 추진해왔다. 하지만 지난 18대 대선직후 일부 언론에 ‘(가칭)퍼스트레이디 역사문화교육센터’ 건립사업으로 보도되면서 논란이 일고 있다. 선거가 끝나자마자 박근혜 당선자의 어머니인 고 육영수여사 기념관 사업이 급조된 것이 아니냐는 의혹이 제기된 것. 결국 ‘까마귀 날자 배떨어진 격’으로 옥천군에 문의전화가 쇄도했던 것으로 전해졌다.

확인결과 고인의 기념관 건립사업은 생가복원 사업의 후속으로 1년여전부터 추진해 왔다. 하지만 올들어 개인 기념관보다는 ‘(가칭)퍼스트레이디 역사문화교육센터’로 대상범위를 확장하는 쪽으로 방향을 선회 했다는 것. 옥천군에서는 지역 문화관광 인프라의 외연을 넓히기 위한 새로운 기획이었지만 선거 국면이다보니 구설에 오르게 된 것.

▲ 복원 1년만에 관람객 10만명이 다녀간 고 육영수 여사 생가 조감도(옥천군청 제공)

옥천군은 오는 2017년까지 140억원을 들여 옥천읍 교동리 ‘육영수 여사 생가’ 주변에 ‘퍼스트레이디 역사문화센터’를 건립할 계획이다. 고 육 여사를 비롯한 역대 대통령 부인과 신사임당 등 한국의 여성 리더를 소재로 기념관, 교육관, 공연장, 숙박시설, 공원 등을 조성한다는 구상이다. 예산은 군비 100억원에 국·도비 40억원을 지원받아 2015년 착공한다는 방침이다.

일단 내년도에 이같은 사업계획을 문화체육관광부에 제출해 승인을 받으면 토지매입 등 후속조치를 진행할 예정이다. 국비 지원이 전제되지 않는 한 도비 지원을 받기 곤란하다는 판단 때문이다. 차기 박근혜 정부 출범에 대한 ‘기대감’도 감안한 것으로 볼 수 있다. 만약 박 후보가 낙선했다면 중앙부처를 상대로한 사업승인 신청 자체가 불가능했을 수 있기 때문이다.

서상기 군 관광개발팀장은 “선거직후 신문보도가 나오다보니 마치 선거 결과에 따른 급조된 계획이라는 오해 가 생겨 문의전화를 많이 받았다. 고 육 여사 생가 관람객이 계속 늘어나고 있는 상황에서 부대시설이 절대적으로 필요했다.

우선 주차장같은 편의시설을 갖춰야 하고, 시설의 의미를 설명하는 기념관, 교육관이 필요하다고 판단한 것이다. 옥천군에 외부 손님을 끌어들일 수 있는 새로운 관광문화인프라 시설로 ‘퍼스트레이디’ 브랜드를 도입해 보려 하는 것이다. 아직 명칭도 결정한 것은 아니고 각계의 의견을 수렴해 최종적으로 시설의 성격을 정할 것”이라고 말했다. 시설입지만 결정했을 뿐 아직 기획단계라는 설명이다.

고 육 여사 생가옆에 입지한 부지도 해결과제를 안고 있다. ‘(가칭)퍼스트레이디 역사문화교육센터’ 예정부지는 농업진흥구역으로 현재 25명의 지역 주민들이 농지와 축사가 자리잡고 있다. 우선적으로 농업진흥구역이 해제되야만 개발이 가능한데 농림수산식품부가 난색을 표하고 있다. 농업진흥구역이 ‘식량 생산기지’라는 기본 목적이 뚜렷한데다 다른 지역의 형평성을 감안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한편 이번 사업 계획 자체에 대한 반론도 제기되고 있다. 남기헌 충청대 교수는 “우리나라 역대 퍼스트레이디 가운데 고 육여사를 제외하곤 그 이름조차 기억하는 사람들이 별로 없다. 단순히 영부인이란 신분 때문에 여성 리더로 받드는 것은 모순이 있다. 또한 새 정부가 출범도 하기전에 박근혜 당선자의 모친을 앞세운 사업을 밀어부치는 것은 모양새도 좋지 않다”고 지적했다.

이에대해 서상기 팀장은 “육 여사만 특화한 센터를 지으려는 것이 아니다. 대통령 선거 이전부터 한국의 여성 리더라는 컨셉에 맞춰 추진해온 것이다. 최종 명칭이나 내용은 앞으로 연구용역이나 공모 등 여론수렴 과정을 거쳐 결정해 갈 것”이라고 말했다.

고 육영수 여사 생가에 얽힌 비화
한해 관람객 10만명 ‘북적’ 대선땐 불법선거운동 의혹

▲ 단돈 5천원에 육 여사 생가를 방문한다는 대구지역 여행업체 안내 유인물.
옥천군은 2010년 37억 5000만 원을 투입, 옥천읍 교동리 일원 9181㎡ 규모의 고 육 여사 생가를 복원했다. 1년여만에 10만명의 관람객이 다녀가 관광명소화 사업에 성공한 것으로 평가받고 있다. 특히 대통령 선거를 앞두고 올해 관람객이 늘어나자 야당에서 불법 선거운동 의혹을 제기하기도 했다.

지난 6월 민주통합당 박용진 대변인은 기자회견을 열고 “부산·삼척·구미지역과 그 외 지역에서도 단돈 만원이면 고 육영수 여사의 생가를 방문할 수 있고 고급 한정식까지 제공한다는 유인물이 나돌고 있다”고 주장했다.

지난 11월에는 단돈 5천원에 육 여사 생가를 방문한다는 대구 소재 여행사의 광고 유인물이 SNS에 올라 논란이 됐다. 점심까지 제공하며 △참석자 전원에게 겨울내의 한벌과 액젓 2개를 증정하고 점심까지 제공한다는 것. 버스이용까지 감안하면 참가비 5000원은 도저히 상상할 수 없는 가격이다. 하지만 조건이 하나 붙어있다. 일정에 따라 강경 젓갈시장에 들려 쇼핑시간을 가져야 한다. 이른바 관광객 매출 커미션으로 적자를 메우는 ‘쇼핑관광’인 셈이다. 대구 여행사측은 “대구가 고 박 대통령이나 육 여사에 대한 애정이 남다르다보니 옥천 생가방문 상품이 인기가 높았다.”

경북도 선관위에서는 “우리도 암행으로 육 여사 생가 방문 투어에 사람들을 보내봤는데, 특정 후보 지지 움직임이 포착된 것이 없다. 여행 상품의 적자여부는 우리가 관여할 사항이 아니라서 별 문제는 없는 것으로 최종 결론냈다”고 말했다.

고 육 여사의 아버지 육종관(1893∼1965)씨는 옥천군 능월리에서 대지주 육용필씨의 막내로 태어났다. 육종관씨는 미곡도매상, 금광, 인삼가공업을 해서 번 돈으로 1918년 옥천읍 교동의 ‘삼정승집’이라 불리던 집을 사들인다. 1600년대에 3명의 정승이 배출됐다고 해서 붙인 별칭인데 육종관씨가 25세의 젊은 나이에 전 재산의 절반인 2만500원에 사들인 것으로 전해진다. 풍수적 가치를 염두에 두고 그 정도 투자를 한 것으로 짐작되는데 그 집에서 처음 태어난 아이가 바로 육 여사였다(1925년).

육씨는 ‘삼정승집’을 99칸 규모의 대저택으로 개축했고 사람이 기거하는 가옥만 5채에 달했다. 부친 육씨의 호적에 등재된 자식들은 8남8녀로 총 16명으로 나타났다. 본부인을 통해 육인수, 육영수 등 4남매를 낳았고 5명의 작은부인이 12명의 자식을 출산했다. 결국 20명이 넘는 부인과 자식들이 교동 대저택에서 함께 생활한 것이다. 작은부인 가운데는 일본인도 있었다고 전해진다.

옥천군이 고 육여사 생가 복원사업을 하면서 곤란을 겪은 것이 바로 후손들의 동의를 받는 문제였다. 생가터의 법적 상속권자가 33명에 달했는데 3명이 마지막까지 기부채납에 반대했던 것. 결국 공사를 강행하자 법원에 공사중지 가처분신청을 냈다.

하지만 청주지원 영동지청은 “공유토지에 건물을 건축하더라도 그것이 복원공사인 경우는 과반수 지분을 가진 공유자의 사용수익 범위에 해당해 소수 지분권자의 동의가 없어도 공사가 가능하다”며 기각시켰다. 이에따라 생가 복원공사가 다시 재개돼 지난해 5월 준공식을 갖게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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